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연예팀] 어느덧 데뷔 12년째를 맞이하는 배우 조은지. 영화 <후궁>에서 욕망에 가득 찬 몸종,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는 독기어린 복수를 꿈꾸는 야생녀, 개봉작 <런닝맨>에서는 사회부 기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여배우를 향한 특별대우는 과감히 거절한다는 당찬 배우 조은지의 연기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작품에서 주로 당차고 기가 센 캐릭터를 도맡아온 조은지. <런닝맨>에서도 다르지 않다. 극중 물불가리지 않는 열혈기자로 변신한 그는 특종에 목을 매지만 수더분한 매력과 때에 따라 광기어린 모습까지 갖춘 인간미가 엿보이는 여기자 ‘선영’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러나 본래 그의 성격은 작품 속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괄괄하고 호탕할 것 같던 예상과 달리 조은지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열정이 그의 성격까지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열혈 여기자 변신
“제가 기자로서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이번 영화에서 다 털어버렸어요. 사실 기자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라서 더 애착을 갖고 연기했어요. 형사액션물에는 항상 남기자나 여기자가 등장하잖아요. 비록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전에도 여러 번 기자 역을 연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사정상 늘 거절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 감독님이 저를 선택하셨고 감사한 마음에 더 열심히 연기했죠.”
그가 연기하는 선영은 극중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차종우(신하균 분)를 우연히 만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열혈기자다. 선영은 작품 속 홍일점임에도 불구 러브라인 하나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헤쳐 나가는 성격이다. 작품 속 어느 누구에게 기대지 않는 당찬 매력 덕분에 조은지의 입지가 전작들보다 더 빛을 발했다.
“원래 성격은 선영이랑 정반대에요. 독기도 없는 편이고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죠. 하지만 촬영할 때만큼은 매 순간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근데 이건 모든 배우들의 바람일거에요. 선영이란 캐릭터도 시나리오부터 잘 잡혀있던 터라 어떻게 하면 ‘너 진짜 기자 같다’ ‘배우하지 말고 그냥 기자해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매번 고민했죠.”
자신이 연기한 선영이 기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여 질까 숱하게 고민했었다는 그.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만큼 의지력과 완벽한 연기를 꾀한 노력은 무궁무진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배우가 아닌 기자로 보이자’라는 생각뿐이었다.
인간미 넘치는 열혈 여기자 완벽 변신
타이틀 건 작품 충분히 내공쌓아 시도
조은지의 고민과 노력이 연기에 고스란히 깃든 탓일까. 극중 선영을 본 기자들은 조은지의 연기력에 하나같이 칭찬세례를 퍼부었다. 언론시사회의 반응을 보고난 후에야 그도 한숨 돌리며 여유를 찾았다. 반면 제작사 대표는 조은지의 연기력과 매력을 미리 알아봤기에 애초에 괜한 걱정과 불안함 따윈 갖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선영 역은 처음부터 다른 여배우도 아닌 조은지만의 것이었다.
“기자님들이 좋게 말씀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언론시사회 끝나고도 어떻게 봐주셨을지 사실 좀 두근거렸었거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전 진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특히 감독님은 이 캐릭터가 여기서 뭘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계셨죠. 완성된 영화를 보니 왜 감독님이 그렇게 디렉팅 해주셨는지 또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데뷔 12년째를 맞는 그였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인지도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10년 넘는 배우생활에 연기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딱히 꼽을만한 주연 타이틀작이 없어 자못 아쉽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의 친구 역할이나 혹은 미워할 수 없는 감초 역을 톡톡히 소화해 영화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런닝맨> 제작자들 또한 조은지의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선을 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에 만족을 나타낸 것. 조은지는 주연 타이틀에 대해 담담한 속내를 내비쳤다.
연기하는 맛 ‘짜릿’
“모든 배우가 타이틀 거는 것을 꿈꾸잖아요.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봐주고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내공을 충분히 더 쌓아간다면 그들도 선택해줄 거라 믿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는 그동안 작품들의 규모가 크고 다름을 떠나 모두 소신 있게 선택하고 연기했기에 자부심이 커요. 상대 배우들과 주고받으며 ‘연기하는 맛’을 느낄 때가 가장 짜릿하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더 부딪치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 오디션 볼 준비는 돼있어요. 그래서 더 연기하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조은지. 그의 주연 타이틀작이 나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