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프 본격적인 우승 불꽃 점화

‘지존’ 부재 속 차세대 지존은 “바로 나”

2009 한국 남녀프로대회가 지난달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했다. 4월2일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시즌 개막전을 연 남자대회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서막을 연 후 올해 4월8일 열린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서 실질적인 개막전을 가진 여자대회까지 본격적인 ‘2009 시즌’의 개막 팡파르가 울렸다. 4월 한 달간 남녀 각각 2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5월 들어 남자대회 3개, 여자대회 4개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우승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PGA…‘신-구 대결구도’ 중심 우승 향방 ‘안개 속’
KLPGA…‘지존’ 부재로 우승경쟁 ‘점입가경’ 가시화
해외진출 러시로 스타급 ‘젊은 피들’ 대거 해외로
KLPGA 서희경  한발 앞서며 ‘지존’경쟁 가속화

지난해 한국 남자프로무대는 ‘절대강자’를 허용치 않은 가운데 ‘완전한 세대교체’를 확인이라도 하듯 20대 ‘젊은 피’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한 해였다.

힘과 패기가 넘쳐나는
KPGA 눈에 띄네!

1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자는 14명이 배출됐고 이중 20대 선수로는 개막전 우승자인 배상문(23)과 김형성(29),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 허인회(22), 강경술(22), 김위중(29), 김대섭(28) 등 7명이었다. 이들 7명이 가져간 우승컵만 해도 9개로 배상문과 김형성이 각각 2승을 올려 20대가 절반 가까운 9승을 합작했다.

30대에선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이 선전을 펼치며 2승을 거둔 가운데 최호성(36), 김형태(32· 테일러메이드) 등과 함께 4승을 거뒀다. 40대에선 관록의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이 유일했고 해외파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2승, 외국인 선수가 3승을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지난해에는 ‘젊은 피’들 간의 우승경쟁이 대회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며 경험과 관록이 아닌 힘과 패기의 충돌로 시즌 내내 시원한 장타대결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젊은 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해 국내대회의 활력이 조금 수그러질 듯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의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김형성은 올해 일본투어에 진출했고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에 머문 강성훈(23·신한은행)도 일본무대를 노크한다.

이외에도 허인회와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국가대표 출신 김비오(20) 등도 올해 주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정해놓고 있다.
아시안 투어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아시안 투어 Q스쿨에서 시드를 획득한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자인 김대현(21·하이트)과 기대주 손준업(22) 등도 국내대회와 아시안 투어를 오갈 것으로 보여 국내대회에만 전념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듯 20대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해외투어로 눈을 돌리는 등 국내대회에 제한적으로 출전할 경우 국내대회의 열기 또한 예전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힘과 패기, 기술력까지 갖춘 젊은 선수들의 부재는 국내투어의 질적인 면에서도 자칫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 2년 동안 ‘젊은 피’들이 투어 전체를 주도한 것과는 달리 30~40대 경험과 관록을 두루 갖춘 노장들이 가세한 ‘신-구 대결 구도’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던 강경남(26·삼화저축은행)과 배상문이 20대 대표기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고 강욱순, 김형태 등이 30~40대의 기수로 나서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승 신고를 한 것도 경험과 관록의 베테랑들의 몫이었다. 무명의 이태규(36·슈페리어)가 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승을 이뤄내며 늦깎이 골퍼로서 ‘제2의 황인춘’을 꿈꾸고 있고 1990년대 한국골프계를 이끌었던 강욱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사냥에 성공해 완벽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20대 vs 30·40대 간
신-구 대결 박빙승부!

강욱순은 올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와 3위를 오가며 세계최고기량의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종일 타수를 잃어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앞으로 전개될 국내투어에서 최강자로서 급부상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2006년 상금왕에 올랐던 강경남도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랭킹 6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해는 상금왕 탈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강경남은 “지난해에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대회에 나서는 마음도 너무 풀어졌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해 한 번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강욱순과 함께 공동 15위에 오른 강경남은 한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선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날 퍼팅 난조로 우승권에서 멀어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강욱순과 강경남 외에도 힘과 패기로 무장한 20대와 경험과 관록의 30~40대 간의 대결구도는 올시즌 내내 이어질 듯 보인다. 여기에 무명의 반란도 예상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전망이다.
4월 한 달 동안 2개 대회를 치른 남자대회는 상금랭킹 상위권에 30~40대가 대거 포진해 힘보다 정교함을 갖춘 관록파들이 먼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여름 휴식기인 7~8월을 빼고 총 6개월의 장기 레이스에서 노장들의 체력안배가 올해 신-구 대결구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듯 보인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젊은 선수들의 경우 해외투어에 나서더라도 국내투어에 비중을 크게 두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 해외투어에서의 경기 감각을 국내무대에서 살려낸다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LPGA 신지애 독주 속
서희경 차기 지존 떠올라

남자대회와 달리 여자대회에선 지난 3년 동안 신지애(21·미래에셋)라는 ‘절대 지존’으로 인해 상금왕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여자프로무대에서 신지애를 제외하고 2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예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존 신지애를 이어 가장 완벽한 2인자로서 서희경(23·하이트)이 등장하며 올시즌 신지애의 지존 자리를 물려받을 가장 완벽한 차기 지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시즌 통상 11승(한국 7승, 미국 3승, 일본 1승)을 거두며 국내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세계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던 신지애와 달리 서희경은 국내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한발 한 발 ‘차기 지존’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전반기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대회인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단독 4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간의 휴식을 마친 후 가진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인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일궈내며 파란을 예고했다.

특히 서희경은 이 대회에서 ‘지존’ 신지애와 미국 US오픈 우승자 박인비(21·SK텔레콤) 등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승을 차지해 든든한 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세를 탄 서희경은 내리 2개 대회를 석권.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10월에 열린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와 시즌 종반, 국내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인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한 주 후에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4개월간 무려 6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누적상금액에서도 6억731만2239원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사상 신지애 이후 두 번째로 6억원 이상 총상금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려 차기 지존 ‘0순위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09 시즌 개막전으로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서희경은 국내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해 새로운 ‘지존’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까지 3개 대회를 치른 여자대회는 서희경이 1승 포함, 3개 대회만으로 누적상금액 9300여 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지난해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국가대표 동기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최혜용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희경의 대항마는 단순히 최혜용뿐이 아니다. ‘절대강자’ 안선주(22· 하이마트)를 포함해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1·엘로드), 김보경(24·스릭슨) 등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어 우승의 향방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년 신예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고, 데뷔 1, 2년차들의 약진도 경계대상 1호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자대회는 시즌 총 19개 대회가 열려 남자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 국내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방지기’ 토종 스타들이 즐비해 그 벽을 뚫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면 매주 대회가 열려 그 승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회를 십분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과연 신지애가 빠진 국내 여자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포스트 신지애’가 되어 대회를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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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