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5)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 잡는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황이 예민한 국면으로 전환되다
심적 압박과 금전적 부담 안겨라

“팀원 중에 두 명씩 순번을 매겨 돌아가며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즉시 보고해주게.”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갔다.
오후 1시경,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잠시 다른 이사들과 업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방 영업 책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시위 얘기를 했다.

예상 밖의 실마리

“이사님! 수고 하시는데요, 언제쯤 시위가 끝날 것 같아요? 이곳 지방에서도 판매원들이 소문이 나서 술렁이고 있어요. 어떻게 좀 빨리 처리를 할 수 없나요?”
“여기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라고 주문들 하지만, 그게 어떻게 한다고 될 성질의 건이 아닙니다. 영업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시죠?”
그와 막 통화를 끝내고 나자 안 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어이, 안 과장 요즘 고생이 많지?"
하고 옆에 앉은 영업이사가 격려했다.

“별말씀을요. 임 이사님께서 고생이 많으시죠.”
그가 나에게 인사를 돌렸다. 나는 그에게 용무가 뭐냐고 물었다.
“이사님! 이거 참,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 막 경찰관이 와서 시위자와 우리 영업판매 관리자와 함께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뭐라고? 아니 왜? 무슨 일로?”
내가 묻기도 전에 모여 있던 다른 이사들이 각기 한마디씩 던졌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보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에 서있는 안 과장에게 한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예, 시위 여성이 회사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회사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회사를 비방하고 있었는데요. 저희들이 비방을 중단하라고 하자 막 달려들며 악을 쓰기에 경고를 주고 잠시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침 본사지점에 근무하는 50대 여성 강모 관리자가 하위판매원 몇 명과 함께 정문 앞에서 판매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다가, 시위자가 행인들을 붙잡고 회사를 비방하는 행위를 보고는 그 여성에게 다가가, ‘자기가 잘못해서 회사에서 잘렸으면 조용히 있을 것이지 왜 찾아와서 미친 짓하듯 영업을 방해하느냐’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밀쳐내며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시위여성이 ‘당신이 뭔데 상관하느냐’며 서로 삿대질 하며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졌지 뭡니까. 그 와중에 시위여성이 강모 관리자의 얼굴을 때려 귀걸이가 떨어지고 상처를 약간 입었습니다. 이를 본 제가 112신고를 해서 경찰관이 오게 되었고, 강모 관리자가 귀를 붙잡고 아프다고 하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자, 경찰관이 두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좋아, 백 부장을 불러오게.”
말이 끝나자 분위기를 파악한 다른 이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수고하라’고 한마디씩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일이 예상외로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쨌건 시위자가 영업판매 관리자에게 폭행을 가해 피해를 입혔다면 이건 형사사건이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고 있는 사이 백 부장과 안 과장이 함께 들어왔다.
“이사님,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두 사람이 앞으로의 상황전개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 부장! ‘이이제이’라는 병법이 있듯이 잘하면 이번 폭행사건으로 인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사님, 이이제이라는 말은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뭐 그런 것 아닙니까?”
안 과장이 아는 체 하며 나섰다.

“역시 안 과장은 장교출신이라 척 알아듣는구먼. 그래요, 안 과장은 지금 즉시 시위자가 가있는 경찰서로 가서 직접 고소장을 접수 시키세요. 그리고 백 부장은 경찰서로 가서 담당 형사를 만나 상황을 체크해보세요. 또한 다친 강모 관리자를 만나 피해자로서 고소를 할 건지, 또한 필요 시 병원치료비는 물론 원하는 부분을 협조해 주세요. 어쨌거나 그분은 회사판매활동 중 방해하는 시위자를 제지하다가 피해를 입었으니 회사로서도 전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요. 양쪽에서 고소를 하면 최소한 벌금은 나오지 않겠어요? 명예훼손이나 폭행으로 벌금을 맞으면 시위자로선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테니까. 그럼에도 계속 시위를 한다면 회사 역시 새로운 사실을 밝혀 계속 고소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심적 압박과 금전적 부담으로 더 이상 시위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거라고 보네.”

추이를 지켜보다

내 말을 다 듣고 나서 드디어 감을 잡은 듯 백 부장과 안 과장이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잽싸게 방을 나섰다.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골치 아픈 일이 일단락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저녁 퇴근 할 시간이 좀 지날 무렵, 백 부장과 안 과장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서 전체 상황 진행에 대한 보고를 했다.
“모두 수고들 했어요. 어떻게 됐습니까?”
내가 묻자 안 과장이 백 부장을 쳐다보며 ‘부장님이 하시죠?’하는 눈치를 보냈다.

“저희가 경찰서에 가서 안 과장은 고소장을 접수하고, 저는 강모 여인을 만나 피해사실에 대해 묻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런 나쁜 년은 가만 둘 수가 없다’며 정식 고소하겠다고 형사에게 말했답니다. 해서 형사가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하는데, 사실 가진 돈이 없어 고민이라며 저한테 진단 비용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돈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잘했어요. 강모 관리자의 고소건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맡겨둡시다. 다만 아까 말했듯이 피해로 인한 필요한 비용은 회사에서 결제해 주도록 합시다.”
상황은 다소 예민한 국면으로 전환되는 듯했다. 우리는 좀 더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퇴근을 했다.

다음 날 오후 2시경, 또 다시 그 여성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피고소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에도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대응 팀에서 즉각 112에 신고를 했다. 팀원들은 한결같은 얘기로 그녀는 전날과 달리 경찰관이 오자 회사 건물 뒤편으로 도망을 갔다고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