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은 건국대 ‘호화 골프’ 공방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31 15: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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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진흙탕 폭로전

[일요시사=경제1팀] 건국대가 ‘학문의 전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로 뒤숭숭하다. 이사장의 도덕적 문제와 경영 부실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데 이어 이번에는 ‘호화 골프’논란까지 터졌다. ‘이사장 불신’논란은 학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 건국대다. 이번에는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과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이 법인카드로 ‘호화 골프’를 즐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 상태인 김 전 총장은 총장 재임 당시 유흥업소와 해외 백화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수백만원씩 긁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과거 공금 횡령, 성추문, 법인 CCTV 감시 의혹 등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퇴진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결국 총장직을 내려놓은 인물이다.

2년간 3억9090만원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건국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공개한 법인카드 지출 내역에 따르면 김 이사장과 김 전 총장은 지난 2년 동안 총 3억9090만원을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이 중 골프장에서 사용한 돈은 김 이사장 6990만원(88회)과 김 전 총장 4254만원(50회) 등 총 1억 1044만원이다. 비대위 측은 이들이 수시로 골프장을 드나들면서 법인카드로 그 비용을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학교 법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소재 한 골프장에서 360만원을 지출했고, 이 외에도 전국 각지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총장도 지난해 총장직을 사퇴하기 직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팜스프링스의 고급 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김 전 총장은 또 골프장 외에도 룸살롱, 단란주점 등 호화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두 차례에 걸쳐 212만원을 지출했는가 하면, 일본 후쿠오카의 D백화점에서 288만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이사장·총장 법인카드 사용 도마
건대 비대위, 지출내역 공개 파문

비대위 측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김 전 총장이 이번에 공개된 내용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김 이사장은 법인카드 외에도 교육기관의 장으로서 도덕적 해이와 각종 비위행위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이사장 취임 후 건국대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김 이사장이 학교법인 소유의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당시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재단이 개발 사업으로 건설한 ‘스타시티’ 45층 펜트하우스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해당 펜트하우스는 약 99평 규모에 시가가 42억원 상당으로, 김 이사장은 ‘스타시티’와 관련해 교내외에서 논란이 일자 지난 2월 모 업자에게 아파트를 전세로 놓은 뒤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또 김 이사장이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비용과, 관리비를 학교 법인 자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은 그간 9250여만원에 달했던 공관 관리비와 통신비를 학교 법인으로 하여금 지급하게 했다”며 “이사회 모 이사의 경우 9억원에 달하는 김 이사장 펜트하우스 실내공사비를 제3의 업체가 대납하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01년 이사장이 된 후 판공비 명목으로 해마다 6000만∼9000만원을 받아 그동안 증빙자료 한번 제출하지 않고 써왔다”고 말했다.

5월에는 김 이사장이 학교법인의 임대 상가를 지인에게 특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대위의 성명자료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갤러리 대표 A씨에게 클래식500의 임대공간을 보증금 없이 월임대료 10만원으로 무료 임대했고, 상가임대료의 20% 수준으로 특혜를 줬다.

실제로 A씨가 소유하고 있는 건국대학교병원 지하1층 음식점은 121.54㎡(36.7평)에 보증금 5000만원으로 임대료가 연 1억3506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하 1층 세븐일레븐은 122.61㎡(37.1평) 보증금 19억1000만원으로 연간 임대료만 1억8480만원 수준이다. 이 외에도 A씨는 임대상가 3개에서 특혜를 받고 있으며 미술품 보관 창고를 월 10만원의 가격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룸살롱서 ‘펑’
골프장서 ‘펑’
백화점서 ‘펑’

잇딴 논란에 대해 건국대학교 측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국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학교 상황이 어지럽고 이래저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정말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도 “지금까지 여러 가지 수많은 일들이 있어 왔지만 이번 법인카드 건은 좀 치사하다거나 악의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년 동안 88회 라운딩, 6790만원을 사용했다고 나와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보이는데 2년간 88회면 1주일 8.29일 당 한번, 1회당 77만원씩 지출한 꼴”이라며 “법인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곳의 대학교 이사장이 대외협력에 일환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치 등록금을 사용한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학교 법인은 다른 대학과 다르게 ‘클래식 500 시니어타워’와 ‘건국유업’등 사업체들을 운영하고 있다”며 “법인이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비즈니스와 대외관계 유지 등으로 법인카드를 집행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이미 퇴출된 인물이고 일반 개인적인 비리로 법적인 조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이번 법인카드 건은 엄연한 불법자료로 리스크가 높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해 공개한 관련자들을 전자금융거래법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도 건국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지속할 예정여서 김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학문의 전당에서…

교육계 한 관계자는 “어느 사회이건 도덕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자기 성찰에서 앞서 있어야 할 곳이 대학”이라며 “그런 점에서 건국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타락과 불신, 대학의 혼란과 대학 지도자의 불명예는 모두가 심각한 전조로 받아들여야한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경희 이사장은?

 

김경희 이사장은 건국대 설립자인 고 유석창 박사의 맏며느리다. 건국대 이사장이었던 남편 유일윤씨가 1978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이후 1994년부터 건국대 이사회에서 활동하다 2001년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갖가지 의혹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2002년 불미스러운 사생활 의혹에 휩싸였다. 2003년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2007년엔 학력을 부풀려 기재해 논란이 됐다.

김 이사장은 1970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마운트 세인트메리대 대학원을 수료하고, 로스앤젤레스 시티 유니버시티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밝혀왔으나 한양대의 경우 학사 학위가 나오지 않는 청강생으로 졸업했고, 마운트 세인트 메리 칼리지는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사장을 둘러싼 학내 혼란이 가중되자 ‘이사장 퇴진 운동’도 계속됐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은 각종 학력, 수상 경력을 위조했을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 횡령, 외유성 호화 출장, 법인카드 부당 지출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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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