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사건’ 공판 관전포인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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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현이 아빠 어디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10월, 울산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계모 박모(40)씨의 상습적인 학대와 폭행으로 인해 초등학교 2학년인 이모(8)양이 숨진 것. 경찰 조사 결과 이양의 친부 이모(46)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이양의 친부인 이씨를 형사처분하기로 했다.




경찰은 친부가 딸이 당한 폭행과 학대를 방임했고, 이와 관련된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지난 12일 울주경찰서는 계모의 학대와 폭행으로 숨진 이양의 아버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11월쯤, 박씨가 딸의 종아리에 멍이 들 때까지 때리는 등 수년간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믿을 사람 없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단순 ‘훈육’ 목적으로 체벌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박씨에게 딸을 맡겼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이씨는 지난 2011년 경북 포항에서 살던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딸이 계모에게 신체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도 드러났다.

또 이양이 다니던 유치원의 한 교사가 학대를 의심하고 아동보호기관에 수 차례 상담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씨는 박씨의 폭행을 훈육으로 포장했다. 아동보호기관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상담을 거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양에 대한 학대를 알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신고의무자에 대한 위반여부도 주목된다.

경찰은 이양의 초등학교 교사 2명, 이양을 치료한 병원 의사 2명, 학원장 2명, 학원교사 1명 등 신고의무자 7명을 울산시에 통보했다. 앞서 시는 신고의무자의 의무 불이행을 조사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경찰의 통보를 받는 대로 과태료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만약 이번에 과태료 처분이 이어지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찾아 과태료를 물리는 첫 사례가 된다. 아동학대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양이 숨진 날은 ‘소풍날’이었다. 학교에서는 부산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돼 있었다. 계모 박모(40)씨는 “2000원을 훔쳐 가고도 거짓말을 한다”며 아침부터 딸을 폭행했다. 이양은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박씨는 오히려 폭력의 수위를 높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양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양쪽 갈비뼈 24개 가운데 무려 16개가 골절됐다. 당시 경찰의 부검결과에 따르면, 옆구리 쪽에 당한 폭행으로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것이 결정적인 사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계모 박씨는 이양을 폭행한 뒤 뜨거운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박씨는 이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을 거두자 “목욕을 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상습폭행 인정…살인 의도 두고 법정공방
‘알면서도 방관’친부도 공범 혐의로 수사

소풍을 보내 달라는 8세 의붓딸을 1시간 동안 무차별 구타해 숨지게 한 계모 박씨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17일 울산지법 101호 법정(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박씨는 고 이양에 대한 학대 사실 4건과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실 등은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살인의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살해의도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1560페이지 분량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전달했으며 첫 공판은 시작 10여 분만에 끝났다.

이번 재판은 박씨가 살인의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에 따른 적절한 형량은 얼마인지를 두고 검찰과 변인간 치열한 변론이 예상된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재개된다.

이날 법원 안팎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청객들의 안타까운 탄식과 격양된 감정으로 무겁게 가라않았다.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지역주민들을 주축으로 이 땅에 더 이상 하늘로 소풍가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50여명이 가슴에 ‘서현아 사랑해’라고 적힌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카페 회원인 A씨는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며 “이번 재판이 아동학대 재판의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도록 계모 박씨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한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양을 보며 경찰로서 책임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학대방지특례법이 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의 생모 심모씨는 법원 앞에서 계모 박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마치고 인터넷 카페회원들과 합류해 있다 박씨를 실은 호송차가 들어오자 격한 감정을 내보이다 실신하기도 했다.

심씨와 일부 사람들은 법정에서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박씨를 향해 분노를 표출해 재판장이 휴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친모 심씨는 실신해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살인 고의성 쟁점

한편 이날 울산광역시 시의회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국회 통과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윤시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시의원 전원이 서명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최근 계모의 학대로 숨진 이양처럼 부모에게 폭행을 당해 다치거나 숨지는 사건이 1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절차, 학대자의 친권 제한 등을 종합하고, 처벌을 징역 10년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제정안이 올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아동학대 실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는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계부나 계모에 의해 학대당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학대 가정의 44%는 한부모 가정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학대는 흔히 폭력을 우선으로 떠올리지만, 아동학대의 33.3%는 방임이나 유기다.

최근 5년간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5800건이 넘지만 이 중 처벌된 사례는 6.2건으로 1.1%에 불과하다. 치료와 진단을 통해 학대를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의료진들의 신고율도 1% 미만이다. 

또한 학대받은 아동을 기관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기간도 3일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학대 아동 보호율이 8.8%인 반면 한국은 0.63% 미만이다. 아동학대는 증가하는데 아동보호기관은 50개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240여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제도와 관련법도 미비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아동학대방지법은 17대, 18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는 되었지만 처리되지 않았고, 현재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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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