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사설 극기체험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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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 상업화가 비극 불렀다

[일요시사=사회1팀] '해병대'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무적해병’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병대 정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해 자연스레 사설 해병대캠프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사망사고로 인해 ‘사설 극기캠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충남 태안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 캠프 참여 도중 실종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5시20분부터 수색 작업을 재개해 오전 6시5분 이준형(18), 진우석(18), 김동환(18), 장태인(18)군의 시신을 인양했다. 오후 7시15분 사고 해역에서 1㎞가량 떨어진 곰섬 인근에서 이병학(18)군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발견해 이로써 사설 해병대 캠프 실종자는 하루 만에 5명 전원 숨진 채 발견됐다.

우후죽순 병영체험
예견된 인재사고

지난 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197명은 90여 명씩 두개조로 나눠 고무보트 훈련을 받았다. 오후 5시, 고무보트 8대에 10명씩 탑승하여 바다로 나갔던 첫 번째 조가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 잠시후, 학생들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은 상태로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10명씩 줄을 맞춰 바다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바다를 방향으로 앞줄에서 뒷걸음 치던 23명이 물이 올라온 바닷물살을 헤치며 10m쯤 뒤로 걷다 갑자기 갯벌의 깊은 웅덩이 ‘갯골’에 빠졌다. 학생들이 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할 때 인명구조 등 전문자격증이 없는 교관들은 당황한 채 호루라기만 불뿐 구하는 행동은 하지않았다. 교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부 학생들이 나서서 친구들을 구했지만 결국 18명만 스스로 빠져나오거나 구조되고 5명은 찾질 못했다.

학교 측은 실종된 학생들의 가족들에게 학생들이 ‘무단이탈’하여 생겨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지점에서 약 1km 미터 떨어진 갯골 부근에 실종된 5명이 사망한채 발견됐다. 한편 경찰 측은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관계자 이모(30)씨 등 3명을 입건해 조사를 벌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또한 학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교사 김모(49)씨를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눈물의 합동영결식으로 일단락된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사고였다.


해병대캠프 사망사고로 사설캠프 도마
전국에 우후죽순 “이대로는 안 된다”

병영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 수가 점점 증가하며 동시에 해병대캠프도 늘어났다. 2006년 약 20여 개에 불과했던 해병대캠프는 2013년 7월 현재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통 ‘해병대캠프’는 해병대 포항 1사단 한 곳뿐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사설캠프와 비교하기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번 사고가 ‘인재’였다는 것이 속속히 밝혀지면서 많은 대중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는 동시에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사설 해병대캠프는 안전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처벌 규정이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 이번 사고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사고 과정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일부 교관은 해병 출신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더했다.

태안경찰서는 지난 19일 “교관 총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시자가 5명, 1급 수상레저자격면허 소지자 5명,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가 3명이었다”며 “그런데 일부 교관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병대사령부 측은 “사고를 당한 고교생과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해병대 용어에 대한 상표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무늬만 해병캠프
근본적인 대책은?

이세중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해병대캠프를 포함한 병영 체험 프로그램은 MB정부 들어 안보를 강화하는 각 종 행사가 추진되며 동시에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교육청이 이런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학교별로 평가 항목으로 들어간다. 학교장들도 학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해당 정부의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지부장은 “일례로 충남교육청의 경우 2010년 각 학교에 ‘바른 품성 5운동의 일환으로 안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사업’으로 ‘나라사랑 교육특강’을 진행하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부대와 해병대캠프 등이 교육청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바뀌면서 안보를 강조하는 사회 흐름 속에 교육도 안보의식 제고 교육이 강조된다”며 “각종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 마찬가지이다”고 주장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병영체험은 학생들의 정신교육을 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남자들은 알다시피, 군대 문화는 힘에 의해 남을 누르는 폭력적인 문화이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 대변인은 “해병대캠프 조교들의 강압적인 방식에 복종해야 하는 각종 병영체험 프로그램은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정말로 ‘사설’ 해병대캠프와 ‘무면허’교관들의 문제인가? 사설 아닌 캠프, 자격증 갖춘 교관이면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인가? 대체 아이들이 왜 그딴 폭력적인 병영체험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군대식 극기훈련이 아닌, 자신과 남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인격의 훈련이다. 이 훈련은 해병대캠프를 통해선 결코 할 수 없는 일상의 훈련이다. 부모의 슬픔에 공감하고 애통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또한 “해병대캠프 광풍은 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냐” “아이들 극기훈련이니 해병대캠프니 보내지 맙시다” “극기훈련 캠프는 뭔가 구시대적이고 병영국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 “통제시키려는 전근대적인 교육”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격증·면허도 없는 교관들
“이래라 저래라…누굴 교육?”

