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형참사 막은 아시아나 영웅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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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 눈물 흐르지만 ‘불길 속으로’

[일요시사=사회1팀]아시아나항공 214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동체가 불탈 정도로 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2명의 사망자 이외에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비규환 속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 승무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여객기(보잉 777)가 새벽 3시 2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에 충돌했다. 바다 쪽에서 육지로 접근하다 기체 뒷부분이 제방에 부딪혔고, 동체가 활주로에 그대로 미끄러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체 후미 부분이 아예 떨어져 나갔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비상 탈출구로 급히 빠져나왔지만,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로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숨지고, 18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183명 중 49명이 중상이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해 5명은 위독한 상태다.

아찔했던 마의 8분
블랙박스 열어봐야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 사고는 지난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항공기가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도중 28L 활주로(RWY 28L) 앞의 방파제 부분에 언더캐리지(랜딩 기어)가 부딪혀서 발생한 사고다.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래 사망자가 생긴 3번째 항공 사고이자 2번째 여객기 추락 사고이며, 국제선에서는 처음 발생한 추락 사고다. 해당 보잉 777 기종은 2006년에 들여온 기종으로, 이 사고는 보잉 777 기종으로 사망자가 생긴 첫 번째 사고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승객은 국적별로 한국인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4명, 인도인 3명, 캐나다인 3명, 프랑스인 1명, 일본인 1명, 베트남인 1명이었다. 미국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신원은 예 멍 위엔(16), 왕 린 지아(17) 등 중국인 여고생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옮겨진 8명의 성인과 2명의 어린이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승객이 많았던 이유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적고, 여객 운임도 인천국제공항 이용시보다 상대적으로 비싸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환승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들 중 일부는 미국으로 탐방을 가기 위해 상하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환승한 승객들이었다. 

동체 불탄 대형사고 불구 사망자 적어 
승무원들 훈련대로 행동해 피해 최소화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여객기는 기체 후미 부분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발생 15분 뒤 동체 천장부 전기 전자계통 회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기체가 전소되었다. 하지만 날개 쪽 연료탱크로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아 추가적인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종사…보잉사…
섣부른 예단 자제

샌프란시스코 만에 튀어나온 방파제를 치면서 28L 활주로의 경계점에 못미쳐 착륙한 이후로 후미 압력 벌크헤드 뒤에 있는 엔진 하나와 꼬리 부분은 비행기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수직, 수평 안정장치는 경계점 이전에 활주로에 닿았으며, 반면에 동체와 날개 나머지는 방파제로부터 2000피트(600m) 정도의 활주로의 왼쪽 부분에 멈춰 있었다. 목격자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이전에 거대한 불덩이가 있었고, 충격이 일어난지 1분 후 동체로부터 나온 엄청나고 어두운 연기와 함께 두번째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탈출 슬라이드는 비행기의 한쪽 면 앞쪽 2개문에 펼쳐졌으며 이는 승객들을 피난시키는 데에 사용됐다. 또 다른 비행기 탑승자는 비행기가 급격하게 하강했으며 해수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8L 활주로의 ILS와 항법 글라이드패스는 사고 당시에 작동하지 않았다. 착륙은 일반적인 시계 착륙이었으며 당시 날씨는 맑았다.

추락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관계자는 테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 등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5분 전에 관제탑과 교신하여 응급 차량 대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 여객기가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에 적용되어 있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의 착륙직전 오작동으로 조종 불능 상태가 되어 추락한 이후,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 계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또한 다른 전문가들은, 지난번 발생했던 영국항공 38편 착륙 사고와 같은 이유로 항공기가 실속되지 않았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원을 현장에 파견하였다. 윤영두 아시아나 항공 사장은 “현재 엔진이나 기계적 문제가 없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랜딩 기어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말할 수 없었다. 주된 요인은 착륙하려 시도할 때, 비행기가 너무 짧게 왔고 방파제를 쳤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사고 수습과,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협동으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월 7일 오후 1시 30분경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전용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파견했다.


기자회견이 SFO에서 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조안 헤이즈-화이트는 2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하였다. 두 승객 모두 중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10대 여성이었으며, 사체는 기체 외부에서 발견되었다. 병원 대변인에 따르면, 5명이 중태에 빠져있다. 아홉 구역의 병원들이 총 182명의 부상자들을 받아들였다. 이후 SFO 기자회견동안, SFO 대변인 도우그 야케이는 오직 한 사람만이 행방불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의 60명에서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기자회견 동안 헤이즈-화이트는 모든 사람들은 공항에 있는 두 개의 수용소의 중재 이후에 설명되었다고 밝혔다.

