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몸사리는 황교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1: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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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잡으려다…“역풍 맞을라” 조심조심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정국. 그 후폭풍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몰아닥치고 있다. 청와대와 교감 의혹을 받고 있는 황 장관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여야의 공방이 예상됐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을 빚어 앞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후 황교안 법무장관은 채 전 총장에게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고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9월 28일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채동욱 사태 이후
정치권 공방 확산

채 전 총장의 전격 사퇴로 격양된 검찰 내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황 장관이 일선 검사들에게 해명 이메일을 보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황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채 전 총장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황 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오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불행스러운 사태가 있었다”면서 “총장 본인의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돼서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장관으로서 법무부 부서 중 사실확인 기능이 있는 감찰관으로 하여금 사안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는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하여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결국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장관의 이메일을 받은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검사는 “채 전 총장 사퇴는 역사상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 때문인데 언론보도를 탓하는 것은 책임전가”라며 “만약 ‘윗선’의 감찰지시가 있었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걸고 막았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는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데 (황 장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혼외자 의혹 감찰 지시…고의적 흠집내기 지적
총대 멘 모양새…김기춘-홍경식 막후서 뒷짐?

지난 24일 검찰에 따르면 황 장관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고검장급 간부들을 만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듣고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국민수 차관을 비롯해 임정혁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5명,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검장급 9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검찰 구성원들과 조직 안정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앞서 준비 단계로 진행 중인 진상규명 조사와 관련, 명확히 확인된 성과가 없어 채 전 총장의 협조가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강제조사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이 본격 시작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 장관은 최근 상황과 관련해 어쨌든 채 총장의 의혹이 신속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일선 검찰청의 분위기 등 고검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회동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전했다.


야당 3인방 경질 촉구
김기춘-홍경식-황교안

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는 사전에 알지 못했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채 전총장이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황 장관의 감찰지시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 청와대의 허가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와 청와대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채 전 총장이 그동안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곽상도 수석은 검찰을 컨트롤하지 못해 경질됐다.
곽상도 수석 후임으로 온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을 제어하기 위한 카드였다. 곽 수석이 채 전 총장 보다 연수원 1년 후배인데 비해 홍경식 수석은 6기나 앞서는 대선배다.
황교안-홍경식 라인의 맨 위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 명 모두 공안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기춘-홍경식-황교안 라인이 만들어진 지 6주 만에 임기를 4분의 1도 채우지 않은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내려온 셈이다.
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법무부-조선일보의 삼각편대가 벌인 채 전 총장 사퇴압력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사전정지작업으로 임명된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은 자진사퇴하시라. 국정원 사태 덮으려고 검찰의 독립성마저 무너트린 황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며 3인방 경질을 촉구했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설’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 혼외 아들설 보도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남재준 국정원장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국의 주요한 고비 고비에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서는 입이 없다며 밖에다 말을 하는 일이 없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 조직이니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 할 것이다.

참석한다더니…사개특위 15분 전 불참 통보
민주당 사개특위 “탄핵 또는 해임안 검토”

그러나 이럴 경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청와대의 의중을 헤아려 수사를 하는 구태를 벗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검찰이 칼을 마구 휘둘렀을 때 어떤 모양새가 빚어지는지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중요한 대부분의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감한 검찰개혁은 이런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정권의 뜻에 반했던 채 전 총장이 낙마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장이 옴에 따라 검찰 독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황 장관 불출석으로
여야 사개특위 파행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부당한 감찰 지시로 지탄을 산 황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 돌연 불참했다.
특위는 그간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뒤 특위를 끝내려 했지만 황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됐다. 결국 이날 회의는 속개되지 못했다. 여야는 사개특위 활동시한인 3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황 장관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황 장관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다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된 뒤 속개되지 못했다. 당초 출석하기로 했던 황 장관은 '성남 보호관찰소 관련 긴급 민원'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회의 15분 전이었다. 여야는 특히 황 장관을 상대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등 검찰 현안에 대해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야당은 최근 불거진 채 전 총장 사찰 의혹 문제를 검찰 독립성과 연계해 추궁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황교안 장관은 회의 시작 15분 전만 해도 나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고 불출석했다”며 “국민들은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이 적법했는지, 또 서울고등법원이 국정원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강제기소한 것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어했다. 황 장관은 이 대답을 하기 싫어 안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하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니 장관도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답변해야 할 장관이 불출석 통보하는 현실을 집권여당이 방기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춘석 의원은 “황교안 장관에게 왜 출석 안 했느냐고 물어보니 성남보호관찰소에 급히 갈 일이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일이냐”며 “국회의 권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당 의원이라면 황 장관이 왜 안 왔느냐고 묻고, 빨리 연락해 출석하라고 해서 정상 운영시켜야 맞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황 장관의 불출석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날 사개특위 회의는 지난 6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을 하는 자리인 만큼, 황 장관의 출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전직 공안검사 출신
대표적 공안통 유명


염동열 의원은 “황교안 장관의 불출석이 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시적으로 마련된 사개특위 보고서 채택 자리가 (출석 문제로) 본말이 전도되어선 안 된다”고 했고, 홍일표 의원도 “법무장관이 아닌 차관이 나왔다고 해서 회의가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출석 안 했다고 회의를 연기하거나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사개특위 유기준 위원장도 “황 장관이 오전에 출석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가급적 출석을 하라고 했는데, 조금 전 못 오겠다고 통보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단 여야는 정회를 한 후, 간사간 협의를 통해 황 장관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회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무부 장관인가…

황 장관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법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불리는 전직 공안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으로 곧바로 승진하지 못해 공안 검사라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기수 문화가 철저한 검찰에서 동기인 한상대(사법연수원 13기) 전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2011년 8월2일 인사적체와 신임 검찰총장의 부담을 덜고자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물러나고 2011년 9월19일부터 2013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근혜정부의 제63대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 황 장관은 지난 3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때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이 사건 범행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가석방 절차에 제동을 걸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가석방 신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1980년 징병 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역(5급)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 당시 “병역법상 대학생의 경우 24세까지 징병검사 연기가 가능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졸업년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하는 관례에 따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지난 2월 <TV조선>에 출연해 “1983∼84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납니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장관이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을 받은 이듬해인 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황 장관의 장남 황성진은 2009년 육군 35사단에 사병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황교안 장관은?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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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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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