한편 최근의 사태와 관련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 당국은 체험이나·수련 활동에 대한 일회성 처방만 내 놓을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좀 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설 해병대캠프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극기 프로그램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으로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무더위 속에 한 여대생이 국토대장정 행진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주최측이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한 탓이 아니냐”며 주최측을 비난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박카스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서모(22)씨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신원리 도로에서 행진을 하다 쓰러져 경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 시간 만에 숨졌다.



당시 경주지? 낮 최고기온은 36.4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서씨 유족 측은 “날씨가 더운데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다리를 많이 절었던 것 같다. 발 안의 살이 터져 나와 있었다. 걸을 수 없는 정도였다. 행진을 강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자신을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서씨와 함께 탈수 증세에 시달렸던 여대생 5명도 함께 응급실로 실려왔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이 교육인가
극기훈련 뭐기에

동아제약 관계자는 사건 후 국토대장정 행사를 중단했다. 국토대장정 행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첫 사고였다.

참고로 기자는 동아제약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경험이 있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격할 수 있는 국토대장정은 많은 대학생들의 로망 중 하나다. 그러나 당시 여대생 사망 사건을 생각하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국토대장정을 끝까지 완주한 박씨는 “여자들은 정말 힘들어요. 가방도 무겁고 무엇보다도 생리현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완주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기자도 국토를 횡단할 때 무척 힘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울점도 많았지만 ‘극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지금의 현실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군사문화를 집단적으로 경험토록 하는 풍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캠프는 이러한 풍조의 일부였다. 군사문화를 상업화해 이런 비극을 낳은 것이다. 웃고 떠들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왜 하필이면 군사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일까.


봉사활동, 농활 등 노동의 가치를 직접 느껴보거나 자연을 체험하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체험들도 있다. 하지만 해병대캠프 등 다양한 극기 프로그램의 문제는 통제된 질서를 요구해 ‘병영국가’를 체화시킨다는 데 있다. 군인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비록 단기간이지만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해병대 문화를 맛보게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기자는 해병대 출신이다.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했을 정도로 모군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러나 작금의 ‘군사문화’는 분명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실 청소년들은 일상 자체가 ‘극기’다. 과중한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병대 훈련을 맛보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울의 한 중등교사는 “병영문화 체험 경력은, 대학에 따라서는 입시에 반영되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의 망령이 해병대캠프와 결합해 이번 참사를 맞은 셈이다.

해병대캠프를 수료한 한 학생에 따르면 “우리는 귀신 잡는 해병” “하면 된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등의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 10대에게 어울리는 구호일까.

체험이란 이름으로
뿌리깊은 군사주의

매스컴도 한몫 하고 있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정글로, 농촌으로, 신혼집으로, 급기야 ‘군대’로까지 데리고 갔다. 대표적으로 MBC <진짜사나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진짜사나이>가 여타 병영 관련 예능과 다른 지점은 ‘리얼’이라는 명목하에 6명의 진행자들을 군대에 그대로 투여한다는 점이다. 일사불란한 상명하복과 군사적 규율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한 진행자들의 모습은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된다. 군필자들은 자신의 군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얼떨결에 군대로 호출된 이들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 그들에게 가해지는 가학 등을 간접 체험한다. ‘병영’이라는 틀 속에서 참여자들을 가두는 <진짜사나이>를 단순히 ‘예능’으로 웃고 넘길 수 있을까.

한 문화평론가는 “군대에서의 일상적인 비합리성을 비웃는 푸른거탑과 다르게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대중에 합리화시키면서 예능을 진행한다”며 “진짜 사나이의 6명은 군대가 요구하는 미션을 원활하게 끝내야만 하는 억압 기제 속에서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 또는 억압 등은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임이 기분이 나쁘면 후임들이 괜히 얻어맞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곳이 군대”라며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국방부에서 협조를 해주고 국방부의 홍보를 담당해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폭력과 억압이 카메라 앞에서 은폐되곤 한다.군생활에서 흔히 겪는 ‘치사함’과 ‘더러움’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군대에서 작동하는 위계질서가 일상에서도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 문화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군사주의 문화에 기생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확대재생산하게 한다”며 “공영방송이 예비역 남성들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미화하고 자극하면서 추억팔이하는 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군사문화의 소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체험캠프 보험가입률
10개 중 7개 ‘안전 사각지대’

전국 2000여개 난립

최근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청소년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각종 체험캠프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5일 한국청소년캠프협회 9개 회원업체의 29개 캠프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프로그램은 10개(34.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9개 캠프 프로그램은 보험가입 여부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최근 3년간(2011년∼2013년 6월)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각종 캠프 관련 상담사례 447건을 분석해 보면 시설안전으로 인한 피해가 12건으로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체험캠프 업체의 경우 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체험캠프에 참여하던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소비자원은 청소년체험캠프에 참여하기에 앞서 참가 프로그램이 상해보험 등 각종 보험에 가입돼 있는 지 여부와 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국청소년캠프협회에 따르면 청소년캠프 업체는 전국에 2000여개가 난립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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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