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한국인 골퍼들

세계 골프계 흥행‘우리가 이끈다’


한국남녀프로대회가 개막전과 함께 본격적인 ‘2009 시즌 투어 일정’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국내보다 먼저 투어를 시작한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골퍼들이 연일 우승사냥에 성공하며 세계 최강의 무대에서 한국인 골퍼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한국인 선수들 활약으로 투어 인기 급상승
미국과 유럽서 연일 우승 사냥에 성공하며 맹위 떨쳐
LPGA투어 상금랭킹 20위권 내 절반인 10명 한국인 선수
대니 리·신지애·양용은·미셸 위 등 세계적 스타 자리매김


올 시즌 한국인 골퍼로 가장 먼저 우승사냥에 성공한 것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러피언투어에 참가한 대니 리(한국명 이진명·19)다.
대니 리는 지난 2월22일 호주 퍼스의 바인스리조트 & CC(파72, 7101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어니 엘스, 앤서니 김, 카밀로 비예가스 등 세계 강호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당당히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니 리의 우승은 단순한 우승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가 아닌 기록적인 면에서 세계 골프무대에서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을 세계 골프 사에 남긴 것이다. 만18세 273일 만에 우승을 차지한 대니 리는 유러피언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이었고 아마추어로는 사상 두 번째 우승기록이다.
최연소 우승과 관련해서 대니 리는 이미 지난해 타이거 우즈가 기록한 세계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인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지난해 만18세 1개월의 나이로 종전 타이거 우즈의 만18세 7개월보다 6개월을 앞당겨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대니 리의 최연소 유럽무대 정상탈환에 이어 세계 최강의 무대인 미국 LPGA와 PGA투어에서 토종 한국골퍼들의 연이은 우승낭보가 국내에 전해졌다. 몇 시간 차이로 남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바로 신지애(21·미래에셋)와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
먼저 우승컵을 치켜든 것은 신지애였다. 신지애는 지난 3월8일(한국시간) 싱가포르 타나메라 골프장(파72, 654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라운드에서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 담으며 대역전 우승에 성공해 국내에서의 ‘지존’의 명성을 세계 최강의 무대에서도 이어갔다.

올해 정식으로 LPGA 멤버가 된 신지애는 시즌 개막전인 SBS 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골프지존’답게 시즌 3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해 남은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여자대회에서 신지애가 가장 먼저 한국인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면 남자대회에선 양용은이 미국 PGA투어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양용은은 신지애가 우승한 다음날이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리조트&스파 챔피언스 코스(파70, 7158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인 혼다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차분히 2타를 줄이며 1타차 박빙의 리드를 지켜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인으로는 최경주(39·나이키)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부진으로 올해 Q스쿨을 통해 어렵게 투어에 합류한 양용은은 추후 2년 동안 투어카드를 확보함과 동시에 상금랭킹도 종전 115위에서 9위권(108만7771달러)으로 수직상승해 가을에 열리는 페텍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의 탄생을 기대케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골퍼들의 선전에 힘입어 세계 골프계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뉴질랜드 골프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대니 리는 자국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들의 러브 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US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일궈낸 직후 IMG 등에서 4000만 달러 초특급 계약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국·유럽 무대
동시 석권

아마추어 신분으로 최연소 유러피언투어 챔프에 등극한 현재 그의 몸값은 그 이상으로 평가돼 조만간 최연소 스포츠 재벌의 탄생도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 PGA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LPGA투어의 경우 지난해보다 대회수가 줄어들 정도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의 은퇴는 스폰서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LPGA측은 한국 골퍼들의 선전에 힘입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보인다.

그중 한국인이지만 미국과 한국 국적으로 올해 LPGA투어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20)와 신지애의 대결구도가 좋은 예다. 여제의 은퇴로 흥행에 고민 중이던 LPGA측에서 새로운 흥행카드로 꺼내든 것이 둘의 신인왕 경쟁인 것이다.
한때 어린 나이임에도 180cm에 이르는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에서 뿜어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로 세계 골프계의 유명인사로 떠오른 미셸 위는 스타성에 비해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Q스쿨을 통해 당당히 투어에 데뷔한 미셸 위와 지난해 비회원으로는 최초로 3승을 거둔 신지애가 같은 한국인이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로 인해 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LPGA측은 올해 LPGA투어에 정식 데뷔하는 ‘미셸 위 띄우기’에 먼저 열을 올렸다. LPGA는 외신 등을 통해 “미셸 위의 데뷔로 2009년은 골프역사상 가장 뜨겁고, 흥분되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ESPN은 “미셸 위가 LPGA투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가를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해 냈다”며 “메이저 대회도 아니고 소렌스탐이 출전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150명 이상의 팬들을 몰고 다닌 선수는 미셸 위뿐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PGA투어 데뷔 후
첫 승 신고한 양용은

개막전에서 우승문턱까지 갔다 준우승에 머문 미셸 위와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지애의 활약에 LPGA측은 확실한 흥행카드를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적으로 이 둘의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다. 한국인인 이 둘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전체 투어 흥행과도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둘 외에도 현재 상금랭킹 20위권 내에 절반인 10명이 한국인 선수다. 그중 순수 한국 국적의 선수만 8명이어서 세계 최강의 여자프로대회인 LPGA투어를 한국선수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듯싶다.

아시아권에서 투어 강국으로 자리 잡은 일본도 한국인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이지희(31·진로제팬)가 시즌 내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며 한국인 최초 일본프로대회 상금왕 타이틀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마지막 대회에서 안타깝게 역전을 허용해 2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한국보다 골프역사가 오래된 일본 골프계는 처음으로 한국인에게 상금왕 타이틀을 내어줄 뻔했다.

“미셸 위를 
띄워라”

지난해 이지희 외에도 전미정(27·진로제팬·상금랭킹 6위)과 신현주(29·다이와·상금랭킹 11위) 등이 맹활약을 펼쳤고, 신지애 역시 일본대회에 참가해 2승을 거둔 바 있다. 일본 남자대회에선 허석호(36·요이치골프)가 지난 2004년과 2005년 상금랭킹 4위를 기록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인 골퍼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 대상을 거머쥔 김형성(29·삼화저축은행)과 기대주 강성훈(22·신한은행), 허인회(22), 한국의 차세대 유망주 국가대표 출신의 김비오(19) 등이 대거 진출해 일본투어 점령을 선언했다.
골프대회로는 세계 최고의 무대로 인정받으며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무대에서 한국인 골퍼의 위상은 이제 없어선 안 될, 흥행과도 직결되는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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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