<현장르포> ‘연예인 성매매’ 대부도 펜션 가보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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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인데도 쌍쌍 손님들 들락날락

[일요시사=사회팀] 돈, 섹스, 그리고 여자.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여자 연예인과 성매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모의 스타와 재계 재력가의 만남이다. 각종 소문과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들이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는 장소가 공개됐다. 대부도에 위치한 초호화 펜션,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대부도 펜션단지. 그동안 잠잠하던 이곳이 때 아닌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검찰이 여성 연예인의 성매매 장소로 이곳을 지목하면서 부터다. 이 소식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흘러나왔다. 안산지청은 최근까지 성매매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부도 내 고급 펜션에서 탐문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부터
외제차 즐비 

검찰이 지목한 펜션단지는 33㎡ 짜리 소형부터 수영장을 구비한 346.5㎡ 규모의 대형 독채까지 40여개 동이 있으며 할인마트, 카페, 풋살장 등 부대시설을 갖춘 곳이다. 대부도에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펜션 단지가 2군데 정도 있다.

지난 16일 오후. 안산역에서 출발해 사회방조제로 연결 된 도로를 지나자 한적한 대부도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다져지지 않은 울퉁불퉁 흙길을 10분쯤 달렸을까. 의심이 가는 2곳 중 1곳에 먼저 도착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펜션 단지는 조용하다 못해 황량했다. 둘러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자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고급스러운 외관을 상상했지만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다소 유아틱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풍차를 중심으로 빨강, 주황,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즐비했다. ‘고급’과 ‘초호화’라는 단어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무엇보다 독채로 꾸며져 있긴 하지만 건물 사이사이 간격이 좁아 은밀한 사생활이 보호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펜션 내부 관계자는 “이곳은 주로 동호회나 기업에서 단합대회 및 워크샵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생긴 지도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연예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검, 성관계 장소로 초호화 펜션단지 지목
수영장 등 각종 시설 갖춘 럭셔리 하우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기가 맞다면 수사를 나왔다거나 협조 공문이라도 왔을 텐데 전혀 그런 적도 없다”며 “(이번에 연예인 성매매로 지목된 장소는) 바다를 끼고 있으며 통유리로 된 건물이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발걸음을 돌려 두 번째 장소로 향했다. 첫 번째 장소보다는 유동성이 있는 장소에 위치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보였다. 서해안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이곳은 펜션 40여개동이 들어서 있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렬로 주차된 고급 외제차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간 장소와 달리 규모도 클 뿐 아니라 펜션 외관은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했다. 유럽풍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 속에서나 볼법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생활 보호
가명으로 예약


이중에서도 A펜션과 B펜션은 특히 인기가 좋다. A펜션은 건물 외벽을 사선으로 디자인 한 뒤 모던한 회색빛으로 마감해 깔끔하고도 럭셔리한 느낌을 자아냈다. 정원 한 켠엔 대형수영장을 갖췄고, 내부에 세미나실 바비큐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B펜션은 거실 전면을 통유리로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정원엔 3∼4m 높이로 자란 멋스러운 소나무와 함께 각종 분재와 꽃이 잘 정리돼 정원 주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잘 꾸며진 정원 한쪽엔 3∼4명이 함께 차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티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90평 규모의 B펜션은 3층 규모로 지하에 당구장, 탁구장,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췄고 최대 20명까지 입실이 가능하다. 펜션 이용료는 1박에 50만원 선이다. 




