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전두환 대반격 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0: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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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리자 최후의 발악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재산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전히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오히려 정면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기록 열람을 요구했고 원래 재산이 많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인 걸까. 전 전 대통령의 반격 전략은 뭘까.



전두환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5일 과거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하게 해달라고 전 전 대통령 명의로 열람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정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현대·삼성 등의 총수들에게 돈을 받았지만 이를 민정당 운영비나 대선자금 등 정치 활동비로 썼고, 남은 자금은 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 냈다"고 주장했다.

"수사 잘못됐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220억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서 220억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150억원 등 모두 2205억원의 뇌물을 받았고 재판에서 전액 추징 선고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수사 기록을 열람한 뒤 이를 분석해 '기업들에서 받았던 돈을 다 써버렸거나 추징금으로 냈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를 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수사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일 전 전 대통령을 17년간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6일 A4용지 7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며 "불법 정치자금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추징할 돈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민 전 비서관이 발표한 7장 분량의 보도자료에는 연희동 측 입장이 적극 반영되어 있다.


일단 비자금과 전두환 일가 재산을 분리시켰다. 먼저 전 전 대통령의 재산 가운데 경기도 오산의 29만여 평 땅과 성남시 하산운동의 딸,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초동 땅 모두 전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땅의 재산가치는 70년대 이후 도시개발 등으로 크게 불어났지만 취득 당시에는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최근 검찰에 의해 압수된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연금보험은 이규동씨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며 불법 재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또한 1983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전 전 대통령 내외가 각각 20억원과 4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이는 지금의 자산 가치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전 재산을 형성했다는 증빙서류가 첨부돼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전방위 압박에 수사기록 열람 신청
'3억 수수께끼' 박근혜 대통령 직접 겨냥

다만 전두환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된 처남 이창석씨와 자녀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자금은닉 여부가 조만간 판명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민 전 비서관이 전두환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검찰의 수사 전환을 의식해 전두환 일가의 재산이 불법 자금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 전 비서관은 10·26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된 6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전달상황도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10·26 직후 합동수사본부는 김계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발견했는데 이 안에는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이 있었다.

민 전 비서관은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이 '이 돈은 정부의 공금이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라고 진술해 합동수사본부는 일절 손대지 않고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박 대통령이 ‘10·26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두환 당시 합수본부장에게 수사비에 보태 쓰도록 3억5000만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돈 일부를 돌려준 사실이 없다"고 밝힌 상태. 지난 2007년 7월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9억원을 지원받아 3억원을 돌려줬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9억원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고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돌려준 게 없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다"며 "(그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공과 사를 엄격히 가리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평생을 지켜온 생활 수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군이나 대통령 재임 시절 부하에게 격려금을 줄 때 용처를 분명히 가려서 줬다. 공적인 용도로 마련한 정치자금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다는 의심은 전 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정면승부?

민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사 전환으로 맞설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은 김양수 부부장검사와 국세청 인력 등을 투입해 45명으로 늘었으며 수사 전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측 주장만 듣고는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며 "전두환 일가 재산에 불법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따져본 뒤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간간이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이라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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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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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