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 성형 외상시대 천태만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1:36:21
  • 댓글 0개

칼부터 대고 돈은 나중에

[일요시사=사회팀] 성형공화국,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국제미용성형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13.5건의 성형수술이 이루어진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세계 1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일까. 이제는 대출까지 받아 성형의 문을 두드린다.



경제발전과 여성 사회진출의 급격한 증가는 성형수술이 보편화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 사회진출이 늘며 이들의 능력과 더불어 외모 또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성형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수많은 성형외과를 탄생시켰다. 이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여성들도 외상으로 성형을 하는 ‘성형대출’의 시대가 왔다.

외모도 경쟁력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최근 불법 브로커와 손잡고 환자를 유치해왔던 강남 일대 성형외과 27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의료법을 어기고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알선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불한 수수료가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7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른바 ‘성형대출’ ‘후불제성형’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진 것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은 성형을 위해 돈을 모으거나 아예 포기한다. 잘 살기 위해서는 예뻐져야 한다. 뿌리깊은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성형공화국’에서 얼굴은 곧 힘이다.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부위 성형수술을 받고 그 비용은 나중에 갚는 방식의 후불제 성형, 즉 성형대출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고금리다. 비싼 이자는 불만족스러운 외모만큼이나 감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대출은 알게 모르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아마 ‘텐프로’ ‘쩜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최상급의 외모를 자랑하는 유흥업소 여성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러나 자연미인은 드물고 대부분이 성형미인이다. 수준급의 외모가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뻐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류계에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바로 ‘성형브로커’다. 이들은 성형외과병원과 손잡고 수수료를 챙겨먹는다. 15%에서 40%까지 주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유흥업소 여성들은 성형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병원 측은 여성들에게 “아는 언니들 소개시 40%를 준다”는 식으로 떡밥을 던진다.

사업부 두고 대대적 마케팅
단골 접대부 브로커로 활동

강남의 유흥주점에 종사하는 A(29)씨는 “5∼7년 전 병원이 유흥업소 여성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황당한 건 아예 성형브로커로 ‘전업’한 유흥업소 여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좀 찼거나 일을 그만두려는 여성이 많이 택했다. 이들은 1000만원어치 수술을 받을 사람을 소개하면 최소 200만∼400만원까지 수수료를 받는다. A씨는 “언제부터인가 마담들이 언니(종업원)들에게 수술을 시키려고 안달나기 시작했다”며 ”여기만 고치면 좋을텐데 조금 손보면 네가 가게의 1인자가 되는 건 충분하다”는 식으로 성형의 달콤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아예 대놓고 ‘넌 성형 좀 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유흥업소 여성들이 성형을 앞날을 위한 ‘투자’라 여기며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화류계에서 이렇게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그들만의 성형마케팅이 이제는 기업화되며 ‘무이자 성형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성형외과에 번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고금리 일수상품이다. 이들은 병원과 기업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성형수술비 1000만원당 최고 4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처음엔 무이자라는 명목으로 2달여 동안은 이자를 받지 않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하면 이후 월 20%정도의 폭탄 이자가 붙는다.

A씨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게 뭐냐면 성형하고 금방 예뻐져서 빨리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60일안에 수술하고 부기 빼고 다시 1000만원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뚝 떨어지자 종업원들의 수입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결국 수술비를 제때 갚지 못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12개월 분납으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혹 했던 B씨(27)는 C씨(32)를 소개 받았다. 처음엔 800만원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원금과 이자를 합치니 1000여만원이 넘었다. 뒤늦게 후회하며 스스로를 원망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돈 없는 학생에 후불제 권유
대출 알선에 다단계식 영업도

특히 20대 대학생들은 성형대출 후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큰 목돈을 마련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성형대출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반 양성적인 상태다. 성형외과 관계자들과 브로커들은 블로그 및 카페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며 성업중이다. 화류계에서 일반인에게 넘어간 것이 가장큰 문제인 상황이다.

한 성형대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여대생이나 직장인들도 성형수술을 위한 목돈이 없어 이런 대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졸업이 최종학력이라면 더 낮은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예뻐지려는 게 나를 위한 투자”라며 “성형대출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분납(할부)’ 형태를 이용해 수술받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수술부터

이처럼 일수형태의 성형대출 외에도 성형을 명목으로 대출을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제2금융권이다. 모 성형대출 업체에 문의한 결과 “우리와 제휴를 맺은 D성형외과, R성형외과 등에서 수술받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성형대출로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성형대출 업자는 성형외과수술에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 성형대출 관련 조사를 담당한 정채기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팀장은 “이번에 적발된 브로커 중에는 불법 대부업자도 있었다”며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받은 사람 중에는 20대 초반 여성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과도한 부채는 또다른 범죄의 유혹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대부업체와 결탁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한 이번 사건에 우리 회원이 관여돼 심히 유감스럽다”며 “위법사실이 있다면 성형외과의사회에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에선 지금…
과도한 성형광고 금지

프랑스는 2005년부터 모든 성형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2012년에 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에서 성형광고를 전면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성형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고, 마치 인생의 문제를 성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명 ‘포토샵 금지법’이 있다. 영국에서는 2011년에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화장품 광고를 금지한 적이 있다. 이유는 포토샵을 이용한 과도한 보정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2012년 광고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