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소아마비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을 내연남과 공모하고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상자에 담아 4년 동안 집에 유기한 채 장애수당까지 챙겨온 30대 아내와 그의 내연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낮 12시쯤 청주시 율량동 김모(31)씨의 주택에서 상자에 담긴 박모(40)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김씨와 내연남 정모(40)씨의 엽기적인 행각이 드러났다.
숨진 박씨는 손이 꽁꽁 묶인 채 이불과 비닐랩에 쌓여 이삿짐 상자에 담겨져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유기돼 이미 미라가 된 상태였다. 박씨의 시신은 전날 밤 제보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4년 만에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이들은 2009년 3월 서울 제기동의 한 주택에서 소아마비장애가 있는 김씨의 남편 박씨를 살해하기로 공모하고 흉기로 남편의 목과 가슴 부위를 찔러 살해했다. 범행 직후 김씨는 내연남이 연고를 두고 있는 청주로 이사하기로 하고 시신을 이불과 비닐 등으로 겹겹이 싸서 가로, 세로 70㎝ 정도 되는 이삿짐 운반용 종이상자에 담아 옮겼다.
청주로 이사를 한 뒤에는 시신이 담긴 종이상자를 다락방에 방치한 뒤 다른 물건 등으로 가려 놓고 4년 가까이 살해한 남편의 시신과 함께 생활했다. 특히 김씨는 3명의 자녀에게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속이며 태연하게 생활하며, 남편 앞으로 나오는 호적상 살아있는 박씨의 명의로 17만원 가량의 장애수당까지 챙겨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낮에는 주민센터에서 지원하는 일자리사업에도 참여하며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등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
경찰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4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뒤,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주택에 있던 정씨와 직장에서 일하고 있던 김씨를 차례로 검거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평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 박씨에게 악감정이 있었고 내연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일러 살인을 공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공기와 접촉할 수 없게 꽁꽁 싸여 있어 부패가 진행되지 않았고 악취 등도 발생하지 않아 오랜 기간 다락방에 시신을 유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와 정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