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철 특집> ‘전국 활개’ 빈집털이 예방법

문단속이 능사?…대담무쌍 도둑에 안 통한다

[일요시사=사회팀] 따뜻한 봄 날씨가 한창인 요즘 나들이 떠나는 가정만큼 좀도둑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량기의 숫자를 보거나 인터폰을 사용해 빈집인 것을 확인한 후 절도행각을 저지르는 등 좀도둑들의 절도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추세다. 가족의 행복한 봄나들이를 방해하는 좀도둑의 용의주도한 절도행각들을 알아봤다.


봄은 겨우내 웅크렸던 시민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는 계절일 뿐 아니라 범죄 역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특히 날이 풀리면서 상춘객들의 빈집을 노리는 절도행각이 해마다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주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계량기 수치 본 뒤
인터폰으로 재확인

최근 방배동에서 전기계량기 수치를 이용해 절도행각을 벌인 도둑이 경찰에 붙잡혔다. 40대 김모씨는 전기계량기가 느리게 도는 방배동 인근 아파트·빌라 등을 골라 귀금속 등 억대의 금품을 훔쳤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서 인터폰을 누른 뒤 빈집임을 확인했다. 이후 현관 출입문 틈새에 드라이버를 넣어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안으로 침입, 방 안 서랍 안에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 외화 등 1500여만원 상당을 훔쳤다. 그는 비슷한 수법으로 귀금속을 상습 절도해왔다. 김씨는 아파트나 빌라 경비원에게 “인터넷 수리를 하러 왔다”고 말하고 건물 내부에 들어가 주로 전기계량기 회전이 늦은 집을 빈집털이 대상으로 정했다. 통행이 뜸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2011년 춘천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훔친 물건을 처분 전 진품인지 여부를 감별기와 시약을 이용해 직접 확인했고, 종로의 금은방에 내다 팔았다.

경찰은 절도사건 발생 후 현장 주변의 CCTV를 분석했고 지난 3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노상에 보관해 둔 범인의 오토바이를 확인한 뒤 잠복근무를 통해 오토바이를 타러 온 김씨를 발견했다.


‘외출의 계절’빈집 노리는 절도범 기승
용의주도 수법 진화…각별한 주의 요구

경찰은 빈집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따고 들어가 지난 1년간 61회에 걸쳐 1억8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털어 도주한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더불어 1년간 훔친 귀금속, 시계 등을 매입한 혐의(장물 취득)를 받고 있는 송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달 13일에도 빈집을 노리는 절도범이 강남권 고가의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렸다. 4월13일 서초구 일대 고급 빌라를 돌아다니며 빈집을 골라 3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30대 최모씨 등 2명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월13일 오후 6시10분쯤 서초구 반포동 김모씨의 빌라에 몰래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 1개와 명품 까르띠에 시계, 루이비통 가방 등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반포동, 양재동 일대의 고급 빌라를 대상으로 50여차례에 걸쳐 3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초인종을 수차례 눌러 빈집인지 확인한 뒤 한 명이 건물 밖에서 망을 보고 다른 한 명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드라이버로 열거나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번호판을 붙인 대포차를 매달 바꿔 타기도 했다.

훔친 돈은 벤츠, 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차를 렌트하거나 강남의 고급 술집을 드나드는 데 썼다. 경찰은 이들이 일주일에 2∼3회 정도 범행을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급 아파트
주변 맴돌며 절도


이처럼 나들이철에 빈집만을 노리는 절도사건은 두 달 새 500여건이 훌쩍 넘었다.

강원 삼척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강원도 삼척에서 동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가에서 금품을 훔친 20대 커플 이모씨와 김모씨를 검거했다.

연인 관계인 이들은 같은 달 3일 오전 0시35분께 삼척시 남양동의 한 상가건물 2층 주점에서 현금 3만원을 훔치는 등 최근 한 달간 심야시간대 빈 상가에서 총 9차례에 걸쳐 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그들의 절도수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남들이 모두 자는 심야시간대에 절도를 행했으며 여자친구인 김씨가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주변에서 망을 보면, 남자친구 이씨가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상가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나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와 1개월 전부터 동거를 했는데, 생활비가 떨어져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관 앞 우유 주머니 등에 보관된 열쇠로 빈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한 범인도 있었다. 30세의 서모씨는 4월21일 오후 2시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현금 50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마포·용산·은평구 등지의 빈집에서 총 24차례에 걸쳐 768만원어치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았다.

서씨의 범행수법은 간단하면서도 치밀함이 엿보였다. 집주인이 현관 앞 우유 주머니나 신발장, 우편함 등에 넣어둔 열쇠를 찾아내 집에 침입했으며, 범행 후에는 현장을 원래대로 정돈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자신이 훔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 물건을 빌라 옥상이나 지하 창고에 보관하다가 생활비가 떨어지면 자신이 훔친 금품을  장물업자 차모씨 등에게 처분했다.

