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남편보다 더 든든한, 아내보다 더 가까운 직장 내 ‘오피스 스파우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직장인 5명 중 1명이 ‘오피스 와이프’ 혹은 ‘오피스 허즈밴드’가 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 이는 업무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든든한 조력자 및 지원군이 될 수도 있지만 관계가 깊어질 경우 불륜을 조장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
‘오피스 스파우즈’는 직장 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다. 이는 미국에서 생겨난 용어로 ‘직장에서 자주 접하는 이성 동료이며, 당신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개중에는 직장 동료 이상의 깊은 관계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문제로 인되는 추세다. 최근 한국 직장인들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직장 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신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동료로서 호감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직장인 4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직장인 21.6%는 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25.1%가, 여성은 17.4%가 있다고 답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의 기준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친한 이성 동료’가 52.8%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개인적인 식사나 간간이 데이트를 하는 정도’는 20.2%로 2위를, ‘퇴근 후에도 연락하는 동료’가 17.0%로 3위,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경우(5.7%)’가 뒤를 이었다.
양모(29·여)씨는 “같은 회사 선배가 오피스 허즈밴드가 됐다. IT회사에 처음 들어와 적응을 못 하고 있을 때 선배가 친오빠처럼 챙겨줬다. 선배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만큼은 선배가 현재 남편보다 더 소중하다”고 털어놨다.
오피스 스파우즈 상대로는 같은 또래의 동료가 68.5%로 가장 높았고, 부하직원이 23.1%로 뒤를 이었다. 상사는 18.4%로 3위에 머물렀다.
이는 입사동기와 허심탄회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상대임을 보여주며, 상사보다는 부하직원이 개인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더 편안함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피스 스파우즈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다’라는 의견이 95.6%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오피스 스파우즈가 된 계기에는 ‘말이 잘 통해서’가 45.8%로 과반에 조금 못 미치며 1위에 올랐고, ‘업무를 함께 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함께 있어줘서’가 41.8%로 2위,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서’가 19.2%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자리가 가까워서’ ‘회식 등 술자리에서 자주 만나서’가 각각 18.9%, 15.4%의 순이었다.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 중인 최모(31)씨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동기가 오피스 와이프가 됐다.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한 오피스 와이프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같은 부서에 배치 받은 뒤 서로 허물없이 고민을 터놓는 사이가 되면서 우정을 키워나갔다. 가끔 실제 부인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피스 스파우즈가 되는 계기에는 업무 중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료가 조언을 해주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는 여자가 더 잘 알고, 남자는 남자가 더 잘 안다’는 옛말처럼 배우자와의 관계회복에서도 오피스 스파우즈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직장인 5명 중 1명 “가까운 이성동료 있다”
주말 만나거나 신체 접촉 있어 위험성 높아
또한 오피스 스파우즈와 하는 일은 ‘마음 속에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는 정도’가 54.3%를 차지했다. ‘일상적인 가벼운 대화’ 23.4% 이외에도 ‘퇴근 이후나 주말에 간간히 연락(16.0%)’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만난다(4.3%)’ 등이 있었다.
반면 직장인 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 스파우즈에 대한 생각을 질문하자 전체 응답자 중 ‘지친 회사생활 및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 긍정적’이라 답한 응답자가 53.2%, ‘연인 및 부부 또는 동료 관계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46.8%의 비율을 차지하며 우려를 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근무 중인 박모(31)씨는 “오피스 와이프가 없었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지 막막하다. 가끔은 여자친구보다 더 잘 이해해준다. 이러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연인으로 발전할까봐 걱정인 앞서기도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오피스 스파우즈에게 호감을 가진 경험에 대해서는 ‘동료로서의 호감을 갖고 있다(40.4%)' ‘가끔 동료 이상의 느낌이 든다(31.9%)’가 주를 이뤘다. ‘전혀 없다’도 25.5%였으며 ‘본격적인 교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2.1%였다.
회계사인 정모(35)씨는 “오피스 와이프 때문에 아내로부터 바람피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언젠가 아내가 밤낮 가리지 않고 오피스 와이프와 장시간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특히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아내의 의심이 극으로 치달아 이혼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선 넘지 말아야
오피스 스파우즈는 말 그대로 사무실 배우자임에 틀림없지만, 깊은 관계를 제외한 동료로서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오피스 스파우즈는 단순한 동료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인관계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추측이다. 서로 선이 넘지 않으면 상관없다. 그러나 일부 설문조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둘 중에 한사람이라도 직장 내 동료가 아닌 이성으로서 보이는 순간, 그 사내부부관계는 사내 불륜관계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