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최종회)

배수진 치고 역설적 공격법을 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피할 방법이 없자 재빨리 긴밀한 밀담을 나누다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건승을 빌어주는 관계로

“글쎄요. 잠시 세분이 한번 상의해보시고 말씀해주시죠? 저희 회사에 부도낸 금액은 알고 계시니까요.”
나는 한발 물러나 가족끼리 협의하여 결정한 후 최종적으로 나와 얘기하자고 유도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잘 보이는 건너편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세 사람은 처음엔 서로 서먹한 관계처럼 입을 다물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닥친 현실에 달리 피할 방법이 없다고 공감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긴밀한 밀담을 나누듯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 합의를 보았는지 채무자의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보자는 신호를 보냈다.

합의점을 찾다

“그래, 좋은 결론을 보았습니까?”
자리를 옮겨 앉으며 언니라는 사람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언니 대신 채무자부인이 내말을 받아 말했다.
“지금 언니네도 우리 때문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형편이 좋지 못해요. 그래서 5000만원만 보증을 서기로 했어요. 더 이상은 절대 안 돼요.”
내 표정을 살피며 얼굴을 쳐다보았다.
“으흠. 5000만원이라….”
나는 혼잣말처럼 말하면서 잠시 고민스러워 하는 체 했다. 그러다가 옆에 앉아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그 언니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5000만원 보증으로서는 해결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기왕에 마음먹고 동생 분을 도와주시려면 좀 더 하시죠?”
“얼마나 더 하라는 겁니까?”

이번에는 채무자가 직접 나서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가 회사직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1억원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회사에서 도저히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그러신다면 얘기를 하지 않은 걸로 하고 여기서 끝냅시다. 저희 회사도 많은 직원들이 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거지처럼 구걸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회사에서는 부도를 낸 후 나 사장님이 잠수 탄 다음부터는 부도금 2억5000만원을 날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구차하게 50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가 문을 닫기라도 하겠습니까? 그러나 다만, 회사와 평생을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하고 배수진을 치고 역설적인 공격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더 이상 내가 물러설 뜻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세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그 언니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상환할 수가 없어요. 1억원을 그렇게 쉽게 마련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시간을 많이 주세요.”
“그야 물론입니다. 기간을 얼마나 드렸으면 좋겠습니까?”
“한 3년의 기한을 주셔요.”
“3년이나요? 그건 곤란합니다. 분할하여 상환하기로 하고 20개월 기한을 드리겠습니다.”
“20개월이요?” 나 사장이 피곤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러면 매월 얼마나 갚아야 하죠?”
채무자의 부인이 거들었다.
“매월 약 500만원 정도 됩니다.”
“500만원씩이나…. 그건 너무 무리한데요.”


나는 더 이상 지체하면 또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호프집 주인아주머니에게 종이와 볼펜을 가져다 달라고 하여 테이블위에 놓고 작성을 요구했다. 그 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불러주는 대로 보증서를 작성해 주었다. 나는 작성한 내용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없나하고 다시 한 번 세밀히 검토한 후 도장이 없어 대신 지장을 찍도록 하고,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회사에 연락하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 채무자 나 사장이 의혹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보증서까지 작성해 주었으면 그만이지, 회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웬 말입니까?”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을 회사로 데리고 가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승인을 받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회사 영업이사에게 이곳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서는 채무자를 회사까지 데리고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함을 설득했다. 영업이사는 회사 사장님께 보고 드린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영업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님께서 처음엔 나 사장을 데리고 오라고 하시다가 사정을 설명하자 그렇게 하라고 승낙하셨다는 거였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회사로부터 겨우 승낙을 받았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매월 지급하기로 한 결재 기일을 절대 어기지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기일을 어길 경우 즉시 법적조치를 할 것임을 명심하세요. 아 참, 그리고 모든 게 원만히 잘 마무리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나 사장을 향해 건승을 빌어주기도 했다. 서로 입장이 달라 몇 달 동안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작용하기도 했다.
나 사장은 나와의 한판 승부를 겨룬 이후 약 6개월 동안 계속 숨어 다니다가, 어디선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검거되어 구속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인생역전 따로 없어

나 사장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동안 나 사장의 부인과 그의 언니가 회사로 찾아와 나 사장이 구속된 마당에 연대보증 선 1억원에 대한 채무금을 상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증채무금을 삭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역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거절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약정한 1억원 전액을 모두 정산 받았지만, 후일 생각하니 인생역전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

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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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