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분석> 구멍난 헌금봉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1: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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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눈치보고 헌금 낸다

[일요시사=사회1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헌금을 낸다. 매주 내는 주정헌금, 수입의 10%를 내는 십일조, 감사헌금 등 다양한 종류로 ‘정성’을 표한다. 헌금의 액수는 자유지만, 요즘 헌금봉투는 뭔가 불편하다.



과거 일부 대형교회가 헌금 봉투에 구멍을 뚫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구멍논란을 두고 헌금 개수 작업을 용이하게 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멍을 뚫었다고 했다. 교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헌금봉투 타공 때문에 안에 넣은 돈의 색, 즉 액수를 한 눈에 구별할 수 있어 타인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당시 헌금봉투 타공 논란은 뜨거웠지만 ‘반짝’하고 그쳤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구멍은 여전했다. 이제는 대형교회뿐만이 아니라 동네교회 헌금봉투에도 구멍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교회 내부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 논란을 기피하지만 일부 교인들은 헌금봉투 구멍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 A교회의 교인 박모씨는 “처음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교인 최모씨는 “주일(일요일)에 헌금할 때마다 머뭇거리며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헌금함 옆에 비치된 30여종의 헌금봉투들이 모두 가운데에 직경 5mm나 되는 구멍이 뚫려있어 안에 넣은 돈의 액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며 “돈이 없어 1000원짜리만 헌금하려 해도, 구멍이 뚫려있어 혹시나 남들이 볼까봐 억지로 1만원짜리를 넣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교인들이 직접 구멍을 뚫었던 과거와 달리 이미 타공 된 헌금봉투가 따로 제작된다는 사실이다. 많은 교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한 기독교 백화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부터 구멍을 뚫어 판매했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보통 헌금봉투는 교회 측에서 기독교백화점을 통해 묶음으로 구매한다. 헌금봉투 구매시 타공 여부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 H교회 초등부의 한 교사는 “구입할 때 구멍 여부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구멍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무감각한 걸까 아니면 무관심한 걸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금봉투 타공 문제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대형교회서 시행하다 소형교회까지 번져
많이 내도록 유도책…교인들 액수에 부담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교인수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 한 해 재정운용액이 100억원이 넘는 교회도 있다. 이 재정운용액은 교인들의 헌금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인들의 헌금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일부 대형교회가 헌금봉투에 구멍을 내면서 몇몇 교인들은 교회가 상업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의도야 어찌됐든 속이 훤히 보이는 헌금봉투에 신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작금의 현상이 대형교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구멍 뚫린 헌금봉투가 소형교회까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행위가 교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구멍난 헌금봉투가 더 많은 헌금을 내도록 암묵적인 강요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멍 뚫은 헌금 봉투를 비치하면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교회들이나, 돈을 내는 데 있어 주변의 의식을 두려워하고 헌금 액수에 부담을 느끼는 그 교인들이나 헌금에 대한 성경적 진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래전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헌금함이 13개나 있었다고 한다. 헌금함과 헌금에 쓰이는 동전은 모두 쇠로 만들어졌고, 동전은 단위에 따라 굵기와 크기가 달랐다.

부자가 단위가 높은 동전 뭉텅이를 헌금함에 넣을 때 울려 퍼지는 묵직하고 요란한 소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고 부자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과부의 전 재산인 두 렙돈은 한 끼 식량을 겨우 살 수 있는 액수였다. 그걸 헌금함에 넣을 때 청정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과부의 얼굴을 벌겋게 만들었을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 눈에 과부는 돌보고 챙겨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착취대상에 불과했다. 성경의 마가복음 본문을 보면 예수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서기관을 비난한다.

그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겼다. 지금은 그런 종교 지도자들을 비난한 예수님의 말씀을 피 빨린 가난한 사람을 칭찬한 말씀으로 둔갑시킨다. 그러니 구멍 뚫린 헌금 봉투를 보면서 쇠로 만든 헌금함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오늘날 한국의 많은 대형교회들처럼 수많은 종류의 헌금 봉투들을 비치하고 직분에 맞게 액수를 정해주며 암묵적으로 헌금 경쟁을 부추기는 행위들은 모두 비성경적인 작태다. 헌금을 낼 때 적은 돈으로 인해 주변을 의식하며 두려워하는 교인들도 결국 이 같은 진리에 무지하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진정한 교인이라면 헌금 액수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한국의 문화도 이러한 괴현상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구멍 뚫린 헌금봉투’가 진정 더 많은 헌금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대형교회의 세속화, 기업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봉투논란을 차치하고도 대형교회들은 지나치게 물량·성장주의에 빠져 있으며 정치·경제권력 뺨치도록 세속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외형적 성장의 추구가 이런 논란을 탄생시킨 것이다.

헌금봉투 타공에 대한 교회 측의 입장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흔히 그렇듯 봉투에 돈이 남아 있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신자들 개개인의 신심과 재산, 또는 가치관에 따라 그에 대한 견해도 다를 것이다.