경찰은 빈 집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서씨를 구속, 서씨로부터 훔친 귀금속 등을 사들인 금은방 주인 차씨 등 장물업자 3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 생활비가 없어 빈집 옥상이나 대학교 화장실 등에서 노숙 생활을 했으며 빈집을 털어 마련한 돈은 대부분 유흥비보다는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 아파트를 가려내 빈집털이를 한 절도범도 있었다. 30대 남성 허모씨는 배수관이 아닌 아파트 각 세대에 설치돼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집을 가려냈다.

허씨는 지난해 11월22일 오후 7시30분경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3층에 살던 윤모씨의 집에서 800만원 상당의 순금 목걸이 등 모두 2300만원의 금품을 훔쳤다. 허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최근 5월 초까지 청주·충주·대전·천안 등 충청권 일원 아파트를 돌며 모두 51차례에 걸쳐 총 2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범행현장의 CCTV를 확보해 허씨의 범행을 인지했고, 지난 2일 아파트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허씨를 특가법상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대포차와 대포폰
진화하는 빈집털이

9일에는 1년간 무려 150여 차례나 빈집털이를 한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범들은 제주도만 뺀 전국각지를 돌며 도둑질을 했는데,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한 지역에서 한 집만 골라 물건을 훔쳤다. 이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이 같은 범행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범행이 매우 용의주도했기 때문이다.


교도소 동기인 40대 이모씨와 김모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빈집털이 행각을 벌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이들의 무대였다. 전북과 충남에서의 범행이 20회에 달했고, 경북과 전남에서도 10회 이상 절도행각을 벌였다. 서울이 주거지인 이들은 주로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이어갔다.

또한 이들은 각 지역으로 원정에 나서면서 CCTV가 없는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고 한 도시에서 한 건의 범행만 했다. 방범시설이 미비한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대포차와 대포폰을 사용할 정도로 빈집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반 절도범과는 다르게 치밀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전기계량기 보고 침입
택배기사로 위장해 경비원 속이고 출입

그렇게 이들은 1년 동안 150회에 걸쳐 절도를 저질렀고, 그들이 훔친 물품은 총액이 6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통으로 사용된 LPG통에 든 동전 2000만원을 비롯해 명품가방과 지갑, 외화, 양주, 골프채, 귀금속, 신발 등 품목도 다양하다. 이른바 ‘싹쓸이’ 수법으로 품목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훔친 것. 이 때문에 한 노모는 아들의 결혼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년간 한푼 두푼 모아뒀던 2000만원을 이들의 손아귀에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 1년뿐이었다. 영원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갈 줄 알았던 그들은 끝을 모르고 빈집털이를 하다 꼬리가 밟혔다. 이들이 빈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이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던 것. 결국 이씨와 김씨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오랫동안 심층 수사를 벌인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내 그들이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훔친 귀금속 여러 점이 발견되자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또 압수영장 집행 결과 이씨의 집에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장물들이 대거 발견되자 그때서야 그간의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여죄를 수사 중이며, 장물아비도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첨단 도어록 설치
귀중품은 은행에

이처럼 전국으로 빈집털이범이 활개 치는 요즘, 마음 놓고 봄나들이를 즐길 수 없다며 불만을 표하는 상춘객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빈집털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찰은 계량기에 덮개를 씌우거나 전력사용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디지털 계량기로 바꾸는 게 범죄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부분의 좀도둑들은 낮 시간대에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 시간대 빈집털이범들이 몰리는 이유는 경비원들이 재활용품 정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 관계자는 이 시간에는 집을 비우지 않는 게 좋고 외출 시에는 인기척이 느껴지도록 현관 근처에 라디오를 틀어 놓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또 문을 강제로 열면 강한 경보음이 울리는 디지털 도어록은 기존의 잠금장치인 열쇠보다 절도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인터폰·초인종으로 인기척 확인
실외기·우유주머니 열쇠로 침투

진병진 순천경찰서 형사는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절도 예방법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에 따르면 도둑의 발판이 될 만한 창문 인접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도둑이 아파트에 침입하는 흔한 경로인 도시가스관, 에어컨 배관 등에는 철재가시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게 좋다. 모든 창문에는 방범창 및 이중 유리와 만능키 등으로 쉽게 열 수 없는 카드식-전자식 전문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적외선 감지기, 비상벨 등의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유 및 신문 투입구는 폐쇄하고 배달을 미리 중지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밤에는 TV나 라디오, 손전등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전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빈집 사전신고 및 현금이나 귀중품 등을 맡기고 이웃집이나 경비실에 감시를 따로 부탁해야 한다.

진 형사는 “현금이나 귀중품 등은 가능한 한 은행에 맡기고 옷장서랍, 책상서랍, 화장대, 찬장 등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예방책”이라며 “빈집털이 예방을 꼭 준수하면 절도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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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