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그 많은 일본산 수산물 어디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4:51:17
  • 댓글 0개

‘방사능 공포’ 아이들 급식 무방비

[일요시사=사회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방사능의 영향으로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산시장은 울상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에 일본에서 수입한 수산물이 이미 1만8000여 톤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일본산 생선들은 도대체 어디로 갈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괴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제스처는 그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들었을지라도 이미 수입된 물량은 어디론가 수급되고 있다.

국민 97% “불안해”
정부 “괴담” 일축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 탓일까. 노량진 수산시장은 예전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밝은 대낮에도 환환 조명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수산물을 찾는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 기자가 수산시장을 한 바퀴 돌며 수산물들의 원산지를 확인해본 결과 일본산으로 표기된 수산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입산의 대부분은 중국, 노르웨이 등이었고 국산은 부산, 남해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수산업자들은 표기된 원산지가 사실이라며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태, 고등어, 대구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생선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생선들이 우리 아이들의 식판에 무분별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교와 더불어 군대 등 공공기관에 수산물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조류독감 때 군부대에 닭요리가 많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수산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절대 생선 및 젓갈류는 먹지 마세요. 생선회 역시 먹지 마세요. 일본 방사능 수증기 유출되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기형 생선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생선들은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으로서, 국산으로 속이고 팔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주변국들은 일본산 수입 전면 금지를 시켜놓은 상태이고 우리나라만 바보같이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어, 표고버섯이 피해야 할 1위 식품군입니다.”

‘누가 찾나’수산시장서 일본산 희귀 현상
올 상반기 수입량 1만8000톤 “모두 소비?”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에 수입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세슘은 대부분의 수산물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수산물을 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에서도 재확인됐다. 놀라운 것은 명태 등의 수산물뿐만이 아니라 표고버섯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과 정의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96.6%가 ‘일본산 수입식품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 수준이다.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매우 불안하다’ 69.2%, ‘불안한 편이다’ 27.4%에 달했지만,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먹거리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70.6%)으로 나타났으며, ‘방사능 환경오염’이 12.0%, ‘국내 수산물 시장 피해’ 8.1%, ‘사회불안감 확산’ 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93.1%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반면, ‘적절하다’는 4.6%에 그쳤다. ‘급식조례 제정 등을 통한 학교급식의 방사능 오염 검사 의무화’에 대해 89.1%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7.2%만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향후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38.3%가 ‘일본산 농축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4.5%가 ‘전수검역 등 검역 강화’, 24.1%가 ‘미량이라도 방사능 검출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대표의원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일본산 수입식품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 여론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검역강화 등 일본산 방사능식품 안전대책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능이 급식으로
식재료 무방비 상태

지난 7월 22일 일본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참사 핵발전소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물 120만t에서 kg당 9000∼1만80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높다. 원전의 오염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또한 오징어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참사가 난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한다.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BEIR 7의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방사능에 피폭되면 그 피폭된 양에 비례해서 암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결론이다. 따라서 국가마다 다양하게 설정되어있는 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인 것이다. 세슘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축적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100mSv 이하의 저선량 피폭으로도 백혈병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리고 피폭의 대부분은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 80∼95%를 차지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명태 5446t이 국내로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명태의 93.4% 이상이 일본산인 셈이다. 방사성 물질 세슘 검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량이 18배 증가하고 고등어·명태 등 ‘허용 기준치 미달’을 이유로 무차별 유통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유은혜 국회의원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은 학교 급식에 대량으로 납품됐다. 원산지를 둔갑시킨 일본산 수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된 것이다. 때문에 안전한 급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들은은 성인과 달리 방사능에 매우 민감하다. 아이들은 미량의 세슘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DNA가 받은 영향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연령이 낮을수록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며 이에 따라 암 발생률도 더 커진다.

방사능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은 암(갑상선암, 유방암, 백혈병 등), 유전질환(선천성 기형, 사산, 유산, 지능저하, 불임), 심혈관질환(심근경색), 그 외 신장염, 폐렴, 중추신경계질환, 백내장 등이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방사능오염물질의 심각성을 도민에게 인식하게 하고 도내 학교 급식에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을 사전 차단,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간한 조례안’을 발의 심의중이다.

‘조류독감 때 닭요리처럼…’
학교·부대에 밀어내기 의혹
명태·고등어 메뉴 부쩍 늘어

지난달 26일 서울특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 대공청회’에서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대교수는 “정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방사능에 의한 식품 오염 문제는 앞으로도 수십 년 정도 지속될 장기적인 문제이니, 정부나 교육기관 등은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음식으로 인한 피폭량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일본산 방사능 식재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직까지도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이 방사능 식재료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게 큰 문제”라며 “농산물의 경우 농약 잔류검사를 하지만, 방사능 잔류검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관계당국 및 기관이 방사능 잔류검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사능 측정기계를 신속히 도입해 학생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를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협의해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조례의 주요골자는 학생 및 학교 기관에서 급식으로 제공하는 수산물들에 대해 주요 핵종인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및 스트론륨, 플루토늄의 정기 검사를 연 4회 이상 실시,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유효자리 한자리까지 공개하고 학부모에게 통보, 학생 및 학교 기관의 급식 관련자들에게 정기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의 실시 등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들은 대부분 이 조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예산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방사능 측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1대당 약 1억4000만원의 기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권역별로 나눠 쓴다고 해도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 앞에 예산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학부모들의 우려
급식조례안 추진

이러한 서울시의 움직임에 최근 충남과 광주도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강원도도 조례 제정 움직임이 있다. 이 문제는 여야 구분이 없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조례가 통과되어 실시된다고 해도 수산물 전수검사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모든 수산물을 일일이 다 검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이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가 하교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오늘 반찬은 뭐 나왔니?”라고 한다. 아이의 입에서 ‘고등어’ ‘명태’ 등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에 항의해보지만 학교 측은 교육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식소의 영양사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식단을 먹는 교사들, 특히 기혼 여교사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영·유아들의 급식도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녹색당 김현 사무처장은 “식품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급식소는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 서울형 어린이집 50군데 중 단 3곳만 원산지를 공개했다”며 어린이집 식재료 또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이들 급식은 무방비 상태다.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이검사를 하는 곳은 성북구청이다. 성북구청은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생선 파쇄 측정이 아닌 공기 측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수산물 식자재 수급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도시락을 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묵묵부답이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원전이 터졌다면 과연 일본은 어떻게 했을까. 단순히 수입금지 처분으로 끝냈을까. 아마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나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 눈치를 보며 수입금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관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입된다는 건
수급됐다는 것

정부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기준치를 운운하며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산 농산물, 공산품에 대해서는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나와도 바로 반품한다. 반면 수산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정부 스스로 이중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는 국정원, 이석기 등 정치적 사안에 포커스가 집중돼 있다. 물론 정치와 삶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먹거리 문제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일본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 국민들의 불안을 씻겨 줘야할 것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결의안
“방사능 공포 가실 때까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일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및 식품 안전조치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명백히 오염됐거나 개연성이 높은 식품들에 대한 수입 기준 강화, 전수조사 시행, 원산지 표시 감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사능 유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의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대표 발의

이어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라도 체내에 축적되므로 섭취하는 양과 빈도 및 섭취 주체의 연령과 건강상태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며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인체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그 양이 적다고 해서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될 우려가 있는 것을 안이하게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