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스폰서 & 매니지먼트 실태 해부

한·미 골프 주무르는 큰손 “누구냐 넌?”

프로골프투어에서 가장 활발하게 스포츠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업종은 어디일까. 올 시즌 한국과 미국의 남녀 프로골프대회 타이틀스폰서를 분석한 결과 금융 관련 기업들이 가장 많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주최하는 남녀 대회 총 34개(여자 25개, 남자 9개) 중 13개가 금융기업 주최 대회였다. 전체의 38%에 이른다. 국내 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의 경우 25개 중 3분의 1이 넘는 9개 대회나 된다.

금융기업 주최 대회…국내 13개, 미 3개 중 1개
금융계·자동차업계가 프로골프 먹여 살린다?

보험회사 메트라이프는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으며 KB금융그룹은 ‘KB금융STAR챔피언십’과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을 후원하고 있다.

일방적 계약해지

한화금융은 한화금융클래식을 개최한다. 우리투자증권, LIG손해보험, KDB금융그룹, 러시앤캐시 등도 회사 브랜드를 내건 골프대회로 활발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남자대회도 9개 중 절반에 가까운 4개가 금융 관련 기업들이다. 광주은행이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 메리츠금융이 ‘메리츠·솔모로오픈’, 동부화재가 ‘동부화재프로미오픈’, 신한금융그룹이 ‘신한동해오픈’을 각각 개최한다.


이처럼 여자 대회를 후원하는 금융기업들의 상금 총액은 60억원으로 전체 투어 총상금 150억원의 40%에 해당한다. 남자는 전체 상금 80억원(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제외) 가운데 24억원(30%)을 차지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남녀 프로골프 대회를 개최하면서 총상금으로만 84억원을 들인다. 여기에 대회 개최 비용을 포함하면 최소한 200억~240억원이 프로골프투어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선수 후원 및 골프구단 운영비용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현재 선수를 후원 중인 신한금융그룹(김경태·김민휘·한창원), 하나금융그룹(유소연·김인경), KB금융그룹(양용은·양희영·안송이·정재은) 등은 선수들의 후원 계약금과 성적 인센티브 예산으로 각각 20억~30억원을 쓴다.

가장 많은 선수를 후원하는 우리투자증권(이미림·안신애·이승현·정혜진·김대섭·강경남)과 LIG손해보험(양제윤·최혜용·이민영·김현지·한정은·고민정)도 각각 15억~20억원 등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PGA투어는 올해 47개 대회 중 금융 관련 회사가 개최하는 대회가 14개에 달한다. 3개 대회 중 1개 대회는 은행, 보험회사가 여는 꼴이다.

LPGA투어는 28개 대회 중 5개다. 금융 관련 기업들은 각각 4개 대회를 열고 있는 유통과 레저 분야를 제치고 가장 많은 대회를 연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프로골프 대회에 집중하는 것은 주요 타깃 고객들이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난해 대회개최로 많은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객들이 대부분 골프를 치고 있어 매출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에 이어 프로골프 대회에 후원을 많이 하는 곳은 자동차 관련 분야다. KLPGA에서는 총 6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다. 기아자동차는 내셔널타이틀대회인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을 후원하고 현대차는 중국에서 ‘현대차차이나레이디스오픈’을 개최한다.


2013년 한국 골프계도 선수를 통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자 프로골퍼들의 몸값은 수억원을 호가하며 메인 스폰서 이외에도 여러 기업으로 이루어진 서브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대부분 매니지먼트의 몫이다.

대놓고 담당자 무시

매니지먼트사는 선수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고 선수와 스폰서의 의견을 절충해 합당한 몸값을 책정하고 결과를 이끌어 낸다. 결국 선수와 매니지먼트가 함께 이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잘 나가는 프로골퍼 A양은 2년간 자신과 함께 했던 매니지먼트 B사와 결별을 선언했다. 결별 이유는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해 해당 매니지먼트 B사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별 과정에서는 그간의 정이 무색할 정도의 민망함이 오갔다고 한다. 선수 측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요구했고 매니지먼트 B사는 전부는 아니지만 큰 부분을 수용하면서 재계약을 종용했다. 대다수의 요구를 맞춰줬지만 재계약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되레 더욱 어려운 사항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손해를 감수할 수 없는 매니지먼트 B사는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A양은 매니지먼트 B사와 결별 후 곧바로 다른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매니지먼트 B사에게 그동안 일해 준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였다.

매니지먼트 B사는 그간 A양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매니지먼트 B사 관계자는 “차라리 속 시원하게 ‘더욱 좋은 조건이 있어 가고 싶으니 놔 달라’고 말하면 가슴은 아파도 놓아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일한 것에 대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이렇게 되어 버리니 오히려 배신감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에이전트, 즉 매니지먼트사는 선수가 더욱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해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에 따른 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선수 측은 매니지먼트사를 파트너가 아닌 개인 비서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프로골퍼 C양은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후 두 번째 우승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도 우승한 경험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스폰서 제의를 받았고 계약하면서 매니지먼트 D사의 관리를 받게 됐다.

골프선수와 매니지먼트사 ‘미묘한 관계’
 에이전트를 개인비서로 여기는 경우도

매니지먼트 D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C양의 어머니는 노골적으로 매니지먼트 D사의 담당자를 무시했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선물해 줄 모자나 우산 등을 해당 담당자에게 챙겨올 것을 강요했다. 또 C양의 플레이에 방해된다는 것을 내세워 담당자의 대회 갤러리 참관도 거부하는 등 몰지각한 행동들을 일삼았다고 한다. 파트너 관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는 관리능력이 떨어질 경우 과감히 선수를 놓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 자칫 선수와 매니지먼트사, 스폰서에까지 금전적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골퍼 E군은 F대기업의 서브스폰서를 받고 있었다. 매니지먼트 G사의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매니지먼트사로부터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 결국 제 풀에 지친 E군은 세계 최대 스포츠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브스폰서인 F대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새로운 메인스폰서 업체는 해당 선수의 서브스폰서 계약을 허락지 않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서브스폰서를 맡고 있던 F대기업은 E군과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E군은 F대기업에 서브스폰서 계약해지를 요구했고,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F대기업 측은 난색을 표했다. 처음 계약 시 선수를 제외한 매니지먼트 G사와 F대기업, 양자 간 계약이 이루어졌고 E군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해당 계약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성공을 위한 동반자


결국 F대기업은 무리하게 계약해지 요구를 거절해 마찰을 빚는 것보다 ‘쿨’하게 선수를 놓아주면서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여줬지만 조기계약 해지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 골프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국내골프 선수 중 매니지먼트와의 깊은 신뢰와 유대를 지속해 나가는 선수는 10%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선수들도 문제가 있지만 매니지먼트사도 문제가 있다. 서로를 비즈니스 상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동반자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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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