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의류 '소문과 진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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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감에 피묻은 구제옷…혹시?

[일요시사=사회팀] 중고의류를 흔히 ‘구제’라고 부른다. 괜찮은 상품은 대부분 일본, 미국 등에서 수입한다. 발품만 잘 팔면 A급 상품을 구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모래 속 진주 찾기지만, 간혹 중고명품도 보인다. 그런데 구제 옷에 얽힌 섬뜩한 이야기가 있다. 죽은 사람의 옷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 소문과 진실은 무엇일까.




한국은 구제 옷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우리의 헌 옷을 제3국으로 수출하면서, 동시에 일본, 미국, 이태리 등으로부터 구제 옷을 수입한다. 구제시장은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태다. 과거에는 패션디자인과 학생이나 연극인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스타일창고’가 됐다. 단골 여부에 따라 A급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특권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구제 옷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찝찝한 얘기들

보통 구제 옷은 세탁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된다. 이렇게 판매되다 보니 간혹 옷 주머니에서 정체모를 영수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영수증은 애교다. 구제이기 때문에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옷의 안감 등에서 혈흔을 발견했다면 어떨까.

실제로 일부 구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구제 옷이 죽은 사람의 옷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에서 사망한 노숙자의 옷이라는 것. 정확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구제 옷이 무게를 달아 대량으로 수입되다 보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와 관련된 괴담도 떠돌고 있다.

대학생 A씨는 온라인 구제숍을 통해 고가의 명품 가방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가방을 멨다. 그런데 그날 밤, 꿈속에 낯선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A씨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후 이러한 꿈은 계속 반복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들이 이어졌다. 불안감을 느낀 A씨는 결국 무속인을 찾아갔다. 무속인은 A씨의 가방에 원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가방을 당장 버리라고 했다.

B씨는 구제숍을 통해 고가의 청바지를 구입했다. 그러나 기장이 길어 수선하기 위해 세탁소로 찾아갔다. 세탁소 주인은 밑단을 접다가 노란 얼룩을 발견하고는 “이거 혈흔이었던 것 같다”며 “혹시 다리를 다친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B씨는 당황하며 청바지를 들여다봤다. 그는 얼룩을 혈흔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찝찝한 기분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처럼 구제 옷과 관련된 괴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구매자의 망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구제 옷의 유통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구제의류 수입업자가 일본 미국 이태리 등지에서 수집한 중고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것과 현지에서 깨끗한 상품으로 선별해 수입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도매는 원 수입회사에서 직접 도매를 관장하는 곳과 상품을 추출해 도매를 하는 구조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류수거함 안에 있는 옷들 중 일부도 구제시장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불황에 저렴한 구제시장 북적북적
구매자 사이에 황당한 ‘괴담’떠돌아

지난 17일 구제 옷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광장시장의 구제상가를 방문했다. 광장시장 내 2층에 위치한 구제상가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쇼핑 중이었다. 그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춰봤다.

일단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구제 옷이라 그런지 듣던 대로 독특한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은 없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일 것 같은, 유니크한 스타일의 옷들로만 꽉 차 있었다. 옷걸이가 촘촘히 걸려있을 정도로 물량은 충분했다.

구제 숍마다 특징이 있었다. 가방 파는 곳, 바지 파는 곳, 니트 파는 곳, 신발 파는 곳 등이었다. 그리고 구제숍을 지날 때마다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생 이거 6만원에 줄게” “그냥 4만원에 주세요” “오케이 4만5000원, 더 이상은 안 돼”

흥정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기자의 팔을 한 판매자가 붙잡았다.

“삼촌 뭐 찾아요? 말만 해요 바로 찾아드릴게” “재킷 괜찮은 거 있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판매자는 재킷 여러 장을 펼치며 “얼마 생각하는데?”라며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라고 했다. 시장조사를 전혀 못한 탓에 얼마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묻자,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제시했다. “이건 4만원, 이건 6만원….” 가격을 듣고 나가려고 하자 판매자는 파격 제안을 했다. “오케이! 기다려봐, 6만원짜리 4만원에 줄게” 끝내 거절하자 한 번 더 붙잡고는 “오늘 첫 손님이니까 진짜 그냥 준다. 3만5000원에 가져가” 이렇게 고무줄 같은 흥정은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알아서 가격이 내려갔다. 아마 일반 의류였다면 이러한 흥정의 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구제니까 가능한 그림이었다.




재킷 등 몇몇 옷들의 가격을 물어보면서 구제 옷들의 시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시장조사가 된 상태에서 다시 다른 숍들을 찾았다. 보통 셔츠와 니트는 5000원에서 2만원 사이, 바지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 재킷류도 가죽 등 소재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었다. 쉽게 말해, 5만원을 들고 가면 적어도 최소 2∼3개의 옷을 집어올 수 있다. 물론 구제도 구제 나름. 브랜드와 상태에 따라 옷의 가치가 결정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제 옷은 딱히 하자가 없었다. 우려했던 얼룩은 찾기 힘들었다. 이왕 방문한 김에 하나라도 건지자는 생각에, 한 숍에 들어갔다. 쭉 둘러본 결과 10만원이 넘는 브랜드 니트를 2만원에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판매자에게 항간에 떠도는 괴담을 전했다.

“그런 이야기는 예전부터 돌고 돌았어요. 근데 여기 옷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그런 상품은 아예 취급을 안 해요. 그리고 저희 숍은 1주일에 2∼3번 새로운 물건들이 대량으로 들어와요. 보통 미국, 일본, 이태리 등에서 무게 달아 따오는 거죠. 솔직히 가죽제품 같은 건 잘 찾아보면 여기서 사는 게 이득이에요. 상태 좋은 거 헐값에 가져갈 수 있어요. 가끔은 택 달린 옷도 볼 수 있죠. 구제도 고르는 방법이 있어서 단골들은 A급 상품을 알아서 잘 골라가요.”

잘 고르면 횡재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옷 좀 입는다는 구제마니아들에게 구제상가는 ‘보물창고’였다. 그리고 단골들은 대부분 패션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학생, 인근 대학로에 있는 연극인들이라고 전해진다. 저렴하고 독특한 탓에 많이 찾는다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일반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늘었다고 한다. 다시는 생산되지 않는 구제 옷의 희소성 때문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류수거함 헌옷 가져가면?

의류수거함에 있는 헌옷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류수거함에 담긴 헌옷은 수거함 설치자 개인의 소유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지난 15일 의류수거함에 있는 의류를 꺼내간 혐의 등(강도상해 등)으로 기소된 장모(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류수거함 설치자가 주기적으로 옷들을 수거한 점 등에 비춰 수거함에 담긴 재활용 옷들은 설치자 소유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가정형편이 어렵고 수거함 관리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1심이 선고한 징역 3년6개월보다 형량을 낮췄다.

장씨는 지난 4월 수원의 주택가에 설치된 의류수거함에서 재활용 의류 40kg를 꺼내 갖고 이를 제지하는 의류수거함 관리자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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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