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근혜 떠난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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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공신’이 떠났다…도대체 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연구를 위해 탈당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대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은 현 정권의 개국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가 지금 대선 1주년을 앞두고 탈당을 결심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탈당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파장 촉각
다양한 해석 나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가정교사로 잘 알려진 김 전 위원장 탈당을 두고 말이 많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야권에서는 그의 행보가 ‘경제민주화의 실종’을 의미한다며 입을 모았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6일 “지난해 선거가 끝났으니 할 일은 다 했다. 지난해부터 언제 나갈까 생각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19일 탈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탈당 자체도 큰 의미를 갖겠지만, 당선 1주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시사점이 더욱 커 보인다.

공식적인 탈당 사유는 ‘연구활동’ 이다. 그는 내년 3월 초 독일로 출국해 연구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서는 당원 신분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는 할 얘기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탈당 의사를 밝힌 뒤 경제민주화의 향방이나 현 정국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을 내놓진 않았다. 이와 달리 김 전 위원장의 측근들을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김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CBS라디오를 통해 “그런 부분(청와대에 실망)이 있다고 봐야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의 탈당 의사가 전해지면서 야권에서는 ‘경제민주화 실종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허일영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이 탈당을 결심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풀이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민주화’ 공약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토사구팽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소수 재벌’들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민통합도 사라졌고, ‘창조경제’는 ‘특권경제’가 되었다”면서 “경제민주화의 파기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가중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공약들이다”라며 “이렇게 본다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양보하고 타협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어떤 수준에서든지 실현하고자 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노력, 이제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그가 새누리당을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제기됐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멘토였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하늘이 깨져도 안철수 신당에 안 간다”며 신당행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이 독일에 장기체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취임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그동안 그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전 위원장의 탈당 소식에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했다. “김종인 전 의원이 새 정부에 대해 격려는 못할망정 의욕을 꺾는 일만큼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것.

새누리당 탈당 두고 설왕설래…“실망”관측
안철수 신당 합류설 부인 “독일서 연구활동”

김근식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전 의원이 정치적 신념이나 소신,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 의사라고 생각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공약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분으로서 보다 신중한 처신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부대변인 또 “김 전 의원은 새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를 언급하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고 급기야 언론을 통해 조만간 탈당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며 “새 정부는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라 안팎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같은 여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할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속빈 강정되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김 전 위원장이) 입당한 것도 몰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어쨌든 그 분이 많은 기여를 했고, 그때 주장했던 경제민주화 입법이 요즘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반영됐기 때문에 그 분의 충분한 역할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탈당 소식에 이준석 전 위원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개국 공신들의 ‘탈박’ 행렬이 여기서 그칠 것이냐는 점이다. 앞으로 하나둘씩 탈박 행렬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이지만 여권 내 비박 세력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당적과 별개로 이제 새누리당 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당원이고 아니고가 의미도 없는데”라는 그의 발언이 보여주는 바도 그것이다.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주창자라고 알려진,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그가 새누리당에서 역할을 찾지 못하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의 후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총선 전 김 전 위원장이 이상돈·이준석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에 합류했을 때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박근혜에게 갔다는 사실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이러한 반응에 “박근혜 대통령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소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캠프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다가 수난을 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새 정부 출범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데, 결국 중용되지는 못했다. 즉 그가 사심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는 진정성 있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박근혜 대통령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라고 말한 이유도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민주당 정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는 수구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민주당은 급진적이지 않은 정당이기에 기업권력과 타협하는 것도 우려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을 돌이켜보면 재벌을 엄하게 통제했던 이들은 군부독재자인 박정희나 전두환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주저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닌,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의지’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경제민주화 담론을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단순히 선거에 활용했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지 모르겠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들의 질적 수준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은 진정성 있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협력을 구해야 하며 누구의 반대를 감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민이 없는 정치적 과제는 실행 불가능하다. 정책 구체화에 실패한 것이다.

외부인사들의
잇단 퇴장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위해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했고 경기회복이 우선이라는 경제관료와 재벌그룹들과의 ‘전쟁’을 치를 각오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는 접어 놓고 ‘NLL대화록’ 등 이념몰이를 통해 야당과 결사항전했고 “지금은 때가 아니니 기다려 달라”는 경제관료와 재벌그룹들의 변명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새누리당 역시 UCLA 경제학 박사인 이혜훈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통령의 의중에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대통령 경제 가정교사
경제민주화 공약 주도

이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경험은 있지만 한 번도 정책적 과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모습인지 모른다. 이를 감지한 핵심브레인 김 전 위원장은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대정신을 읽는 능력은 있었지만 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로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하는 큰 정치인이 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념논쟁이 아닌 정책논쟁에 힘을 썼다면 야권은 국정원 선거개인 논란과는 상관없이 해당 법안에 대해 적극 협조했을 것이고 지지율은 김영삼 정부 초기에 버금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40∼50%를 상회하는 지지율에 미소지을 뿐이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청와대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직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단임제가 흘러가면 그 대가는 나머지 임기 동안에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김 전 위원장 탈당은 분명 큰 시사점이 있다. 역사에 오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시끄러운 정국을 풀고 정책 실현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때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정부수립 후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이다. 그는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박정희 정권당시에는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참여하면서 의료보험제도를 최초로 도입했고,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아파트 분양가 상한가를 도입했다. 그 이전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3년 당시 안영도 동화은행장에게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과거 민정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계파에 서지 않으면서도 ‘김영삼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파격을 보여 이후 김영삼 정부 때 표적사정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개인 비리가 아닌 정권의 정치 자금을 받은 것인데, 당시 ‘특정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본인이 뒤집어 썼다는 의견도 있다.

불쏘시개 되어
논의 들어갈까

김 전 위원장은 1987년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관철시킨 사람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으로 87년 제9차 헌법개정 때에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항목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거 박찬종 전 의원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미 야당의 초안에 담겨 있었다. 여당인 민정당의 반대를 꺾고 관철시켰다. 여당 의원인 김종인이 한 일을 우리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87년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이전 헌법에도 존재해 왔던 조항이며, 다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만 더 추가된 조항이다. 대한민국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변천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48년 제헌헌법 제84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

1963년 헌법 제111조 제2항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1980년 헌법 제120조 제2조항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제3항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조정한다.

1987년 헌법 제119조 제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종인은?]

▲서울 출생
▲서울 중앙고 졸업
▲한국외대 독일어학과 학사
▲독일 뮌스터 대 경제학과 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제4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서독 쾰른대학교 객원교수
▲제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제11대, 12대 국회의원(민주정의당)
▲국민은행 이사장
▲제24대 보건사회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건국대 석좌교수
▲제17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제18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가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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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