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국축구 구세주' 홍명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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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축구 접고 칼패스… '코리아 플레이'로 브라질 접수한다

[일요시사=사회1팀] 고사 끝에 감독직을 수락한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홍명보. 한국 축구에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축구계와 팬들은 새롭게 출항한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신임 감독 취임 과정에서 오해와 논란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올림픽 이후 러시아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축구와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느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끈 이후 끊임없이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돼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축구협회로부터 정식으로 감독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고사해왔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구계 선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그 뒤를 이어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최종예선 때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한부 감독을 선언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계속 차기 감독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축구협회는 최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홍 감독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홍 감독이 끝까지 고사하는 상황에 대비해 외국인 감독까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려놔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고 끝에 홍 감독은 마음을 바꿔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홍명보호 체제로 새롭게 치르게 됐다.

홍 감독이 이처럼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축구협회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일찌감치 홍 감독을 ‘감독 후보 1순위’로 허정무 협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영입 작업을 펼쳤다.

일부에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누구보다 남다른 홍 감독 입장에선 대표팀이 잇따라 몰락하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대표팀으로 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 네 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고, 코치로서도 2006 독일월드컵을 경험했다. 감독으로서도 U-20 청소년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를 겪는 등 40대의 젊은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경험과 지도력,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강력한 카리스마는 어려움에 빠진 대표팀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대표 출신들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로서도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가 결정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6월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조별 리그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은 4승 2무 2패, 승점 14점을 기록해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 1골 차로 A조 2위를 차지해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서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란, 호주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세계 6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많이 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지만 누리꾼들은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2위로 겨우 올라갔다" "본선에 올라갔지만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한국 팀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면 월드컵 본선은 무의미하다" "축구 볼 때 시켜먹은 치킨이 아깝다" "아시아 티켓 수를 줄여야 정신을 차린다" 등의 쓴 소리를 냈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평가전(1-2패)과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패)까지 3연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3연패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패)과 터키와의 3-4위전(2-3 패), 같은 해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2-3 패)까지 세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후 11년 만이다. 하락세를 거듭한 최강희 호는 11년 만의 치욕적인 3연패와 더불어 20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남겼다.

아시아의 맹주?
해볼 만한 상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경험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발점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은 단연 1993년 10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펼쳐진 ‘도하의 기적’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인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신의 축복일까, 한국은 일본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힘겹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였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해 6차전 최종 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 놓은 6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한 경기, 한 경기, 전전긍긍하며 최종전 결과를 따져봐야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었다.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 홍 감독이 새겨야 할 사자성어는 전거지감(前車之鑑)이다. 전임자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한다는 뜻이다. 조광래, 최강희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합작하는 과정에서 비난 받은 사안을 꿰고 있으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 감독은 한국 축구 실정에 맞지 않는 패스 전술 위주의 ‘만화축구’, 최 감독은 일부 선수들의 편향적 기용과 팀 장악 실패 등 때문에 비난 여론과 마주했었다.

홍 감독이 지난 6월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한국형 전술과 팀 정신을 대표팀에 녹여낸다면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전임 감독들의 장점을 흡수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조 감독은 전술에 관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했다. 레바논에 충격패하는 날까지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홍 감독이 언급한 ‘한국형 전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 주변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술적 고집을 갖고 갈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의 경우 국내파와 해외파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어느 한 쪽에 쏠릴 경우 열등감이 느껴져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팬들이 우려하는 고대 라인, 해외에서 뛰는 ‘홍명보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면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신중해야한다.

홍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홍명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이기 보다는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한국형 축구로 승부하겠다" "팀 플레이를 모르면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복귀론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복귀론에 대한 생각은 은퇴를 발표했을 때도 본인의사가 존중돼야한다"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누군가는 한국축구의 퇴보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사실 박지성 선수 본인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다"라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캡틴 박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누리꾼들도 대체적으로 박지성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가 필요하다" "대선배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게 후배들에게는 더 큰 기회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거지감'
 실패 거울삼아야

박지성의 복귀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축구의 영웅 지단도 은퇴를 했지만 이내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특정한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차기 사령탑 홍 감독은 과거에 박지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그와 뛰어봤기에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을 두 차례 연속 경험한 감독은 단 한번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월드컵 준비기간인 4년을 통째로 보장받은 감독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홍명보 시대를 맞이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질 시간이 찾아왔다. 눈앞에 성적만을 ?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에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뿐만 아니라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결과만을 우선시하는 운영에서 탈피하고, 축구협회는 대표팀에 꾸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서 한국형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우리는 스페인도, 독일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희망찬 다짐을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명보 신임 감독은?

▲1969년 서울 출생
▲광장초-광희중-동북고-고려대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년)
                 미국월드컵(94년)
                 프랑스월드컵(98년)
                 한일월드컵(2002년)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92∼96년 포항체철
                 97∼98년 일본 쇼난 벨마레
                 99∼01년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
                 02∼03년 포항제철
                 03∼04년 미국 LA 갤럭시
▲지도자 경력

05∼07년 대표팀 코치
                07∼08년 U-23 대표팀 코치
                09∼12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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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