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식 저/ 창해 펴냄/1만8000원
산에 사는 이들의 삶에 대한 생각, 산골 생활의 애환과 정취를 글로 적어낸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은 산촌살이에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른 꿈과 땀, 파워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산골에서 제멋대로 살기 선수들에 관한 기록이다. 자신을 풀어 놓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삶을 허용하는 산골이란 얼마나 다행스런 장소인가.
20년 가까이 자연과 벗하며 <속리산> <산 깊은 강> <바닷가에 절이 있었네> <낯선 정거장에서 기다리네> <천년산행> 등의 책을 출간한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이 다시 펜을 들었다. <산이 좋아 산에 사네>는 경제위기에 허덕이며 도시에서 벗어나 제2의 인생을 산에서 재설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간디학교를 설립한 김광화, 자신을 유배를 살다 간 정약용에 비유하며 죽을힘을 다해 글을 쓰는 소설가 한승원, 30년간 “머리 좋은 놈이 많은 세상보다 마음 좋은 놈이 많은 세상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며 독자를 각성시키는 글을 써온 소설가 이외수,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정상명 등 산이 좋아 산에 사는 28명의 이야기다.
이들의 삶에는 도시에서의 삶과 다른 꿈과 땀, 파워가 있다. 그들만의 드라마가 있으며 남모를 파란만장과 독야청청이 있다.
오랫동안 산속, 혹은 산촌에 귀의한 채 나름의 독특한 자기 세계를 일궈 가는 사람들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산속에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깡과 꿈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왜 산에 살며, 거기서 무엇을 구하는 것일까. 콩나물 지하철에 실려서 시작하는 도시의 삶에 한 번쯤 회의를 느낄 때,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집에서는 집대로 고군분투하던 그때, 문득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를 벗하며 자연과 일치하는 삶, 산중 자연에서의 평안을 꿈꾸게 된다.
물론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해도 그곳에는 그곳만의 어려움이 존재할 수도 있다. 도시와는 딴판인 산속 환경에 적응하고 동화되기 위해서 몇 배의 힘이 더 들지도 모른다.
산림처사들 역시 그저 한세상 고진감래를
당연지사로 여기며 살아가는 현실의 바라문들”
일찍이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소로가 말한 대로 “강인한 스파르타인처럼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때려 엎는” 불굴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산중 살림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산촌살이는 도회적 삶의 모순과 고난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대안으로 보인다. 각축과 소음이 들끓는 도시의 악머구리 소굴을 벗어난 깊은 산중에서는 한결 어엿한 인간적, 생태적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게 한다.
이 책에 실린 스물여덟 명의 목소리에서 바로 그러한 삶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자연을 닮느냐, 산을 닮느냐, 그것이 우리 인생살이의 척도가 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180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산을 닮은 삶을 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