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론 휩싸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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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는 ‘경제수장’ 언제까지 버틸까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원점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우선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제라인의 문책론이 정치권으로 퍼지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경질론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를 천명하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경제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질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의 틀을 짠 현 부총리는 야당으로부터 ‘세금폭탄 원인 제공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세제개편안 역풍
여야의 화살까지

지난 8일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4일 만에 입을 연 박근혜 대통령은 중산층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소득세 추가 부담 기준선은 당초 연소득 3450만∼7000만원에서 5500만∼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 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 이렇게 됐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서민·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된 현 부총리가 경질론에 휩쌓였다.

이렇게 세제개편안이 고개를 들자 야당은 날을 세우고 현 부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보다 못한 여당 일부 의원도 가세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지난 13일 민주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에 대해 “부자감세 철회 없이 서민·중산층 증세라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며 “조삼모사식 국민 우롱 수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세제개편안 논란…결국 고개 숙인 부총리 
부정적 여론 확산되자 급수정 ‘우왕좌왕’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벌ㆍ부유층 보호 경제정책을 펴온 현 경제라인에게 ‘원점 재검토’를 맡길 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살필 새로운 팀을 기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중산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벌 보호를 주도해온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등 현 경제라인에 원점 재검토를 맡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중산층ㆍ서민 세금폭탄저지 특별위원회’는 이날 장병완 정책위의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련한 수정안은 말 그대로 졸속대책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서민계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기조 철회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새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위 제2정조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현오석 부총리와 조 수석은 스스로 사퇴해주길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조 의원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결국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국민이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믿고 가는 길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팀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피하기 힘든 경질론

새누리당은 정부의 세제개편 수정안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 때 공약한 복지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수정안을 검토한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복지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함께 세제개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기초연금,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을 (현재 재원으로) 다 할 수 있겠느냐”며 “복지를 하려면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증세 문제를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당론을 모으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현 부총리는 고소득 탈세자에 대한 추징 의지부터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정부 경제팀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거위털 뽑기’라며 국민들 기분만 상하게 한 조 수석은 즉각 경질 대상”이라고 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현 경제팀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개석상에서 사퇴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저항 한숨 돌렸지만…거세지는 압박
야당에 여당까지 날선 비판 “사퇴 촉구”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임명된 지 5개월로 한창 일을 해야 할 시점인데 문책론은 적절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원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규정했던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아직 거기(경제팀 문책)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여당 내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울 경우 경질론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청와대는 경제팀 문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체설이 제기된 현 부총리에 대해 “열심히 해오셨다”며 재신임 한 바 있다. 조 수석 역시 이달 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교체 명단에서 빠졌다.

그간 경제팀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대통령 최대 공약인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주도해 온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경제팀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란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제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사실 역시 간과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세제개편안 수정안의 향방에 따라 경제팀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경제팀이 세 부담 논란이 촉발된 중산층의 불만을 조기에 효과적으로 달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점 재검토’
청와대의 고민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현 부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친 이른바 ‘KS’ 출신이다. 대학졸업 직전인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관가에 입문했다. 76년부터는 경제기획원(EPB)에서 일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짜고 거시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핵심 부서인 경제기획국(현 경제정책국)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부서는 수많은 장관급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 부총리는 주로 경제정책국에서 일했지만 예산실 심의관을 지내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평소 합리적이고 온화한 스타일로 업무에 있어 매우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을 짤 때도 기존의 틀을 넘는 창의적인 접근법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관료 생활의 끝자락은 평탄하지 않았다.

문제는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한 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국고국장으로 전보됐다. 당시 ‘윗선’과 코드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현 부총리의 주변에선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의 성격 때문으로 판단했다.

현 부총리는 2000년 세무대학장에 부임했으나 세무대학이 폐교하면서 면직돼 공직을 떠났다가 2001년 9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특별보좌관에 위촉됐다. 당시 현 내정자는 진 념 전 부총리에게 무보수로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02년부터 약 6년간 한국무역협회의 무역연구소장을 지냈다. 사실상 야인 생활을 하던 현 부총리는 정부 밖에 있었지만 민간-정부의 경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실제 현 부총리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4년 FTA 민간자문회의 위원, 2007년 관세청 FTA추진위원회 위원장, 2008년에서 2009년엔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단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되면서 관가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는 임기 3년을 마치고 지난해 1년 연장하면서 4년간 KDI를 최전선에서 이끌어왔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유로존의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침체로 이어지는 기간을 KDI 원장으로서 보낸 만큼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관직을 10년 이상 떠나 있었지만 고차원의 정책감각을 보유하고 현안에도 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력 때문이다.

현 부총리 내정 당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의 마지막 공직이 고작 ‘1급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에는 관행적으로 차관이나 다른 부처 장관을 거친 인물이 경제부총리에 임명돼 왔다.

바람 잘 날 없는
박근혜정부 내각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정부 안팎에선 현 부총리가 경제정책이나 흐름을 짚고 분석하는데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고, 항상 미래를 내다보는 자세와 거시경제에도 밝기 때문에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우여곡절 5년 만에 경제부총리에 오른 현 부총리는 ‘박근혜노믹스’를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첫 작품인 세제개편안이 강한 역풍을 맞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서민·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13일 세제개편안이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이 확산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현오석 부총리는?

▲충북 청주(64세)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1973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89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1993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
▲1999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 실장
▲2000 재정경제부 세무대학 학장
▲2002 연세대, 고려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2004 FTA 민간자문회의 위원
▲2008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2009 제13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민간위원
▲2012 세계은행 지식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기사 속 기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취는?

현오석과 함께 사퇴 압박

개편 세제 수정 논란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함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니 세제 개편안 사태에 대해 두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조원동 수석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등을 두루 거쳐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조 수석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부동산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기획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과 사무차장도 지냈다. 2011년에는 조세연구원장으로 선출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조 수석은 현 부총리와 개인적인 인연이 적지 않다. 현 부총리는 조 수석의 경기고 6년 선배이면서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현 부총리가 행시 14회로 23회인 조 수석자보다 9회 선배로 공직에 진출했으며 둘 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20년 이상 크고 작은 경제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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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