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참모’ 5공실세 허화평 근황 공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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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1500억 자산 굴리는 ‘5공 설계사’

[일요시사=사회1팀]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들어선 ‘제5공화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참모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 전 대통령이 신임하던 허화평씨는 그 시대의 진정한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5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최근 허화평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5공 청문회 이후 2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내가 존경하는 리더”라고 말하며 5공화국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77세의 나이치고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허씨, 그는 현재 정치, 사회, 교육,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미래한국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5공 브레인…
허화평은 어디에

연구와 더불어 미래한국재단은 <월간 지방자치>라는 26년된 행정자치 전문지를 발행한다. 허씨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다. 편집인은 따로 두었기 때문에 기사에 특별히 관여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허씨의 재단은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선발 대상자는 미리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우수한 학생들(가정형편 고려)을 추천받아 1년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복지연합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래한국재단은 1465억원의 자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허씨가 있는 미래한국재단을 직접 찾았다. 내외관은 비교적 깔끔한 편이었다. 주변 곳곳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경호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효자동이 청와대와 인접해 있는 까닭이다.

건물 1층에는 미래한국재단 직원 10여 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 2층은 <월간 지방자치> 편집부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3층에는 넓은 강의실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꼭대기 층인 4층에는 허씨의 사무실이 있다. 재단 측에 허씨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못지않게 으리으리하게 꾸며놨다고 한다. 대신 미래한국재단 관계자를 통해 허씨와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익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이사장 활동
홈피 악플로 폐쇄…자금 조성은 “노코멘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현역 군인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다는 재단 관계자는 “미래한국재단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주무관청에서 해마다 지도감독을 받는다”며 “때문에 다른 수익모델 사업을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이어 “재단이 <월간 지방자치>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지만 부수가 점점 줄어 이제는 월 5000부 정도밖에 찍지 못한다”고 말하며 “잡지 발행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에 미래한국재단은 판교에 1만5000평의 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판교지역 택지개발로 인해 옮기게 됐다”며 “현재 재단은 기금을 확충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재단 홈페이지에 운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종북세력들의 무자비한 악플 때문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자금조성에 대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이 관계자는 허씨의 가족사를 묻자 “잘 모른다”며 “슬하에 1남2녀가 있다는 것만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화평 이사장님은 정보장교 출신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 철저하다”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허씨의 거주지는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소재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의 취미에 대해서는 ‘골프’라고 답했다. 누구와 함께 즐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TV조선에서도 밝혔듯이, 5공 인사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자동에 있는 설렁탕집을 자주 들른다고. 평소에는 재단 4층 사무실에서 독서하며 학술연구에 매진한다고 전해진다.

“5공화국 평가
  아직 이른 편”

허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공 설계자’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저 5공에 자기 몫을 다해 참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만약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치, 사회 개혁을 조금 더 과감하게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허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는 창조의 원천,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5공화국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마무리한 정권이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했다”며 “최소 60년이 지나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5공화국은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5공화국 폄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5공에 의해 희생된 개개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5공을 대표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 국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 주치의로 10·26, 12·12 등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였던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 사람’ 코너를 통해 그 시절 허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양 회장은 허씨에 대해 “허화평은 제5공화국 출범을 총괄 기획한 감독”이라며 “12·12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시대가 요구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짠 분”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근처 주택 거주
골프 치는 등 건강한 편

양 회장은 5공 당시 허씨가 실세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일부 세간의 평가를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하며 “허화평 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나는 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서 “그는 군인이자 사상가였으며, 또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5공 당시 대학출신으로 군사문화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양 회장이었지만 허씨를 접하면서 허씨가 상당히 민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5공이 출범하면서 두발자유화나 통금시간해제, 과외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전부 허화평 수석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던 시절

