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프 본격적인 우승 불꽃 점화

‘지존’ 부재 속 차세대 지존은 “바로 나”

2009 한국 남녀프로대회가 지난달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했다. 4월2일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시즌 개막전을 연 남자대회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서막을 연 후 올해 4월8일 열린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서 실질적인 개막전을 가진 여자대회까지 본격적인 ‘2009 시즌’의 개막 팡파르가 울렸다. 4월 한 달간 남녀 각각 2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5월 들어 남자대회 3개, 여자대회 4개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우승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PGA…‘신-구 대결구도’ 중심 우승 향방 ‘안개 속’
KLPGA…‘지존’ 부재로 우승경쟁 ‘점입가경’ 가시화
해외진출 러시로 스타급 ‘젊은 피들’ 대거 해외로
KLPGA 서희경  한발 앞서며 ‘지존’경쟁 가속화

지난해 한국 남자프로무대는 ‘절대강자’를 허용치 않은 가운데 ‘완전한 세대교체’를 확인이라도 하듯 20대 ‘젊은 피’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한 해였다.

힘과 패기가 넘쳐나는
KPGA 눈에 띄네!

1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자는 14명이 배출됐고 이중 20대 선수로는 개막전 우승자인 배상문(23)과 김형성(29),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 허인회(22), 강경술(22), 김위중(29), 김대섭(28) 등 7명이었다. 이들 7명이 가져간 우승컵만 해도 9개로 배상문과 김형성이 각각 2승을 올려 20대가 절반 가까운 9승을 합작했다.

30대에선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이 선전을 펼치며 2승을 거둔 가운데 최호성(36), 김형태(32· 테일러메이드) 등과 함께 4승을 거뒀다. 40대에선 관록의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이 유일했고 해외파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2승, 외국인 선수가 3승을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지난해에는 ‘젊은 피’들 간의 우승경쟁이 대회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며 경험과 관록이 아닌 힘과 패기의 충돌로 시즌 내내 시원한 장타대결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젊은 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해 국내대회의 활력이 조금 수그러질 듯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의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김형성은 올해 일본투어에 진출했고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에 머문 강성훈(23·신한은행)도 일본무대를 노크한다.

이외에도 허인회와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국가대표 출신 김비오(20) 등도 올해 주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정해놓고 있다.
아시안 투어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아시안 투어 Q스쿨에서 시드를 획득한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자인 김대현(21·하이트)과 기대주 손준업(22) 등도 국내대회와 아시안 투어를 오갈 것으로 보여 국내대회에만 전념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듯 20대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해외투어로 눈을 돌리는 등 국내대회에 제한적으로 출전할 경우 국내대회의 열기 또한 예전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힘과 패기, 기술력까지 갖춘 젊은 선수들의 부재는 국내투어의 질적인 면에서도 자칫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 2년 동안 ‘젊은 피’들이 투어 전체를 주도한 것과는 달리 30~40대 경험과 관록을 두루 갖춘 노장들이 가세한 ‘신-구 대결 구도’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던 강경남(26·삼화저축은행)과 배상문이 20대 대표기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고 강욱순, 김형태 등이 30~40대의 기수로 나서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승 신고를 한 것도 경험과 관록의 베테랑들의 몫이었다. 무명의 이태규(36·슈페리어)가 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승을 이뤄내며 늦깎이 골퍼로서 ‘제2의 황인춘’을 꿈꾸고 있고 1990년대 한국골프계를 이끌었던 강욱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사냥에 성공해 완벽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20대 vs 30·40대 간
신-구 대결 박빙승부!

강욱순은 올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와 3위를 오가며 세계최고기량의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종일 타수를 잃어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앞으로 전개될 국내투어에서 최강자로서 급부상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2006년 상금왕에 올랐던 강경남도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랭킹 6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해는 상금왕 탈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강경남은 “지난해에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대회에 나서는 마음도 너무 풀어졌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해 한 번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강욱순과 함께 공동 15위에 오른 강경남은 한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선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날 퍼팅 난조로 우승권에서 멀어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강욱순과 강경남 외에도 힘과 패기로 무장한 20대와 경험과 관록의 30~40대 간의 대결구도는 올시즌 내내 이어질 듯 보인다. 여기에 무명의 반란도 예상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전망이다.
4월 한 달 동안 2개 대회를 치른 남자대회는 상금랭킹 상위권에 30~40대가 대거 포진해 힘보다 정교함을 갖춘 관록파들이 먼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여름 휴식기인 7~8월을 빼고 총 6개월의 장기 레이스에서 노장들의 체력안배가 올해 신-구 대결구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듯 보인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젊은 선수들의 경우 해외투어에 나서더라도 국내투어에 비중을 크게 두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 해외투어에서의 경기 감각을 국내무대에서 살려낸다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LPGA 신지애 독주 속
서희경 차기 지존 떠올라

남자대회와 달리 여자대회에선 지난 3년 동안 신지애(21·미래에셋)라는 ‘절대 지존’으로 인해 상금왕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여자프로무대에서 신지애를 제외하고 2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예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존 신지애를 이어 가장 완벽한 2인자로서 서희경(23·하이트)이 등장하며 올시즌 신지애의 지존 자리를 물려받을 가장 완벽한 차기 지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시즌 통상 11승(한국 7승, 미국 3승, 일본 1승)을 거두며 국내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세계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던 신지애와 달리 서희경은 국내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한발 한 발 ‘차기 지존’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전반기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대회인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단독 4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간의 휴식을 마친 후 가진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인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일궈내며 파란을 예고했다.

특히 서희경은 이 대회에서 ‘지존’ 신지애와 미국 US오픈 우승자 박인비(21·SK텔레콤) 등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승을 차지해 든든한 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세를 탄 서희경은 내리 2개 대회를 석권.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10월에 열린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와 시즌 종반, 국내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인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한 주 후에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4개월간 무려 6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누적상금액에서도 6억731만2239원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사상 신지애 이후 두 번째로 6억원 이상 총상금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려 차기 지존 ‘0순위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09 시즌 개막전으로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서희경은 국내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해 새로운 ‘지존’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까지 3개 대회를 치른 여자대회는 서희경이 1승 포함, 3개 대회만으로 누적상금액 9300여 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지난해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국가대표 동기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최혜용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희경의 대항마는 단순히 최혜용뿐이 아니다. ‘절대강자’ 안선주(22· 하이마트)를 포함해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1·엘로드), 김보경(24·스릭슨) 등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어 우승의 향방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년 신예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고, 데뷔 1, 2년차들의 약진도 경계대상 1호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자대회는 시즌 총 19개 대회가 열려 남자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 국내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방지기’ 토종 스타들이 즐비해 그 벽을 뚫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면 매주 대회가 열려 그 승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회를 십분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과연 신지애가 빠진 국내 여자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포스트 신지애’가 되어 대회를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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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