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입장 곤란한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3: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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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방석 앉은 반쪽짜리 원장님

[일요시사=사회팀]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강행처리 됐다. 야권의 반발속에 날치기 의사진행이 이루어져  정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야당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감사원장 자리에 앉게 된 황찬현. 그는 감사원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일부 사제들의 정치발언 파문 등을 둘러싸고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당이 감사원장 인준안을 단독처리하면서 정국이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다. 장기화한 여야 대치 구도가 자칫 극한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회가 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야당 반발 속
날치기 가결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이 야권의 반발 속에 황찬현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 야당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황 원장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개최했다. 민주당 측이 ‘여야 간사 협의’를 주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 특위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단 10분 만에 처리됐다. 이어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황 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의 의지만 구현된 표결이었다. 몸싸움만 사라졌을 뿐이었다. 과정을 살펴보자면 사실상 날치기나 다름 없었다. 앞서 “여야 논의된 합의점은 존중·수용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발언은 무색해졌다.

여야의 시선은 공을 넘겨 받은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향했다. 새누리당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인사청문특위가 인사청문 내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때 국회의장이 이(임명동의안)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직권상정’”이라며 임명동의안 상정을 거듭 요구했다. 또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면 의사일정을 작성하는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여야 합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정하는 것은 관행이다”며 규정에 맞춰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본회의) 부의’로 이는 안건 심의를 위한 준비행위일 뿐”이라며 “국회 개원 이래 130여 건의 임명동의안 중 단 한 건도 직권상정이 된 사례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통합진보당도 이번 강행처리에 대해 “더 이상 귀찮게 야당의 눈치 볼 것 없이 155석이라는 의석을 앞세워 독재정권의 첨병이 되겠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강 의장은 ‘친정’ 새누리당의 손을 들었다. 본회의 처리예상안건 중 마지막 순서에 있던 임명동의안을 본회의 첫 머리로 올려 상정했다. 의원총회를 하던 민주당은 강 의장의 ‘기습상정’에 뒷통수를 맞고 급히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모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 의장은 “인사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요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법보다 관례가 우선이냐”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왔다.

강 의장은 “감사원장의 공백이 94일째 지속되고 있어 국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임명동의안을 상정한 것. 투·개표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박범계, 김광진, 서영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명패와 투표용지를 배부 받았다.

투표권 행사를 늦춰서라도 임명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강 의장이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도 “다 안 했다. 투표 안 했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빨리 투표하시라”고 한 강 의장은 세 번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 다 하셨냐”고 물은 뒤 곧장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명패와 투표 가부를 확인하는 감표위원들조차 모두 새누리당 의원으로 선정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와 관련, “달리 얘기하면, 실시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는 중차대한 선거에 있어 한쪽 정당의 참관인과 한쪽 정당의 투·개표인만 배석한 채 투표가 실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명안 강행 처리 ‘꽁꽁’얼어붙은 여의도
‘속수무책’후폭풍 정치권 강타…국회 올스톱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이 아닌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의사진행이었다며 야권의 공세를 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임명동의안 표결에 반발해 투표에 불참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특히 강 의장이 필리버스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황 내정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실시한 데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표결무효’라며 고강도 대응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 수장의 공백이 3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다만 직권상정 의혹에 대해선 “인사청문특위에서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표결절차가 끝난 안건이기 때문에 직권상정이 아니다”며 “정상적인 표결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보이콧
정국 ‘급랭’

민주당은 황 원장의 임명동의안 본회의 통과 직후 긴급 의원총회 등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에 돌입키로 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불을 붙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황 내정자를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면 직무효력정지 가처분을 강구하고 강 의장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한길 대표는 “오만과 독선, 불통에 빠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회의장의 행태를 127명 국회의원 모두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야당과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의회 폭거를 대하면서 의회 일정에 임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따라 내일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키로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 거부에 대해 “있지도 않은 관행을 내세워 관행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행위”라며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후에도 “야비하고 비신사적이고 유신회귀형 국회”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만행은 국회 치욕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황 원장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당내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해 사퇴 권고를 결의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까지 거론된 상황이다.

29일 청와대는 민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 선언과 관련해 “차질없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을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총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안팎의 여러 분야에서 지금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리논쟁 시끌…
감사원장 앞날은?

문제는 강 의장이 민주당이 요구한 필리버스터를 막은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자칫 헌정사상 최초로 임명동의안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인사청문회법은 특별법으로 국회법에 우선하는데 무제한토론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비록 새누리당 단독이지만 인사청문특위에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만큼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린 것이 직권상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단 동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온 이상 인사청문회법이 아닌 국회법을 따라야 한다고 반박한다. 인사청문회법에는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또 이 법 제19조 준용규정을 보면, ‘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국회법,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즉 이 법에 무제한토론 규정이 없다면 국회법의 무제한토론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야]‘필리버스터’만 믿다가…정국경색 최고조
[여]직권상정 아닌 정상적 절차 의한 의사진행

여기까지 보면 필리버스터를 허용했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자체를 뒤짚어질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전문용어로 책문권 포기 상실이라고 하는데, 규정 해석이 잘못됐다면 바로 지적했었어야지 ‘그런가 보다’고 해놓고 지나서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며 “결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를 뒤짚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항의했지만 (의장이) 이미 방망이 세 번 땅땅땅 내려찍는데 당시 우리가 취할 방법이 있었겠느냐”면서 책문권 포기 상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형사재판 정통
IT분야 해박

황 원장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22회에 합격하고 연수원 12기를 수료한 뒤 인천지법·서울민사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대전가정법원장 등을 거쳤다.

황 원장은 30여년 법관 생활 중 절반 가까이 형사재판을 맡았다. 그래서 형사재판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또 평소 기록을 꼼꼼하게 파악·분석한 후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003∼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 재판부 재판장으로서 대선자금 불법 모금, 유영철 연쇄살인, 굿모닝시티 비리, 대우그룹 부실 회계감사 등 대형 사건을 맡아 엄정한 판단력을 보였다.

특히 법원행정처 전산담당관, 법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등기전산화 작업을 주관, 최단기간에 최소비용으로 등기전산화 시스템을 완성·정착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로 2008년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09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0여명이 뽑은 대법관 후보 6명 안에 속한 바 있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장 시절 소년보호시설 문화축제를 열고 청소년 참여 모의법정을 지원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서 형사판결 간이화를 추진하고 국민과 소통을 위한 각종 행사를 열었다.

황 원장은 또 사법부 안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유명하다. 취미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일 만큼 IT 분야에 해박하다. 지난 1996년 출범을 주도한 정보법학회는 법관, 경제학자, IT 전문가 등 300명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사법정보화 커뮤니티 회장도 맡았다.

법관으로서는 드물게 전기, 전자 및 정보통신 등에 해박한 지식과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무 밖에서는 소탈하고 스스럼없는 성품이어서 선후배 법관 및 직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임미자씨와 슬하에 1남2녀.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황찬현 원장은?]

▲경남 마산 출생
▲마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석사 수료
▲제22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12기
▲수원지방법원 인천지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법원행정처 전산담당관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제49대 대전지방법원 법원장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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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