그는 특히 “허화평 당시 수석은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무소불위로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라며 “예를 들어 허 수석은 ‘장영자 사건(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때 이규광씨(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삼촌)를 구속시켰다. 그 뒤에 말들이 무성히 많았지만, 모든 것을 사회정의 구현에 맞게 처리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부여했던 분이었다. 허화평 수석은 개혁적 군인이자 사상가, 정치가로 돌이켜보면 가장 아까운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1937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하고 61년 육군소위로 임관했다. 육군대학교도 수료했다. 15사단 수색중대 소대장과 1군단 작전처 교육장교를 거쳐 63년 1공수특전단 게릴라전 교관을 지냈다. 당시 중위였던 그는 소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 보병 제9사단 대대장, 제9사단 단본부 작전참모, 국군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조직된 ‘하나회’의 회원으로서 육군 대령으로 재직 중,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되었고, 10·26 사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범 수사를 지원했다. 이후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12·12 사태에 가담했으며, 80년 5·17 비상계엄에도 참여했다. 그 뒤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당시 허삼수, 허문도, 장세동 등과 함께 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육군준장으로 예편 후 전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5공화국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청와대 본관에서 근무하며 권력의 2인자로 각광을 받았다. 허씨는 원리원칙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 정의사회구현 슬로건, 통금해제, 두발자유, 과외금지, 연좌제금지 등을 주도했었다.

82년 대통령비서실 정무1수석비서관 시절에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되었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원칙적인 처리를 주장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미움을 받게 되어 사임했다. 그후 미국으로 떠나 민주주의와 한미관계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다가 1988년 귀국 후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에 취임했고, 현대사회연구소와 기타 단체들의 통합으로 미래한국재단이 출범하자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에 피선됐다.

허화평의 존재감
아직 살아있네…

6공화국 시절에는 92년 제14대 국회의원(경북 포항,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95년 김영삼 정부시절 5·18 특별법이 제정되자 ‘친북좌파의 음모’라며 반발하다 96년 내란모의참여죄, 반란모의참여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옥중 출마하여 4월 제15대 국회의원(경북 포항북,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이후 97년 국회의원 재직 중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관련 재판에서 징역 8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익 정치인 활동과 보수적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전 전대통령, 장세동, 이학봉 등의 5공 인사 및 정관계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였으나 2위(득표율 31%)로 낙선하고,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3위(득표율 16.1%)로 낙선했다.


“전두환은 아직도 존경하는 리더”

2005년 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전사모의 유행에 대해 “카리스마의 반향”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 8월, 허화평, 정호용, 황영시, 박희도, 장기오, 고명승, 장세동, 이학봉, 정도영, 최웅, 신윤희, 이기룡 등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정치 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한 적도 있다.

허씨의 최근 저서로는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가 있다. 이 책은 현 시대의 제도와 정부, 자유주의 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실과 이상, 공동체, 사회적 진리 등의 해답을 찾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허씨의 마키아벨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태우 vs 전 며느리 소송전


“차명콘도 소유권 가져가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신정화(44)씨가 “콘도 소유권 가져가라”며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씨가 강원도 평창군 용평에 위치한 콘도 소유권에 대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는 지분을 실소유주인 노 전 대통령으로 이전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을 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2005년 구입한 이 콘도의 시가는 30억원에 달하며 신씨와 재헌씨 공동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와 지난 5월 이혼했다. 신씨는 이혼 과정에서 이 콘도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재헌씨는 “콘도 실소유주는 아버지라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맞서왔다. 이에 신씨는 소장에서 “콘도의 실소유주는 노 전 대통령인데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차명으로 등기를 했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콘도 실소유주라면 마땅히 등기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이 콘도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신씨가 콘도의 재산분할권을 정식으로 얻게 돼 이혼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늘어난다. 반면에 노 전 대통령이 신씨의 청구를 인정하면 콘도 소유권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전되지만 미납 추징금 231억원에 대한 환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후계자’

허화평이었다면?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사람’에 출연해 5공 당시 많은 사람들이 후계자를 허화평 수석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허화평 수석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징이 항상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살핌을 받아 커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어 그는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도 노 전 대통령에게 맡기고 갔고, 그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도 물려 줬다. 대통령 자리까지 물려준 격이었다”며 “결국 백담사까지 가게 된 아이러니를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 ‘그 때 전 대통령이 허화평 비서실장을 대통령으로 지명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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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