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 내가 조정’ 자각몽 비법 공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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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구를’ …가상섹스 파트너 맘대로

[일요시사=사회팀] 88만원세대에서 이제는 삼포세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동력인 젊은이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다양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논란이 된 ‘자각몽’은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욕구를 꿈에서 실현할 수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자각몽’이 열풍이다. 자각몽이란 ‘자신이 꿈속에 있다고 느끼면서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을 마음대로 조절해 자신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다. 때문에 암울한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자각몽을 현실도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각몽에 의존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꿈을 지배한다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을 우리는 자각몽이라고 한다. 루시드드림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태는 1913년 네덜란드의 내과의사 F.V.에덴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꿈을 꾸면서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각하지 못하고 꾸는 꿈의 내용에 비해 현실적이며, 일관성이 있다. 또 꿈을 꾸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수면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차이가 거의 없다.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꿈을 꾸는 동안 갑자기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의 색깔까지도 생생하게 자각할 수 있다. 깨어나서도 꿈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꿈속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을 직접 하게 되지만 진행되는 과정을 완전하게 통제하지는 못한다. 거짓각성은 이와 비슷하게 생생한 꿈을 경험하지만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는 못하며, 깨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인식한다. 문제는 현실 도피 수단으로 의도적 자각몽에 빠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 A(25)씨는 취업준비 때문에 수개월째 밤잠을 설쳤다. 날로 심해지는 스트레스에 수면장애까지 겪었다. 숙면 방법을 검색하던 A씨는 우연히 자각몽을 겪은 사람의 후기글을 접했다. ‘꿈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설명에 A씨는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각몽 조절 방법을 검색해 경험자들의 글을 토대로 매일 아침 꿈 내용을 기록하는 ‘꿈 일기’도 작성했다. 어느 날 A씨는 자신이 자주 찾던 번화가를 걷는 꿈을 꾸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당시 감각은 생생했다고. A씨는 “꿈속에서나마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며 “원하는 여성과 성관계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각몽을 자주, 오래 꾸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도피 수단으로 이용
우울증·무기력 부작용도

자각몽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꿈에서나마 자유를 만끽하려는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루시드 드림’(자각몽의 영문 명칭) 카페에는 10만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주로 인터넷 카페에서 자각몽 방법을 습득하고, 자각몽 성공 체험담도 꾸준히 올리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 카페의 게시글 내용을 종합해보면 자각몽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것. 그리고 자각몽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첫 단계는 딜드다. 딜드는 평상시 꿈을 꿀 때, ‘아! 이거 꿈이구나!’ 꿈을 자각하는 것이고, 자각몽으로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꿈을 꾼 직후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면 자각능력이 길러진다.

다음 단계는 와일드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 온몸에 힘이 빠질 때까지 복식호흡을 한다. 그럼 마음이 안정된다. 그때 시각화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잠들면 된다. 이렇게 이완기가 끝나면 과도기가 오는데 이때 꿈을 꾸는 공간을 상상해서 둘러보면 된다. 그리고 안정기로 접어드는데 이때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자각몽에 성공하기 위해서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이 있다. 꿈이다 보니 높은 건물에서 쉽게 뛰어 내릴 수 있는데, 높은 건물에서 자주 뛰다보면 현실에서 우울증을 앓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자각몽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자각몽 속에는 항상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명 ‘디스맨’, 자각몽 매니아들은 다 알고 있는 인물이다. 꿈의 감시자라는 말도 있다.

자각몽에서는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걸 조절할 수 있지만 디스맨만큼은 건드릴 수 없다. 꿈속에서 디스맨은 죽일 수 없다. 만약 디스맨을 건드릴 경우 디스맨은 꿈꾸는 자를 죽이거나 추방시킬 수 있다고 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자각몽 경험자들은 디스맨의 몽타주를 기억하고 서로 공유하고 있다.

자각몽을 경험한 자들이 하나둘 늘면서 이와 관련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꿈 일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알람이 달린 메모장 앱, 잠이 든 상태에서 의식만 깨운다는 특수 알람 앱 등이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 앱은 인체의 뇌파에 따른 수면 사이클을 분석해 특정 시간대마다 알람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수면 중 자각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렘수면 주기를 계산해, 특정 타이밍에 주기적으로 알람 소리를 들려주면, 꿈을 꾸면서도 이를 자각할 수 있다는 것. 램 수면이란 깨어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상태를 말하며, 이 상태에서는 뇌의 신경 활동이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한 꿈을 꾸게 된다.

우선은 자신의 수면 습관을 정확히 파악해야 자각몽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알아야 할 내용은 자신이 잠자리에든지 얼마 만에 잠이 드는지, 몇 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는지, 어떤 형태로 수면을 취하는지 등이다.

‘루시드 드림’카페 유행
성공체험담 등 경험 공유

수면 습관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본인이 실제 수면에 들어가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예상해 알람 설정을 하게 된다. 이 때 잠을 자는 상황이 깊은 숙면을 취하는 상황인지 낮잠을 자는 상황인지도 입력을 해야 한다.

이 앱이 자각몽 마니아들에게 널리 퍼지면서 앱 사용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실제 자각몽을 꾸었다는 사람도 있고, 자는 도중 환한 불을 보는 등 특정한 현상이 있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다만 알람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자야 하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자각몽에 열광하는 까닭은 힘든 현실과 삶의 고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취업과 결혼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현실을 도피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쉽다”며 “자각몽은 근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한번 경험한 젊은이들은 자각몽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각몽 유행은 자아를 실현하고 현실을 바꿀 가능성을 차단당한 젊은이들이 상상적으로 자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비한 체험

자각몽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무리한 자각몽 시도로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거나, 자각몽에 몰입하다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자각몽 속에서 지나친 일탈행위를 하다 정서불안에 빠질 위험도 크다. 인터넷에서는 ‘꿈에서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등의 체험담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자각몽은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이나 악몽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치료법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각몽을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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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