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정치검찰’ 잔혹사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3:38
  • 댓글 0개

“이명박 사람 심어 수사권 쥐락펴락”

[일요시사=정치팀] ‘MB 검찰’ 5년의 권한 남용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이명박정부 5년 검찰 보고서 :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매년 검찰의 권한 오남용 행태를 기록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번은 그 종합판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새로운 정권은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내내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이 아닌 ‘MB검찰’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사권 행사로
검찰청 장악

올해 발표된 350쪽 분량의 종합 보고서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사건과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금품 수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74개 사건이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는 정치편향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 명단과 담당 사건 검사의 실명도 포함됐다. 법무·검찰 분야의 주요 일지와 행적들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MB검찰’의 면면이 빠짐없이 담긴 인적 정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부 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을 통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장악, 수사권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4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박정규 전 서울동부지청 형사3부장이 유일했고 문재인·전해철·이호철씨 등 3명은 비검찰 출신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 4명 중 3명은 고등검사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선배였고 나머지 1명도 검사장 출신이면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의 동기였다. 민정수석비서관 위상을 높여 검찰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검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수사 등 주요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성과가 미미한 것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TK)-고려대 인맥이 직책 절반 차지
법무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 통해 조직 장악

‘고위 사정라인’ 뿐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직책에 ‘MB 인맥’인 대구경북 출신과 고려대 출신 인사가 편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있었던 법무·검찰 관련 8차례 인사를 분석해 보니 법무부 장·차관,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중수부장과 주요 과장, 서울중앙지검장과 1, 2, 3차장 등 20개 주요 직책 가운데 TK 출신과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매회 평균 9.4개(47%)의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노무현 정부 당시 TK·고려대 출신 인사가 매회 평균 5개를 맡은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많아진 수치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과 핵심 집권세력들이 지연과 학연을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대부분 TK·고려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리한 기소로
검찰권 남용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앞두고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를 장기간 이어가자,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담당 PD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부터 3심까지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한 기소로 패소한 사건”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검사는 검찰 상부와 집권 세력의 압력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후 후임 검사들이 기소를 하게 돼 비정상적인 수사와 기소결정으로 검찰권이 남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사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더 환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수사한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법률검토를 거친 뒤 법원의 권고를 수용해 환급을 포기한 것인 데도 검찰권을 남용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역시 1심∼3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통해 검찰의 기소의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됐고, 결과적으로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 수사의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한 사건 역시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교과부와 집권세력의 의도에 진보적 성향의 김 교육감이 동조하지 않자, 김 교육감마저 검찰권을 동원해 압박하려고 하는 교과부 등의 의도에 검찰이 적극 협조한 것”이라며 “이 사건 역시 법원의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도 이명박 정권의 표적 및 과잉 수사로 지목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비극적 죽음을 택했다.

‘끼워 맞추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압박을 받고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친노 세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고심까지 단 한 번도 검찰의 기소내용은 인정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과 일방적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심각한 비난이 쏟아졌던 사건”이라 평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전임 정부 인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에 검찰이 부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편은
‘쉬엄 쉬엄’

이에 반해서 살아있는 권력과 그 언저리에 대한 수사는 부실덩어리였다. 2009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핵심은 ‘대통령 사돈기업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수사결과였다.

야당은 검찰의 ‘봐주기 부실·축소수사’로 몰아붙이고 여당은 10.28 재보선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이에 검찰은 새로운 범죄혐의가 없는데 수사할 수 있느냐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처분을 내리더니, 효성그룹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내사 종결하면서 곁가지라고 볼 수 있는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 원대 비자금과 효성중공업 임원의 사기 혐의만을 밝혀내고는 전·현직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10여 가지 범죄의혹 첩보에 비해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축소·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PD수첩 사건부터 사돈그룹 비자금 사건까지
“표적·정치수사 일관”…MB검찰 ‘연전연패’
‘검사동일체’ 도 넘은 식구 감싸기

수사의 형평성도 문제였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조석래 효성 회장을 소환조사했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마저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가 끝난 후, 수사과정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라며 “죽은 권력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서는 매일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수사진행상황을 세세히 공개한 반면 조석래 회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은 수사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검찰의 태도가 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증거파기 및 회유에 관한 추가 폭로가 나와 지난해 재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지시나 방조가 있었는지,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 지원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집권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수사를 마무리 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고 나서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착수 뒤에도 며칠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제공하는 등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사건’ 수사 역시 봐주기 사례로 꼽혔다. 검찰은 2011년 10월 고발이 접수된 이후 8개월간 수사하면서도 의혹의 핵심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서면조사만 한차례 진행하고, 피고발인 7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 단 1명만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수사의지 없음은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검찰수사의 부실함 때문에 이어진 특별검사의 수사 중에는 애초 검찰 수사 때 시형씨가 제출한 서면진술서가 허위였다는 점이 드러나 부실수사였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점들은 검찰이 대통령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2009년)와 ‘용산참사 과잉진압 수사’(2008년) 등은 검찰이 도를 넘은 피의사실 공표를 하거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면죄부를 준 사건으로 꼽혔고 ‘G20 정상회의 포스터 쥐 그림 사건’ 등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과잉수사 사례로 언급됐다.

법 이름으로
법 오염시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통치술로 검찰 권력이 극대화되는 전성기를 맞았다”면서도 “법의 이름으로 법을 오염시키고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훼손한 ‘MB검찰’의 폐악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간절함으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걸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점을 들어 “권력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언제든지 불러 세워 수족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곁에 둔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 질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정부 5년간 공공부채 2배 증가
뭘 했다고 빚이 늘어?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이명박정부 5년간 갑절 수준으로 불어나 9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일반정부’ 및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915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조9000억 원 늘었다.

2008년 취임 당시엔 480조원
4대강 등 잇단 대형 사업에↑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부채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3월 말의 공공부문 부채가 480조4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간 늘어난 공공부문 부채는 435조2000억 원(90.6%)이나 됐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폭은 노무현정부보다 컸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2003년 3월 말 공공부문 부채는 268조6000억 원에서 임기가 끝난 2008년 3월 말에는 480조4000억 원으로 5년간 211조8000억 원(78.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정부 부채’는 2008년 3월 284조5000억 원에서 올해 3월 514조8000억 원으로 80.9%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이 늘어난 탓이었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부채는 3월 말 현재 400조8000억 원으로 5년 전 195조9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건설,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에 재원마련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