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불황에 치졸해진 조폭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17 0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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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묻은 돈까지 손대는 하이에나 형님들

[일요시사=사회팀] 건장한 조폭도 불황은 피할 수 없다. 서민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약자만 골라 등쳐먹는 조폭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푼돈에 손 벌리는 그들의 이야기. 치졸함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9일 광주 동부경찰서는 도심 하천 다리 밑에서 윷놀이 도박장을 열고 판돈을 받은 혐의로 신모(45)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에 가담한 최모(76)씨 등 9명을 불법도박 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직폭력배인 신씨 등 일당 4명은 지난 9월15일부터 11월23일까지 매일 오후 광주천변다리 밑에서 윷판을 벌여 판돈 수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인 윷판까지…
푼돈에 손뻗은 조폭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인 이들은 이미 다른 조직원이 같은 혐의로 수차례 붙잡혔음에도 수법을 따라 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확실히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 주최자, 망을 보는 ‘문방’, 도박자금을 빌려 주는 ‘꽁지’ 등으로 호흡을 맞췄다. 주로 노인이나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도박장을 열었고 이번에 붙잡힌 이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도 끼어 있었다.

경찰은 지난 10월께 윷 도박장이 개설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인근 건물 옥상에서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뒤 이들을 검거했다.


최근 들어 조폭들이 이러한 푼돈에 개입하는 일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 조폭들도 울상이다. 돈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달라붙는다. 불황에는 장사 없다. 조폭도 예외는 아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조폭들의 행태도 달라졌다. 흔히 조폭이라고 하면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요즘 조폭은 생계형 조폭이다. 난투극을 벌이는 폭력 조폭은 옛말. 일단 먹고 사는 게 먼저다.

조폭도 불황은 피할 수 없다. 갈수록 깊어지는 불황에 폭력조직이 불법대부업에 손을 뻗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조직들이 실제 불법대부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조직폭력배 검거 실적은 2003년 3309건, 2004년 3203건에서 2007년 3968건, 2008년 5411건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실적이 급증한 것은 불법대부업과 연루된 폭력조직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2개월씩 진행하던 기획수사가 하반기 5개월로 연장됐다”고 덧붙였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에 조직폭력배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타깃으로 돈을 빌려주고 살인적인 고금리를 강요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과거 조폭들이 보여 왔던 단순 폭행·협박·상해 등의 범죄유형이 점차 지능화 되면서 불법대부업 등에 손을 대 서민 등 약자의 푼돈을 건드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역다툼보다는 생계로, 조폭들의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화려한 조폭?
현실은 생계형


청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주 P파 폭력조직 단체 간부급 조직원인 A(40)씨는 도내 군 단위 지역에서 정통으로 주먹계를 장악하고 청주 폭력조직에 입성했다. 그는 조직 내에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청주는 물론이고 서울지역까지 영역을 넓혔다. 심지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거물급 조폭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인맥을 과시했다.

그러나 30대 중반 주먹을 크게 휘둘러 결국 수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됐다. 교도소 생활을 마친 A씨는 후배 조직원들의 기세에 눌려 폭력조직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는 시골지역에서 작은 음식점을 개업해 먹고 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가 폭력조직에 몸 담아오면서 얻은 것이라곤 경찰의 ‘조폭 관리대상’이 된 것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겪는 사람은 A씨 뿐만이 아니다.

돈줄 마른 조직들 노인·서민 주머니 털어 
‘돈되는 일이라면…’점조직 지능범죄 기승

청주 P파 폭력조직원인 B(39)씨 역시 조폭 생활을 접고 현재 PC방과 당구장 등에서 전전긍긍하다가 생계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대 시절 여러 차례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마찬가지로 폭력 혐의였다.

교도소에서 나온 B씨는 화려했던 시절을 회상하다 폭력조직에 다시 발을 들였지만 후배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는 각종 수모를 당한 후에야 폭력조직에서 탈퇴했다. 그 후 동네 PC방 등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B씨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이처럼 충북지역에서 현직 조직폭력배나 조직폭력 단체에서 탈퇴한 조직원들은 현재 화려한 조폭에서 생계형 조폭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반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경찰에 따르면 조직을 탈퇴한 조폭들은 대부분 무직이다. 일을 하고 있는 조폭들도 있지만 대부분 공사장을 전전하거나 지인들의 사업장에 겨우 눌러앉아 있는 형편이다. 부동산과 보험회사에 취직해 가족을 꾸려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조폭들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 주먹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일부 조폭들은 그동안 꾸준히 모아놨던 자금으로 자동차 정비업체 등 작은 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가족으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한 조폭들은 비교적 큰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조직을 탈퇴한 대부분 조폭들은 ‘세력다툼’에 개입하지 않고 먹고 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도내 조폭들의 동향을 살펴본 결과”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던 고교생들의 ‘조폭 양성’도 예전 같지 않다고 전해진다.

각목 대신 컴퓨터
적과의 동침도

이처럼 조폭 세계는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업 등을 통해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생계에 허덕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보험사기, 심부름업체, 불법 게임장 등으로 서민을 쥐어짜고 있다.