공항은 사고 이후 약 다섯 시간동안 폐쇄됐으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오게 되어 있던 항공편들은 샌프란시스코 만 구역에 있는 다른 주요 공항이나 새크라멘토 국제공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우회되었다. 나중에, 활주로 두 곳이 다시 개방됐다.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와 인근에 있는 활주로는 페쇄됐다.

용감했던 승무원들
믿음직한 아시아나

이러한 대형사고 뒤에는 후일담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번 아시아나기 착륙사고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아비규환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객실승무원들의 ‘영웅’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사고 직후 총 12명의 승무원 중 7명의 승무원은 충돌 당시 충격으로 실신했다. 정신을 차린 5명의 승무원은 평상시 훈련한 매뉴얼 대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침착한 대응은 사망자 2명을 제외한 전원탈출로 이어졌다. 5명의 승무원은 주로 왼편에서 근무한, 이윤혜, 유태식, 김지연, 이진희, 한우리 승무원이었다. 이들은 사고발생 직후 일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부상자(다리 부상자 다수)들을 먼저 탈출시킨 후, 일반 승객들을 탈출시켰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대참사를 가녀린 몸으로 막았던 것이다.

특히 이윤혜 최선임승무원(35기)은 1995년에 입사해 올해로 19년차 승무원으로, 평소에도 모범을 보여 14회나 ‘우수승무원’에 뽑힌 바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윤혜 승무원은 기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 탑승객과 목격자들로부터 ‘영웅’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윤혜 승무원은 끝까지 현장에 머물다가,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마지못해 병원에 갔다. 가녀린 몸매의 김지연 선임승무원(89기)의 초인적인 힘도 화재다. 사고 당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초등학교 5학년생 어린이를, 다급한 마음에 직접 들처업고 무려 500M 이상을 뛰어 대피시켰다. 

‘일촉즉발’위기상황서 의연하게 대처
회사도 사고수습 총력 ‘발빠른 대응’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탑승객의 증언을 통해 “사고 직후 비행기 안에서 영웅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여승무원은 정신없고 긴박한 순간에도 바닥에 쓰러진 부상 승객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전했다.
승객 라유진(앤소니 라)씨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웅이었다. 작은 체구의 소녀같은 승무원이었지만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당한 사람들을 부축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도 침착했고 사람들을 도왔다”고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라씨는 “그녀를 비롯한 모든 승무원들이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비행기 구석구석을 다니며 모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힙합콘서트 프로듀서인 라유진씨는 아시아나기를 타고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간 것만 173회째라고 밝혔다. 그는 “착륙 직전 창문을 통해 보니 고도가 너무 낮다고 느꼈다. 엔진에서 회전 속도가 올라가는 듯한 비정상적인 소리도 들렸다”고 술회했다.

그는 “충돌할 때는 꼭 죽는줄만 알았다. 솔직히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에드윈 리 시장은 이날 뉴스브리핑에서 사고 상황에 비해 사상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운도 좋았지만 이렇게 생존자가 많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추가적인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아내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나 214편에 탑승한 승객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더 큰 비극을 막은 분들의 용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평상시 훈련도
실전처럼 준비

유태식 사무장과 이진희 부사무장, 한우리, 김지연 승무원 역시 화염과 연기 속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사고 직후 현지 언론들을 통해 전해진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탑승객의 증언과 “캐빈 매니저는 비행기에 불이 붙기 직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는데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비행기를 지키면서 혹시 남은 승객이 있는지 살폈다”는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의 이야기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 이상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해줬다.

이번 사고로 SNS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그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그들은 최고로 친절하다. 가장 좋아하는 항공사인 이유도 그들이다. 사고기 승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긴 하루를 보냈을,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노고에도, 무한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등 칭찬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매일 아침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객기 사고 발생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오전 회의를 열고 사고 관련 구체적 내용을 보고 받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상황실에서 밤 늦게까지 사고 경위를 파악하며 긴급 비상 체제에 돌입한 박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을 수시로 드나든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내용 만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와 이곳 상황실은 너무 멀어서 그룹 본사 직원까지 파견했다.

박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챙기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공식일정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탑승객과 피해자 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상 대기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박 회장이 이번 사고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체크하며 전체적인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면, 윤 사장은 전면에 나서 사고를 직접 챙기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도착해 “이번 사건으로 심심한 사의와 애도를 표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습 과정을 면밀히 파악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출국 배경을 설명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에서 급히 귀국한 박 회장과 윤 사장은 오는 11∼12일 일본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한일국제관광심포지엄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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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