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퇴’ 채동욱 '청와대-국정원-보수언론' 토끼몰이식 마녀사냥에 당했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8: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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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았나?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검찰총장이 결국 중도사퇴 했다. 최근 그를 둘러싼 ‘혼외아들’ 논란이 문제였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말하고 대검찰청을 떠났다. 그러나 ‘혼외자 논란’은 표면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핵은 따로 있다.




지난 6일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보도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후 9일 <조선일보>는 후속기사에서 ‘혼외아들 의혹’을 재언급했다. 이에 채 총장은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며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인 명의 정정보도 청구서를 조선일보에 정식 접수했다.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는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혼외아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취임 163일 만에…
12번째 중도사퇴

지난 13일 법무부는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날 대검청사 총장실에서는 전 간부진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다. 구본선 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채 총장은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감찰관에게 맡겼다고 발표했지만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 감찰관은 지난 7일 출국해 채 총장의 혼외자녀 논란 진상조사 지시 결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무부는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감찰관실에서 나름의 조사방법으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찰의 불행한 역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배재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 회귀,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현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의 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주역인 원세훈 김용판 두 피고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기소를 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검찰총장 교체론이 솔솔 나온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이어 “실제로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검찰의 기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권의 기류를 확인시켜 준 바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호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이 사퇴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논쟁으로 인해 원활히 그 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사의 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채 총장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은 공정한 판단으로 조속히 의혹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대변인은 검찰에 “채 총장의 사퇴에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국민만을 바라보며 직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린 지 1시간 만에 채 총장이 사의를 밝혔다”며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할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전격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국정원 관련 검찰 수사가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채 총장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찰 지시가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검찰로 회귀?
우려 목소리 높아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인선·검증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조차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 같다”고 채 총장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는 그만큼 청렴했다. 지난 4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채 총장의 청문회는 정책검증에 집중됐다. 그만큼 병역 등 개인비리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당시 채 총장은 검찰개혁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부정과 비리를 단죄하는데 어떤 성역도,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의지를 연달아 강조했다.


‘언행일치’, 채 총장은 취임 직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된 대선 개입 의혹을 담당하는 특별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첫 시험대였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권의 시녀’라는 별칭까지 달았던 ‘검찰’의 개혁이 그의 손에 달려 있었던 것. 수사기간 동안 채 총장은 공개적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외압을 막고 수사팀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검찰은 수사팀의 의지대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와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검찰이 생각했던 사전구속영장은 청구할 수 없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해 불구속 기소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며 “그 검찰이 이명박 정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 정부와 국정원 대선 개입의 무관성을 은연 중에 못 박기도 했다.

‘혼외자 의혹’법무부 감찰 소식에 사표
검찰 안팎선 외부세력의 ‘흔들기’의심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선 긋기에도 채 총장은 흔들림 없이 다음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에 “당초 시효 완성시점이었던 10월을 목표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채 총장의 뜻대로 검찰은 뚝심있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몰아쳤다.

미납추징금 환수팀은 지난 7월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류하고 일가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주거지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가로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사업체들도 수색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국씨를 통해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웃도는 1703억원의 추징금을 자진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채 총장의 ‘혼외 아들설’이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그의 행보도 위기를 맞았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자진납부에 기뻐할 새도 없이 채 총장은 ‘혼외 아들설’을 해명하고 ‘유전자 검사’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의혹을 바로잡으려 노력했지만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엔 채 총장도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한다는 공식 발표를 한지 1시간 만에 ‘사퇴’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가 취임한 지 꼭 163일 만이었다.

청문회를 칭찬회로 만들었던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전두환 미납 추징금까지, 파란만장한 5개월을 끝으로 검찰총장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선일보 상대로
소송은 계속 진행

정국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다시 냉각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채 총장의 사퇴 이유가 된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검찰 흔들기’로 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채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해서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이 확실하게 퍼지고 있다”며 “국가정보원 수사와 검찰 수사 흔들기 종결판”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권력기관 장악으로 국민공포시대를 만들고 국정원 개혁을 흔들려는 새누리당 정권의 음모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여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사적인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권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치권의 자의적 해석과 주장이 오히려 일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대적으로 이같은 의혹 제기가 나온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인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평가는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며 “어떤 때는 공인의 사생활까지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공인이기에 사생활 역시 공적 성격이 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각 언론도 입장이 다르다. ‘사생활 관리’를 공직자의 의무로 보는 곳도 있는가 하면,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곳도 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이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을 내보낸 다음 나머지는 여론에 맡겨 마녀사냥을 당해서 내려오면 좋고 아니면 흠집 내기 정도로 만족하는 식의 몹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

누구 위한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이번 채 총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로는 ‘혼외아들’ 의혹이 원인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촉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의 댓글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댓글 작업을 지시한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구속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


채 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황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은 물론, 구속도 무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장관과 총장의 의견 대립은 그대로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어졌다. 채 총장이 수사를 무리하게 지휘했다는 의견과 검사로서 용기있는 수사였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누가 채동욱 밀어냈나 “진짜 배후는?”
사전 각본대로…철저한 시나리오 냄새

우여곡절 끝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기로 절충을 봤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 검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검찰 수사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채 총장은 감찰을 지시하며 강경 대응했다. 누군가가 수사 결과를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유출했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와 청와대 등 해당 문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돼 있었던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특정인의 이름이 유출자로 지목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번 보도의 내용을 두고 누가 제보했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경찰이나 국정원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두 기관 중 한 곳이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서 정가엔 검찰의 타깃인 경찰과 국정원이 채 총장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누군가의 제보나 정보 없이 나온 기사라 볼 수 없다”며 “거물급 인사의 사생활을 아무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야권은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고, 여권은 채 총장의 수사 지휘가 야당 반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노골적으로 채 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검찰총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였지만, 그 배후에는 국정원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채 총장은 세종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24회)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1988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 수사기획관, 법무부 법무실장,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별수사통’인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와 5·18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에버랜드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굵직굵직한 대형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군 법무관 시절 고등학교 동창인 양경옥씨와 결혼해 슬하에 2녀를 뒀었다. 하지만 2009년 패혈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앓던 22세 큰딸을 잃었다. 채 총장은 평소 자녀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채동욱 총장은?>

▲서울 출생
▲세종고 졸업
▲서울대 법학 학사·석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부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부패방지위원회 법무관리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제18대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제42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39대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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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