펜션 내부 관계자는 “A펜션과 B펜션을 포함한 몇몇 펜션은 워낙 인기가 많아 비싼 이용료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찾는다”며 “주말은 항상 예약중이라 최소 2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용하는 고객 층은 다양한 편이다. 평일에는 대학생들부터 시작해 직장인들이 많고 주말에는 주로 연인과 가족 단위로 찾는다고 한다. 이 펜션 단지는 몇 년 전부터 럭셔리 스타일의 대명사로 각종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펜션 내부와 외부에서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렇다면 이 펜션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편리한 접근성과 독립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방문하기 편하고 각각 숙소가 따로 분리돼 있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층 다양…1박 숙박비 40만∼70만원대
서울 근교 접근성과 사생활 보호 큰 장점

펜션 내부 관계자는 “예약제로 운영이 되다보니 누가 방문했는지는 특히 알 수 없다”며 “가명으로 예약하는 경우도 있고 대표 이름으로 예약을 한 뒤 많은 인원이 방문하기 때문에 (비밀 방문을 마음먹은 경우)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40여개의 펜션 모두 각각 다른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예약 업무만 따로 받을 뿐 펜션 관리부터 청소까지 모든 제반 사항은 소유주가 별도로 채용해 관리하고 있다”며 “체계가 이렇다보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번 들어가면
외부 출입 안해

이런 점들 때문에 평소에도 몇몇 연예인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션 관계자는 “일부 연예인들이 자기 이름으로 예약한 뒤 친구들과 함께 와서 놀고 가기도 한다”며 “연예인들은 오면 밖에 거의 안나온다. 펜션 내에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안에만 있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부도 한 주민도 “주변에 승마클럽도 있고, 고급 펜션도 많다보니 연예인들이 타는 벤 차량이나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왔다갔다한다”며 “최근 몇 년을 기점으로 방문이 잦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펜션 관계자는 그러나 성매매 장소 지목과 관련된 물음에서는 “들어는 봤는데 여기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추가 답변을 거부했다.


갑작스러운 대부도 유명세에 주민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주민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부도가 불미스러운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현재까지 도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불쾌한 반응을 내보였다.

반면 대부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부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부도를 찾는 이용객들이 많이 늘어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매매’수사 해프닝

유명 걸그룹이? 이름 같아 소동

유명 여성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성매매 사건과 관련한 해프닝을 들여다봤다. 


이 사건은 12월 초 수원지검 안산지청 마약수사과에서 나왔으나, 그 직전에도 이미 연예계에 소문이 퍼져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 많게는 억대의 돈을 받고 재력가와 성매매를 했다는 게 핵심 골자였다. 이 가운데 거론된 한 여성 탤런트는 유명 걸그룹 멤버와 이름이 같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0여명의 연예인 이름이 거론된 증권가 찌라시가 등장했다. 연예인 화대 비용, 성매매 연예인 리스트 등이 돌았다. 이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민영화’가 인기 검색어로 떠올라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 여자 연예인은 ‘ㅁㅇㅎ’씨가 확실하다고 함’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몰려 이를 퍼나르면서 집중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글은 “검찰이 성매매한 여자 탤런트 등 수십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자 네티즌들이 그게 누군지 열심히 찾고 다녔다”며 “여자 연예인 이름이 ‘찌라시’에 매우 구체적으로 오르내렸고 누군가 ‘ㅁㅇㅎ’씨가 확실하다고 포털, 커뮤니티 등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후 “그게 누군지 의견이 분분한데 어디선가 ‘민영화’씨라고 하자 민영화라는 여자 탤런트를 찾으려고 너도나도 검색했다”며 “결국 ‘민영화’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고 분석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음모론도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이 발표된 시점을 문제 삼으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성매매 알선 브로커로 지목한 A씨를 검찰이 지난 8월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고 4개월여 끌다가 돌연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마침 수서발 KTX 매각을 놓고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라며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와 사측이 불법파업이라고 강경대응을 하던 시점이다. 네티즌들은 철도민영화에 쏠린 시선을 연예인 성매매로 돌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달리 사회적인 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 사건사고, 열애 소식이 터져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실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무혐의로 발표된 뒤 곧바로 그동안 끌고 끌었던 이수근 등 연예인 도박사건이 차례로 공개됐다.

이런 음모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도 덩달아 화제다. 내년 공개되는 영화 <위험한 소문:찌라시>는 연예인 매니저가 찌라시 내용이 하도 억울해서 배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세간에 의심이 가는 직업군이 영화 속에 고루 등장, 네티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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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