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국축구 구세주' 홍명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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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축구 접고 칼패스… '코리아 플레이'로 브라질 접수한다

[일요시사=사회1팀] 고사 끝에 감독직을 수락한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홍명보. 한국 축구에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축구계와 팬들은 새롭게 출항한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신임 감독 취임 과정에서 오해와 논란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올림픽 이후 러시아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축구와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느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끈 이후 끊임없이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돼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축구협회로부터 정식으로 감독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고사해왔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구계 선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그 뒤를 이어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최종예선 때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한부 감독을 선언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계속 차기 감독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축구협회는 최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홍 감독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홍 감독이 끝까지 고사하는 상황에 대비해 외국인 감독까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려놔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고 끝에 홍 감독은 마음을 바꿔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홍명보호 체제로 새롭게 치르게 됐다.

홍 감독이 이처럼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축구협회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일찌감치 홍 감독을 ‘감독 후보 1순위’로 허정무 협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영입 작업을 펼쳤다.

일부에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누구보다 남다른 홍 감독 입장에선 대표팀이 잇따라 몰락하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대표팀으로 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 네 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고, 코치로서도 2006 독일월드컵을 경험했다. 감독으로서도 U-20 청소년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를 겪는 등 40대의 젊은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경험과 지도력,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강력한 카리스마는 어려움에 빠진 대표팀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대표 출신들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로서도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가 결정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6월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조별 리그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은 4승 2무 2패, 승점 14점을 기록해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 1골 차로 A조 2위를 차지해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서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란, 호주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세계 6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많이 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지만 누리꾼들은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2위로 겨우 올라갔다" "본선에 올라갔지만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한국 팀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면 월드컵 본선은 무의미하다" "축구 볼 때 시켜먹은 치킨이 아깝다" "아시아 티켓 수를 줄여야 정신을 차린다" 등의 쓴 소리를 냈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평가전(1-2패)과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패)까지 3연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3연패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패)과 터키와의 3-4위전(2-3 패), 같은 해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2-3 패)까지 세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후 11년 만이다. 하락세를 거듭한 최강희 호는 11년 만의 치욕적인 3연패와 더불어 20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남겼다.

아시아의 맹주?
해볼 만한 상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경험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발점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은 단연 1993년 10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펼쳐진 ‘도하의 기적’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인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신의 축복일까, 한국은 일본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힘겹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였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해 6차전 최종 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 놓은 6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한 경기, 한 경기, 전전긍긍하며 최종전 결과를 따져봐야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었다.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 홍 감독이 새겨야 할 사자성어는 전거지감(前車之鑑)이다. 전임자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한다는 뜻이다. 조광래, 최강희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합작하는 과정에서 비난 받은 사안을 꿰고 있으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 감독은 한국 축구 실정에 맞지 않는 패스 전술 위주의 ‘만화축구’, 최 감독은 일부 선수들의 편향적 기용과 팀 장악 실패 등 때문에 비난 여론과 마주했었다.

홍 감독이 지난 6월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한국형 전술과 팀 정신을 대표팀에 녹여낸다면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전임 감독들의 장점을 흡수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조 감독은 전술에 관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했다. 레바논에 충격패하는 날까지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홍 감독이 언급한 ‘한국형 전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 주변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술적 고집을 갖고 갈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의 경우 국내파와 해외파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어느 한 쪽에 쏠릴 경우 열등감이 느껴져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팬들이 우려하는 고대 라인, 해외에서 뛰는 ‘홍명보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면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신중해야한다.

홍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홍명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이기 보다는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한국형 축구로 승부하겠다" "팀 플레이를 모르면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복귀론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복귀론에 대한 생각은 은퇴를 발표했을 때도 본인의사가 존중돼야한다"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누군가는 한국축구의 퇴보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사실 박지성 선수 본인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다"라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캡틴 박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누리꾼들도 대체적으로 박지성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가 필요하다" "대선배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게 후배들에게는 더 큰 기회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거지감'
 실패 거울삼아야

박지성의 복귀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축구의 영웅 지단도 은퇴를 했지만 이내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특정한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차기 사령탑 홍 감독은 과거에 박지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그와 뛰어봤기에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을 두 차례 연속 경험한 감독은 단 한번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월드컵 준비기간인 4년을 통째로 보장받은 감독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홍명보 시대를 맞이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질 시간이 찾아왔다. 눈앞에 성적만을 ?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에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뿐만 아니라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결과만을 우선시하는 운영에서 탈피하고, 축구협회는 대표팀에 꾸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서 한국형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우리는 스페인도, 독일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희망찬 다짐을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명보 신임 감독은?

▲1969년 서울 출생
▲광장초-광희중-동북고-고려대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년)
                 미국월드컵(94년)
                 프랑스월드컵(98년)
                 한일월드컵(2002년)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92∼96년 포항체철
                 97∼98년 일본 쇼난 벨마레
                 99∼01년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
                 02∼03년 포항제철
                 03∼04년 미국 LA 갤럭시
▲지도자 경력

05∼07년 대표팀 코치
                07∼08년 U-23 대표팀 코치
                09∼12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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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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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