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국축구 구세주' 홍명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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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축구 접고 칼패스… '코리아 플레이'로 브라질 접수한다

[일요시사=사회1팀] 고사 끝에 감독직을 수락한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홍명보. 한국 축구에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축구계와 팬들은 새롭게 출항한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신임 감독 취임 과정에서 오해와 논란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올림픽 이후 러시아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축구와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느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끈 이후 끊임없이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돼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축구협회로부터 정식으로 감독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고사해왔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구계 선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그 뒤를 이어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최종예선 때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한부 감독을 선언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계속 차기 감독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축구협회는 최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홍 감독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홍 감독이 끝까지 고사하는 상황에 대비해 외국인 감독까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려놔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고 끝에 홍 감독은 마음을 바꿔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홍명보호 체제로 새롭게 치르게 됐다.

홍 감독이 이처럼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축구협회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일찌감치 홍 감독을 ‘감독 후보 1순위’로 허정무 협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영입 작업을 펼쳤다.

일부에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누구보다 남다른 홍 감독 입장에선 대표팀이 잇따라 몰락하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대표팀으로 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 네 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고, 코치로서도 2006 독일월드컵을 경험했다. 감독으로서도 U-20 청소년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를 겪는 등 40대의 젊은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경험과 지도력,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강력한 카리스마는 어려움에 빠진 대표팀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대표 출신들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로서도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가 결정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6월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조별 리그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은 4승 2무 2패, 승점 14점을 기록해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 1골 차로 A조 2위를 차지해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서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란, 호주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세계 6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많이 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지만 누리꾼들은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2위로 겨우 올라갔다" "본선에 올라갔지만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한국 팀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면 월드컵 본선은 무의미하다" "축구 볼 때 시켜먹은 치킨이 아깝다" "아시아 티켓 수를 줄여야 정신을 차린다" 등의 쓴 소리를 냈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평가전(1-2패)과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패)까지 3연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3연패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패)과 터키와의 3-4위전(2-3 패), 같은 해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2-3 패)까지 세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후 11년 만이다. 하락세를 거듭한 최강희 호는 11년 만의 치욕적인 3연패와 더불어 20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남겼다.

아시아의 맹주?
해볼 만한 상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경험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발점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은 단연 1993년 10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펼쳐진 ‘도하의 기적’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인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신의 축복일까, 한국은 일본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힘겹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였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해 6차전 최종 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 놓은 6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한 경기, 한 경기, 전전긍긍하며 최종전 결과를 따져봐야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었다.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 홍 감독이 새겨야 할 사자성어는 전거지감(前車之鑑)이다. 전임자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한다는 뜻이다. 조광래, 최강희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합작하는 과정에서 비난 받은 사안을 꿰고 있으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 감독은 한국 축구 실정에 맞지 않는 패스 전술 위주의 ‘만화축구’, 최 감독은 일부 선수들의 편향적 기용과 팀 장악 실패 등 때문에 비난 여론과 마주했었다.

홍 감독이 지난 6월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한국형 전술과 팀 정신을 대표팀에 녹여낸다면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전임 감독들의 장점을 흡수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조 감독은 전술에 관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했다. 레바논에 충격패하는 날까지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홍 감독이 언급한 ‘한국형 전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 주변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술적 고집을 갖고 갈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의 경우 국내파와 해외파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어느 한 쪽에 쏠릴 경우 열등감이 느껴져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팬들이 우려하는 고대 라인, 해외에서 뛰는 ‘홍명보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면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신중해야한다.

홍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홍명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이기 보다는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한국형 축구로 승부하겠다" "팀 플레이를 모르면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복귀론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복귀론에 대한 생각은 은퇴를 발표했을 때도 본인의사가 존중돼야한다"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누군가는 한국축구의 퇴보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사실 박지성 선수 본인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다"라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캡틴 박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누리꾼들도 대체적으로 박지성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가 필요하다" "대선배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게 후배들에게는 더 큰 기회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거지감'
 실패 거울삼아야

박지성의 복귀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축구의 영웅 지단도 은퇴를 했지만 이내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특정한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차기 사령탑 홍 감독은 과거에 박지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그와 뛰어봤기에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을 두 차례 연속 경험한 감독은 단 한번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월드컵 준비기간인 4년을 통째로 보장받은 감독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홍명보 시대를 맞이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질 시간이 찾아왔다. 눈앞에 성적만을 ?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에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뿐만 아니라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결과만을 우선시하는 운영에서 탈피하고, 축구협회는 대표팀에 꾸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서 한국형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우리는 스페인도, 독일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희망찬 다짐을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명보 신임 감독은?

▲1969년 서울 출생
▲광장초-광희중-동북고-고려대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년)
                 미국월드컵(94년)
                 프랑스월드컵(98년)
                 한일월드컵(2002년)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92∼96년 포항체철
                 97∼98년 일본 쇼난 벨마레
                 99∼01년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
                 02∼03년 포항제철
                 03∼04년 미국 LA 갤럭시
▲지도자 경력

05∼07년 대표팀 코치
                07∼08년 U-23 대표팀 코치
                09∼12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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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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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