궁색한 변명만

하지만 사안을 표피적으로 봉투 구멍여부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교회의 처신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교회가 거두는 헌금 가운데 사회구제비는 미미하다. 반면 외형적 성장에는 많은 투자를 한다. 또 일부 교인에 국한된 것인지 모르지만 헌금 지폐의 종류가 노출되는 데 부담을 갖게 만드는 ‘교회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시대, 한국은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희망보다는 도리어 씁쓸한 미소와 불안감이 느껴진다.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되길 희망할 뿐이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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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온 천지가 쑥대밭이 됐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갈등을 빚는 사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도 무너져 내렸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다. 비로소 탄핵 정국이 끝났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6 소추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122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중 가장 오랜 숙의 기간을 거쳤다. 결론까지 120여일 문제는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은 4개월 만에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했고 정부는 기능이 마비돼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사이 국민 여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붕괴했다.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교다. 특히 미국발 공격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 외교는커녕 실무진 간의 대화도 삐걱거렸다.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국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우방국, 동맹 관계는 허울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당선 직후부터 스스로 ‘관세맨’이라고 칭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예외로 두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정부는 한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통상 전쟁에 불을 댕겼다. 이번 발표는 미국발 통상 전쟁을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중국 34%, EU(유럽연합)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EU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면서 불리한 여건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조치로 파악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 협력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응 못 해 민감국가 지정 이어 관세 폭탄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한 언론서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지정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일 뿐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정쟁을 벌였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과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은 지난해 8월 작성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의 ‘예측과학 학술 연계 프로그램(PSAAP) 제4기 모집 공고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PSAAP 자금은 미국 시민이거나 비민감국가 출신 비미국 시민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민감국가 출신은 자금 지원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부재하다는 게 에너지부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시 조 장관이 언급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는 15일 공식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 전 한국을 리스트서 빼기 위해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낼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올린 1조5192억원으로 이미 정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률이 최대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1기 정부서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동맹도 내친 미국 대통령 이 과정서 ‘한국 패싱’ 가능성 또한 나오고 있다. 100일 넘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가 계속된 부분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북한 관련 대화는 주로 정상 외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민생은 뒷전이 됐다. 여야는 탄핵소추안 표결로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는 탄핵 심판을 두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사이 각종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능이 마비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참사로 오는 7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고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계엄, 탄핵 등의 여파로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한참 동떨어진 모양새다. 일단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안타까운 점은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서 수거된 항공기 블랙박스와 엔진, 주요 부품 등 사고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서 시작돼 5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 피해도 만만찮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개 시군의 피해 조사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 최종 피해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주택 3987채가 탔다. 3915채가 전소됐고 30채는 절반 정도, 42채는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여기에 농작물 3785㏊, 시설하우스 423동, 축사 217동, 농기계 6230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도 26명이나 났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북 산불로 사망자를 낸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보다 더 어렵다 정부, 기업, 연예인 등 각계각층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다 타버린 숲 등을 산불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영업자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연초 대목을 놓친 데 이어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위축된 소비심리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음식점업 카드 승인 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 줄었다. 국내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의 악화는 취미 생활 위축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카드 승인 실적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여가와 외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빌린 돈은 갚을 수 없고 수입은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과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은 11.7%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3개월 사이 0.7%p 올랐다. 2015년 2분기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빚을 여러 곳에서 낸 다중채무자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6.5%에 이른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70.4%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작은 자영업자가 43만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 차주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되고 자영업자는 망하고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아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곳 중 4곳은 매출 부진 등의 사유로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폐업 시점의 빚은 1억원을 웃돌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3년 미만 단기 폐업자의 비율은 39.9%를 차지했다. 폐업 사유는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이 86.7%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과반(52.2%)을 차지했다.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46%),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44.6%)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 과정서 드는 비용도 평균 2188만원에 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서 정치권의 대책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자영업자 수가 지난 1월 기준 두 달 만에 20만명이 줄고 수도권 상가도 공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나름 해소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부결된 이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경제적인 관점서만 봤다고 전제하면서 “탄핵이 경제엔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 언론은 지난 3일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 내외와 홍 시장 부부가 회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를 명씨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해당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 측근이 명태균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선호하는 동물 관련 기획을 전달했고 이를 계기로 부부 동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었다. 기획안을 준비해 김건희의 승인을 받고 회동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공직자가 민간인과 손잡고 대통령 부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적 회동을 주선한 것”이라며 “홍 시장의 권력 네트워크에 명태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지난 3월14일 명태균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묻혔던 사건 수면 위로? 시간상으로는 120일 남짓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국에 남긴 상흔은 상당했다. 외부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내부에선 ‘IMF 때보다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본연의 자리서 일했어야 할 국민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이 지나간 자리에 결국 국민의 상처만 남은 셈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