특히 이들의 범죄가 지능형 혹은 서민 밀착형 범죄로 변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다수의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경제 불황을 원인으로 꼽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흥업소나 집장촌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수입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호남지역 일파 간부였다는 A씨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조폭이 관리하는 구역의 사업장(유흥업소, 집장촌)만 잘 운영해도 조직의 자금을 그럭저럭 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조폭들의 생태계를 흔든 굵직한 요인은 2008년 금융위기다. 과거 IMF때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했지만 건설경기는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저축은행과 건설사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됐다. 즉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 브로커 및 돈세탁, 혹은 장애요소를 제거해주며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건설경기가 파리를 날리면서 지금은 거대 관급 공사나 몇몇 재개발 지역을 제외하면 돈 되는 일거리 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자영업자들로 이루어진 대형상권이 무너진 것도 한몫했다. 줄이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조폭들이 남을 만한 여건이 보장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살아있는 상권으로는 서울 동대문, 남대문 등으로서 이곳에 조폭들이 몰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2006년 사행성 게임장 집중 단속 등 경찰 수사력의 집중도 불법 유흥업소들이 대거 자취를 감추는 데 일조했다.

점조직 형태로
뭉치고 해산


이러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조폭들의 행동방식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는 나와바리(구역)의 실종이다. 과거에는 조폭들이 정해진 구역을 차지하고 지역의 이권을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지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조직원들을 동원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구역이 무의미해져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폭의 영향력이 주먹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돈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조폭들은 사실상 와해되거나 세가 많이 약해졌다.

부자조폭 vs 거지조폭
주먹계도 양극화 심화

이에 따라 자연스레 조직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돈만 벌 수 있다면 파벌은 무시됐다. 그저 친분이 있는 조폭들끼리 연락해 프로젝트 활동을 벌이다 일이 끝나면 해산하는 식으로 움직이게 됐다. 조폭도 프리랜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전직 조직원은 “파벌이 달라도 학연, 지연, 혈연, 교도소 등으로 서로 형, 아우지간으로 관계를 맺고 지낸다”며 “그러다 일거리가 생기면 서로 연락해 같이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조폭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돈맥을 수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먹고 살 길을 찾은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동대원은 사원, 간부들은 임원, 두목은 회장으로 명함을 바꾸고 회계사를 두고 회계장부를 최대한 깨끗이 운영하려 한다”며 “주로 부동산, 사채, 유통, 철거 및 경비용역 같은 부문에 진출하고, 혹은 상장기업을 인수하거나 주가조작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들은 조폭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러한 돈줄을 뽑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자금추적 및 회계조사를 할 수 있는 인력, 그리고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장기수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지능화된 범죄를 하는 조폭들은 규모가 있는 편. 경찰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반면 여전히 유흥점주, 자영업자 갈취, 보험사기 등 서민 밀착형 범죄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는 조폭들은 경찰에 꾸준히 적발된다. 사회양극화가 조폭세계에도 영향을 미쳐 빈부격차도 극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민 밀착형 범죄를 저지르는 조폭들 가운데 부유층은 거의 없다. 대부분 무직이며,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한다.

어깨와 조직만 있으면 마냥 탄탄대로인 줄로만 알았던 조폭세계. 지금 조폭들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조폭들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국 조폭 현황

216개파 5000여명 활동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 조직폭력배(조폭)가 전국에 216개파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에도 1개파가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기윤·민주당 김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전국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현황’을 보면 올해 경찰이 파악·관리하고 있는 국내 조폭은 전국 216개파 5425명이다.

경찰관계자는 “경찰이 동향 등을 파악하는 조폭의 간부급을 위주로 집계한 것이라 실제 조직원은 이보다 서너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서울·경기에 조폭이 밀집해 있었다. 경기 지역에는 31개파 893명이 운집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서울이 22개파 479명으로 뒤를 이었다. 부산은 22개파 384명, 경남 18개파 411명, 충남 17개파 288명, 전북 16개파 408명, 인천 13개파 312명, 경북은 12개파 349명 등이다. 광주·전남 지역은 각각 8개파씩으로 나타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서울·경기 수도권 밀집
부산 경남 충남 전북 순
광주·전남 갈수록 쇠약

단일 조폭의 조직원 수로는 충북 파라다이스파가 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 향촌동파(75명), 부산 칠성파(71명), 인천 부평신촌파·광주 국제PJ파(65명), 충북 화성파(64명) 순이다.

1980년대 전국 3대 조폭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고 김태촌의 범서방파는 현재 관리대상 조직원이 각각 26명과 11명에 불과하다. 광주의 OB파는 49명이 관리대상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대부분 유흥가가 밀집한 곳이 조폭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한 도시에 4~6개의 조폭이 있는 곳도 많다. 그중 전북 전주시와 익산시는 6개파씩 난립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찰에 검거된 조폭은 감소 추세다. 2008년 5411명에서 2009년 4645명, 2010년 3881명, 2011년 3990명, 지난해 3688명이다. 올해는 8월까지 1732명이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조폭의 세력이 크게 위축된 데다 폭행 등으로 검거돼도 조직원임을 밝히지 않아 조폭 검거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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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