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 성형 외상시대 천태만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1: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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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터 대고 돈은 나중에

[일요시사=사회팀] 성형공화국,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국제미용성형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13.5건의 성형수술이 이루어진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세계 1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일까. 이제는 대출까지 받아 성형의 문을 두드린다.



경제발전과 여성 사회진출의 급격한 증가는 성형수술이 보편화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 사회진출이 늘며 이들의 능력과 더불어 외모 또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성형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수많은 성형외과를 탄생시켰다. 이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여성들도 외상으로 성형을 하는 ‘성형대출’의 시대가 왔다.

외모도 경쟁력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최근 불법 브로커와 손잡고 환자를 유치해왔던 강남 일대 성형외과 27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의료법을 어기고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알선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불한 수수료가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7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른바 ‘성형대출’ ‘후불제성형’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진 것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은 성형을 위해 돈을 모으거나 아예 포기한다. 잘 살기 위해서는 예뻐져야 한다. 뿌리깊은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성형공화국’에서 얼굴은 곧 힘이다.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부위 성형수술을 받고 그 비용은 나중에 갚는 방식의 후불제 성형, 즉 성형대출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고금리다. 비싼 이자는 불만족스러운 외모만큼이나 감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대출은 알게 모르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아마 ‘텐프로’ ‘쩜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최상급의 외모를 자랑하는 유흥업소 여성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러나 자연미인은 드물고 대부분이 성형미인이다. 수준급의 외모가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뻐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류계에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바로 ‘성형브로커’다. 이들은 성형외과병원과 손잡고 수수료를 챙겨먹는다. 15%에서 40%까지 주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유흥업소 여성들은 성형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병원 측은 여성들에게 “아는 언니들 소개시 40%를 준다”는 식으로 떡밥을 던진다.

사업부 두고 대대적 마케팅
단골 접대부 브로커로 활동

강남의 유흥주점에 종사하는 A(29)씨는 “5∼7년 전 병원이 유흥업소 여성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황당한 건 아예 성형브로커로 ‘전업’한 유흥업소 여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좀 찼거나 일을 그만두려는 여성이 많이 택했다. 이들은 1000만원어치 수술을 받을 사람을 소개하면 최소 200만∼400만원까지 수수료를 받는다. A씨는 “언제부터인가 마담들이 언니(종업원)들에게 수술을 시키려고 안달나기 시작했다”며 ”여기만 고치면 좋을텐데 조금 손보면 네가 가게의 1인자가 되는 건 충분하다”는 식으로 성형의 달콤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아예 대놓고 ‘넌 성형 좀 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유흥업소 여성들이 성형을 앞날을 위한 ‘투자’라 여기며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화류계에서 이렇게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그들만의 성형마케팅이 이제는 기업화되며 ‘무이자 성형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성형외과에 번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고금리 일수상품이다. 이들은 병원과 기업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성형수술비 1000만원당 최고 4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처음엔 무이자라는 명목으로 2달여 동안은 이자를 받지 않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하면 이후 월 20%정도의 폭탄 이자가 붙는다.

A씨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게 뭐냐면 성형하고 금방 예뻐져서 빨리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60일안에 수술하고 부기 빼고 다시 1000만원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뚝 떨어지자 종업원들의 수입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결국 수술비를 제때 갚지 못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12개월 분납으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혹 했던 B씨(27)는 C씨(32)를 소개 받았다. 처음엔 800만원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원금과 이자를 합치니 1000여만원이 넘었다. 뒤늦게 후회하며 스스로를 원망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돈 없는 학생에 후불제 권유
대출 알선에 다단계식 영업도


특히 20대 대학생들은 성형대출 후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큰 목돈을 마련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성형대출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반 양성적인 상태다. 성형외과 관계자들과 브로커들은 블로그 및 카페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며 성업중이다. 화류계에서 일반인에게 넘어간 것이 가장큰 문제인 상황이다.

한 성형대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여대생이나 직장인들도 성형수술을 위한 목돈이 없어 이런 대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졸업이 최종학력이라면 더 낮은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예뻐지려는 게 나를 위한 투자”라며 “성형대출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분납(할부)’ 형태를 이용해 수술받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수술부터

이처럼 일수형태의 성형대출 외에도 성형을 명목으로 대출을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제2금융권이다. 모 성형대출 업체에 문의한 결과 “우리와 제휴를 맺은 D성형외과, R성형외과 등에서 수술받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성형대출로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성형대출 업자는 성형외과수술에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 성형대출 관련 조사를 담당한 정채기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팀장은 “이번에 적발된 브로커 중에는 불법 대부업자도 있었다”며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받은 사람 중에는 20대 초반 여성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과도한 부채는 또다른 범죄의 유혹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대부업체와 결탁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한 이번 사건에 우리 회원이 관여돼 심히 유감스럽다”며 “위법사실이 있다면 성형외과의사회에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에선 지금…
과도한 성형광고 금지

프랑스는 2005년부터 모든 성형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2012년에 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에서 성형광고를 전면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성형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고, 마치 인생의 문제를 성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명 ‘포토샵 금지법’이 있다. 영국에서는 2011년에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화장품 광고를 금지한 적이 있다. 이유는 포토샵을 이용한 과도한 보정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2012년 광고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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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