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1)

맞수가 되어 죽기 살기로 쫓고 쫓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대낮에 벌어진 피 말리는 추격전

주문한 사이다가 나오자 나와 채무자는 긴장으로 속이 타는 것을 식히기라도 하듯 거의 동시에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채무자의 부인도 통화를 끝내고 내 앞자리에 앉으며 나 사장을 안타깝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눈치였다. 나는 더욱 경계를 풀지 않았다.

‘혹시’가 ‘역시’로

그때 갑자기 나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했다. 나 역시 소변이 마려워 방광이 터질 것 같았다. 아마 나 사장과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되다보니 생리적인 현상마저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나 사장을 앞세우고 호프집 밖으로 나와 건물 옆에 붙어있는 모퉁이 깊숙한 곳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행이 그곳에는 소변용기가 3개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 상가 공동화장실이었다. 나 사장은 입구 쪽에서, 나는 한 칸 건너 맨 안쪽 용기에서 소변을 보면서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니다 다를까, 내가 볼일을 반도 채 보기도 전에 채무자는 벌써 볼일을 끝내고 돌아서 나가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다급해졌다. 현 상황으로 보아 분명 도망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처 볼일을 끝내지 못해 아랫배가 뻐근하였지만, 채무자가 도망가도록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중간에 나 사장을 따라 화장실 문을 밀치고 나갔다.
채무자 나 사장은 벌써 10여m 앞서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성급히 뒤따라가면서 그가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나 사장이 후다닥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예감을 했다고는 하나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로 되어버리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어’
당황해하며 잠시 망설이는 사이 채무자는 30여m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아, 거기 서!”
고함과 함께 반사적으로 도망가는 나 사장을 뒤쫓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저하며 판단하고 자시고 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 순간부터 무작정 따라가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는 서로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무의식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가장 많이 내재된 습관적 행동이랄까? 그자가 여러 곳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자신이 숨어 지내고 있다가 붙잡힌 그 쪽으로 달려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나 사장이 넓은 도로나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갔다면, 낯선 동네 길에 무지한 내가 붙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 사장은 조금 전 우리들이 함께 걸어온 시장통을 거쳐 동서네 집 방향으로 도망을 간 것이다. 그 골목길은 대로변과 접해 있다가 지대가 낮은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낮아지며 갈라지는 특이한 모양새였다. 대로변하고 골목길하고 높낮이의 차이가 나는 곳은 약 2m 정도였다. 채무자가 그곳을 돌아서 달려가고 있을 때, 나는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2m 상당높이 아래의 골목길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자 거리가 갑자기 단축되었다. 불과 나 사장과의 거리는 5m 정도 뒤처져있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렸다. 간신히 나 사장과 한발거리로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나 사장이 워낙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기에 붙잡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팔을 벌려 낚아챌까? 아니면 확 덮쳐? 아니면 이단 옆차기를 해볼까….’
짧은 순간동안 별 궁리를 다해보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와 내가 맞수가 되어 죽기 살기로 달리는 처지기에, 팔과다리가 한 박자가 되어 움직여야만 달리는 속도를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액션을 취하고자 한 박자라도 발을 멈추는 순간, 상대방은 나보다 한 발 앞서가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시도 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나는 나 사장의 몸 오른쪽 허리 옆에 바짝 붙어 발로 걷어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그가 숨어 지내던 빌라의 담장 앞까지 왔다. 이제는 생각하고 자시고할 틈도 없었다. 나는 더욱 힘을 내어 나 사장 옆구리에 바짝 따라붙어 오른발로 걷어차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푸당탕!’ ‘어헉!’하는 괴성과 동시에 나 사장의 몸이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 사장은 도망자의 불안한 심리현상이 말해주듯 달리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자신과 나와의 거리를 계속 확인했다. 그러다가 골목길 채소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놓아둔 플라스틱 빈 채소 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고만 것이다.

계속되는 신경전

나 사장은 졸지에 발에 무언가 밟히자 본능적으로 발을 빼고자 하였으나, 달리는 속도에 의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곤두박질치며 시멘트 바닥에 처박혔다.
앞에 달리던 나 사장이 갑자기 앞으로 곤두박질치며 엎어지자, 그와 부딪치며 밀쳐 내거나 아니면 그와 함께 붙들고 뒹굴어 나자빠져야 할 형국이 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나 사장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목격함과 동시에, 달리는 속도를 이용하여 그의 몸 위로 몸을 날려 훌쩍 건너뛰었다.

나 사장과의 충돌을 간신히 모면하긴 했으나 도망자의 추격을 위해 얼마나 뛰었는지 간신히 참고 있던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마치 게거품을 내뿜듯 숨을 헐떡거렸다. 입안이 바짝 타고 마른 침이 흘러나왔다. 목이 따갑고 호흡이 가빠져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더 이상 어떠한 다음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저 헉헉 거리며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양팔을 두 무릎 위에 올려놓고 몸을 지탱하며 5~6m 떨어져 주저앉아 있는 나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양다리를 앞으로 내뻗은 채 양팔을 축 늘어뜨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모든 것을 포기한 자처럼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모든 것이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어느새 우리 두 사람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양 우리를 번갈아 기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구경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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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