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의 이상한 시상식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26 09: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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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행사에 장애인이 들러리?

[일요시사=사회팀] '제10회 전국장애인과 함께하는 문예글짓기 대회 시상식'과 '제7회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시상식'이 지난 10월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하지만 장애인이 주가 되어야 할 이 시상식에서 장애인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뇌병변 1급과 언어장애 1급 등 지체장애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차강석(45)씨는 '운명에 거역하라!'라는 글로 (사)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대표 최봉실)에서 주최한 '제10회 문예글짓기 대회'에서 국회외교통일위원장상(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며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가락 마우스로 한자 한자 눌러가면서 써낸 결과물이었다.

상금은 '0원'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은 지난 2002년 설립, 장애인들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을 강화시켜 사회 참여의 기회를 증진하며 회원 상호간의 교류와 연대를 도모하고 나아가 시민 봉사 정신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차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대학교와 경희 사이버대학교 미디어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대학에 입학한 2001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위기 극복 희망 에세이 공모전' '정보화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건강한 인터넷 생활 수기 공모전' '국민카드 사이버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 관련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의 활동보조인에 따르면 차씨는 사이버 수필집을 낼 예정이며 글 쓰기 능력이 상당하다. 이런 차씨가 지난 18일 <일요시사>와 만나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해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은 지난 10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씨는 문예글짓기 대회 주최 측인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으로부터 1시30분까지 시상식 참석 요청을 받았다. 차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의 활동보조인과 함께 1시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을 찾았다.

어렵게 대상 받으러 갔다가
정치성 이벤트만 보고 귀가
며칠 뒤 상장만 착불 택배로

하지만 입구에는 문예글짓기 대회 시상식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었다. 단지 '제7회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시상식'이라는 알림판만 있을 뿐이었다.

시상식장에 들어선 차씨는 그제야 글짓기 대회 시상식과 한국장애인상 시상식이 함께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차씨는 "비록 '장애인과 함께 하는' 문예글짓기 대회라고 하지만 비장애인보다 분명 장애인이 주가 되는 행사이고 '제7회'보다는 '제10회'째의 행사가 단독 개최되든지 먼저 개최했어야 했다"며 "이럴 거라면 장애인들을 조금 더 나중에 불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금방 열릴 줄 알았던 글짓기대회 시상식은 1시간이 가도 2시간이 가도 열리지 않았다.

2시경 시작된 시상식은 글짓기 대회 시상식이 아닌 한국장애인상 시상식이었다. 약 1시간 뒤에는 '제3회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흉상 전달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과 김갑재 (사)한국자원봉사협의회 이사,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김기옥 서울시 의원 등이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을 수상했다.

글짓기 대회 시상식은 3시30분이 돼서야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차씨가 시상식장에 도착한 지 2시간여 만이다. 2시간을 넘게 기다린 차씨는 수상을 하지도 못한 채 시상식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오랜 대기시간으로 목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씨에 따르면 시상식을 찾은 장애인들은 모두 30여명. 평균 3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몇 날 며칠 발가락으로 썼는데…"

차씨의 상장은 며칠 뒤 택배로 도착했다. 착불이었다. 차씨는 3500원의 택배비를 부담했다. 부상은 없었다. 왼쪽 발만으로 몇 날 며칠에 걸쳐 A4용지 4장 분량의 긴 글을 쓴 차씨는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상장 하나 받은 게 전부다. 대상을 수상한 차씨는 이날 장애인콜택시비 왕복 5400원과 활동보조인 시급 3만4000원을 썼다.

차씨는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을 수상한 이들에게는 명예가 돈보다 중요하겠지만 어려운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돈도 중요하다"며 "일개 대학교의 동아리에서 하는 경진 대회도 10만∼200만원 정도의 부상이 있는데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에서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에 부상이 없다는 것은 장애인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씨는 또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은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과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흉상 전달식의 관중으로 장애인들을 미끼로 동원한 셈"이라며 "'장애인들의 선거권을 위해 분투한다'는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예의와 배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차별만 잔뜩 있었다"고 토로했다.

차씨는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제4조 2항과 제15조 1항의 위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단법인이라 규제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양해 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측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게 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글짓기 시상식과 한국장애인상 시상식이 함께 진행된다는 사실은 미리 공지했다. 시상식이 진행될 당시에도 사회자가 수차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택배를 착불로 보낸 것은 시상식에 당연히 와야 하는 분들이 안 온 것이고 연맹 여건상 수신자 부담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가 연맹의 생각과는 다르게 길어지고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의미를 담은 문안을 작성해 참석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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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