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통계> 통계청 자료로 본 결혼과 이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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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일요시사=사회1팀]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이 '선택'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흑룡의 해'였던 지난해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혼인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민 10명 중 3명이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생아 감소다.

 


서울시가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해 '서울시민 가족관 및 가족구조 주요 변화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만 13세 이상 시민 34.1%는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은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 비해 5.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급감하는 결혼

반면 '결혼해야 한다'는 견해는 2008년 68.0%에서 62.2%로 감소했으며 남성(68.5%)이 여성(56.3%)보다 많았다. 특히 '선택사항'이라는 견해는 여성(39.9%)이 남성(27.9%)보다 많았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2.4세, 여성 30.2세로 2002년 대비 남성은 2.3세, 여성은 2.4세 각각 늦어졌다.

50세 이상 결혼도 증가추세다. 50세 이상 남성의 결혼은 2002년 2101건에서 3410건으로 62.3% 증가했다.여성의 경우 2002년 1040건에서 2495건으로 10년 새 2.4배 늘었다.


부부사이에 남자가 연상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초혼부부 중 남자가 연상인 부부는 2002년 4만3436건에서 4만1889건으로 10년 새 1547건 감소했다. 동갑은 2002년 9134건에서 9505건으로 371건 증가했으며 여자가 연상인 경우도 2002년 7513건에서 9250건으로 1736건 늘었다.

이혼에 대한 인식도 달려졌다. 이혼이 선택사항이라는 답변은 2008년 332%에서 2012년 41.9%로 증가했다. 반면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은 2008년 57.3%에서 2012년 44.8%로 12.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드러져 나타났다. 남성은 38.5%가 '이혼이 선택 사항'이라는 인식을 보인 반면, 여성은 50.3%가 이러한 인식을 보였다.

2003년 3만2000건이라는 상상 최대수치를 기록했던 이혼건수는 2만 여건으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통계청은 이혼 건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인구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1970~80년대 저출산운동의 후유증으로 현재 결혼적령기의 인구가 줄었고, 여기에 흑룡의 해였던 지난해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혼인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라는 것. 결혼건수가 줄어드니 동시에 이혼건수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동거기간(실제 결혼생활)이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부터는 동거기간 4년 이내 부부 이혼비중보다 높아졌다.

동거기간 20년을 넘기고 이혼한 부부 비중은 2002년 18.6%에서 30.0%로 증가했지만 동거기간 4년 이내 이혼비중은 2002년 26.4%에서 22.5%로 줄었다.

출산장려정책 불구 출생아 지속 감소
서울시민 34%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가족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가족관계별로 보면 자녀와의 관계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68.4%로 가장 높고 배우자가 64.0%, 자기 부모 61.9%, 형제·자매 50.4%, 배우자·부모 49.3%, 배우자·형제·자매 39.0%순이었다.


결혼은 기피하고 이혼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1~2인 가구가 늘고 있다. 2000년 102만7000가구였던 1~2인 가구는 2012년 172만9000가구로 12년 사이 68.4%나 증가했다.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가구주는 2000년 26만2000가구에서 2012년 57만6000가구로 2.2배 증가했다. 전체가구 중 65세 이상 가구주 비중도 2000년 8.5%에서 2012년 16.3%로 높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출생아수 감소다. 통계청의 '3월 인구동향 및 4월 국내인구이동 통계' 자료에 따르면 출생의 선행지표가 되는 혼인건수는 3월 2만360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6.0% 급감했다. 2008년 11월 6638건(-19.8%) 줄어든 이후 최대치다. 다문화결혼건수(2177건)가 지난해 3월보다 20.8% 급감한 것과 혼인 적령기의 남성(30~34세), 여성(27~31세) 인구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보육료 지원 등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생아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3월에 태어난 아기는 총 3만8800명. 이는 지난해 동월과 비교했을 때 4400명(10.2%)이나 줄어든 것으로 2011년 10월 53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월별 신생아는 2012년 5월부터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월에는 0.4%, 2월에는 9.1%가 떨어지더니 3월에는 10.2%로 두 자리 수를 넘어섰다. 1분기 출생아는 12만500명으로 전년보다 8300명(6.4%) 줄었다.

12년 만의 '초저출산국'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인구통계학계는 1.30명을 기준으로 '초저출산'과 '저출산'을 구분하고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1.30명 이하일 경우 초저출산국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을 보면 1980년대 2명대에서 2001년 1.297명을 기록, 12년째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돼 있다.

이혼도 선택?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5월 이후 혼인건수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혼인 감소로 인해 출생아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올해도 초저출산국 탈출은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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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