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나쁜 불륜커플 '풀스토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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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못 산다더니…공소시효 25일 남기고 덜미

[일요시사=사회팀] 15년 전 남편 명의로 된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남과 함께 전 남편을 둔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여성이 공소시효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경찰에 붙잡혔다. 25일만 더 버텼다면 조용히 보험금을 타먹으며 지낼 수 있었지만 결국 꼬리가 잡혀 죗값을 치르게 됐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1998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만취한 남편의 머리와 얼굴 등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혐의로 신모(58)씨와 내연남 채모(63)씨를 지난달 구속했다. 이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를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사고 위장

1997년 9월 강씨와 이혼한 신씨는 이혼하기 5년 전인 1992년부터 남편 몰래 개인택시업을 하는 채모씨와 내연관계였다. 신씨는 채씨를 보증인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 1억원이 넘었다. 은행으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이 들어오자 이들은 범행을 모의했다. 신씨는 1997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강씨 명의로 보험 3개를 몰래 가입했다. 휴일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 신씨는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이미 이혼한 강씨를 불러냈다. 그리고 1998년 12월 신씨는 이혼한 전 남편 강모(당시 48세)씨를 채씨 소유 그랜저 차량에 태워 군산시 외곽 매운탕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술을 마셨다. 강씨는 만취했다. 이 시각 채씨는 신씨 소유 프린스 차량을 몰고 인근 야산에 와 있었다. 신씨와 강씨가 음식점에서 나와 그랜저에 타자 채씨는 미리 준비한 둔기로 강씨의 머리를 여러 번 내리쳐 결국 살해했다.

신씨와 채씨는 숨진 강씨가 몰던 프린스 운전적으로 강씨 시신을 앉혔다. 그리고 야산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을 켠 채 약 2km 떨어진 돼지농가를 향해 차를 내려보냈다. 타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숨진 강씨의 차량은 다음날인 오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신씨와 채씨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주변 사람들과 짜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미궁으로 빠졌고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경찰은 단서를 잡고 재수사에 들어갔다.

신씨는 일명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였다. 올해 8, 9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보험금 수령 기록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신고로 사기 혐의로 붙잡힌 신씨는 전북 군산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해당 보험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도 이 내용을 알려줬다. 상습 보험사기는 숨겨진 추가 범행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는 경찰과 정보를 공유한다.

15년 전 내연남과 보험금 노리고 남편 살인
증거 없어 미제로…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

사건을 살핀 서울경찰청 강력계 장기미제전담팀은 신씨가 15년 전에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기록을 발견했다. 1998년 12월20일 오후 11시 반경 강씨는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적에 있던 강씨의 시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8%였다. 소주 3병을 마신 수치다.

사고 석달 전 강씨는 아내 신씨와 이혼했지만 사망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신씨였다. 게다가 신씨는 내연남 채모씨와 사귀고 있었다. 경찰은 신씨와 채씨가 공모해 강씨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냈을 것으로 의심했으나 이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신씨의 딸은 “사고 시각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채씨의 주변인들도 “채씨는 그때 우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사건은 미제 타살사건으로 종결됐다. 신씨는 사건 3년 뒤 보험사와의 민사소송 끝에 사망보험금 약 1억원을 수령했다.


장기미제전담팀이 이 사건 무혐의 처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담팀은 재조사를 서둘렀다. 신씨가 보험금을 수령해 미리 준비한 자녀들의 계좌에 나눠 이체한 사실을 알아냈다. 보험 가입 서류의 강씨 서명은 신씨의 필적이었다.

알리바이를 진술했던 참고인들은 전담팀의 끈질긴 설득에 “당시 신씨와 채씨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15년 전 채씨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고 2억원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참고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사고 시각에 어머니와 같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신씨 딸이 그 시각에 집전화로 어머니의 무선호출기(삐삐)에 호출한 기록을 찾아냈고 결국 딸도 허위 진술이었다고 실토했다. 전담팀은 공소시효 만료 불과 25일 전인 지난달 24일 채씨와 신씨를 구속했다.

조사 결과 신씨는 남편의 사업이 망한 뒤 채씨와 가까워지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남편 강씨 앞으로 3개 보험사에 5억75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당일 오후 7시경 남편을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채씨를 불렀다. 채씨는 승용차 안에서 차량공구로 만취한 강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내려쳐 죽인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둘은 범행 한 달 전 범행 장소를 여러 번 답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신씨와 채씨는 범행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보험금은 모두 신씨의 몫이 됐다. 최근 신씨가 저지른 보험사기가 아니었다면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묻힐 뻔했다.

드러난 진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은 7만 1930건이다. 이 중 살인은 11건, 강도는 25건, 강간은 33건이다. 올해는 1월부터 8월 사이 6846건의 범죄가 미제사건으로 종결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소시효 없는 범죄는?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종료 후 그 범죄 혐의자의 도피 등으로 인하여 검사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이 공소시효는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2010년 4월에 살인, 강도살인 등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또한 독일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나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도 계획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형법상의 내란죄,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 이적죄의 경우는 공소시효 적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만 13세 미만 아동,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 또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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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