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 ‘약봉투’의 불편한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31 15: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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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30분” 말 한마디가 780원?

[일요시사=경제1팀] “하루 세 번 식후 30분에 드세요.”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약사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30초는커녕 10초도 안 걸린다. 약에 부작용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어도 기다리는 사람 눈치가 보여 포기하기 일쑤. 그런데 이 말 몇 마디에는 780원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가려져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약국.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 김모(57)씨가 처방전을 내밀었다. 잠시 후 약사가 한 달치 약을 조제한 뒤 “전하고 똑같이 아침·저녁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라며 약을 건넸다. 약사의 설명은 이게 전부. 약의 복용법과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한 첨언은 없었다.

이런게 있었어?

인근 약국도 마찬가지였다. 약사는 정신과 환자 이모(28)씨에게 보름치 약을 건네며 “30일치입니다. 약 드시는 법 아시죠”라고 말했다. 이씨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도 처방받았지만 약사는 따로 유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사는 환자가 알아야 할 것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약을 잘 복용해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복약지도를 철저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에 따른 금전적 대가도 받는다. 약값에 ‘복약지도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 6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복약지도로 규정한다.

의료수가에서 책정한 복약지도료는 780원. 김씨와 이씨의 약 조제료에도 복약지도료 780원이 각각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복약지도’는 건강보험료를 매달 꼬박꼬박 내는 의료소비자로서는 당연한 권리다.


약국 요양급여비용은 약품비와 조제료로 나뉘어져 있으며, 조제료는 약국 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복약지도료·조제료·의약품 관리료로 세분화돼 있다. 2011년 기준 약국의 조제료 총액은 2조 8375억 2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복약지도료는 3540억 3200만원으로 전체 조제료의 12.5%에 달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약국이 복약지도료 명목으로 건보공단에 청구한 금액은 2008년 2748억원, 2009년 3085억원, 2010년 3302억원, 2011년 3540억원 등에 달해 매년 수천억원의 건보재정이 줄줄 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복약지도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해 환자 4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약사의 복약지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약국의 서면 복약지도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90%가 넘었다.

부실한 복약지도에 연간 세금 3000억 ‘줄줄’
복약지도료 비현실적…곳곳서 근본대책 요구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복약지도 실태 조사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국 93% 이상의 약국에서 약을 판매할 때 복약지도는 고사하고 의약품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 제공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약 판매 시 설명을 한 약국은 7%에 불과했다.

복약지도 시간도 짧다. 대전 YMCA가 성인남녀 357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약지도를 받은 시간이 1분이 채 못 된다는 응답은 72%에 이른다. 복약지도료를 산정 설계 시 정한 기준시간은 3분이다.

2011년 당시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던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이 같은 복약지도료의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약사가 ‘식후 30분에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건당 700원이 넘는 복약지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며 “복약지도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약지도를 하지 않고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약국의 서면복약지도 제공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200만원의 ‘페널티’를 부여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결국, 환자들은 1분도 채 되지 않는 복약지도를 받으면서 780원을 지불하는 셈”이라며 “전자제품을 팔더라도 제품 설명을 하는데 ‘식후 30분 후 복용’ 정도에 그치는 정도라면 복약지도료를 없애야 한다”며 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복약지도료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의약품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획일적인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를 통한 복약안내는 환자가 잊어버리기 쉽고, 보관할 수 없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서면에 의한 정보제공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복지부와 이해당사자인 약사회 입장은 부정적이다. 복지부는 “일률적으로 서면 복약지도를 의무화하기보다는 약사가 자율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약사회 또한 “복약지도를 법률로 획일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의도적 겨냥!

서울의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식후 30분 한마디에 얼마라는 식으로 복약지도를 잘하는 약국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정작 재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다른 부분은 논외로 하고 약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복약지도료가 문제로 불거지자 2008년부터 복약지도를 한 경우에 한해 복약지도료를 청구토록 하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료소비가 늘어나고 신약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복약지도 필요성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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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