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4)

사건은 여물어야 해결 실마리 보인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영업은 지휘체계와 기강확립이 최우선
통솔력 상실하면 이도저도 할 수 없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며칠이 지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영업 파트에서 더욱 난리가 났다. 영업사원들이 새로운 신입 판매원들을 증원해오면 시위 현장을 보고 회사를 불신해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시위가 장기로 돌입할 기미가 보이자 임원회의에서 조차 협상을 해서라도 하루속히 종결 지어야한다며 은근히 압박해 왔다.

틈새를 파고들다

그러던 어느 날, 백 부장과 박 대리가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사님, 시간 괜찮으시면 이분과 면담을 해 보시죠.”
백 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이분이 누구신가?”
“예. 바로 시위하는 분의 아들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며칠 동안 연락을 취해 모시고 왔습니다.”
박 대리가 대신 대답했다.

그제야 뭔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감이 잡히고 있었다.
“아, 그래요. 잘 되었네요. 한번 차근히 이야기 해봅시다.”
나는 자리를 권하고 앉아 여직원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대화에 들어갔다.
“우리 직원들로부터 대충 얘기를 들었으리라 믿습니다만, 그래 어머니께서 왜 저렇게 시위를 하신 답니까?”
짐짓 이유를 모른 채하며 뭔가 틈새를 잡기 위해 물었다.

“저도 어머니가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집에 들어오시더니 막 화를 내시며 억울하다고 하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실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기에 처음부터 영업을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그런데 친구 분이 찾아와 함께 영업을 해보자고 자꾸 권하니까 거기에 빠져 내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한번 한다고 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시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이 보고만 있었는데. 내 참.”
그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어머니가 저렇게까지 하시는 게 가슴 아픕니다. 이사님! 회사에서 다시 출근시키면 안 될까요? 시위를 중단시키려면 어머니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는 거 같은데요.”
아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의 얘기를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를 달래듯 말했다.


속전속결이 답

“아드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도 있지 않습니까? 수 만 명의 판매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자신의 불만을 시위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이 본이 되어 제2, 제3의 시위자를 양성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특히 영업회사는 지휘체계와 기강확립이 최우선이라고 봅니다. 아니면 전국에 있는 영업사원을 통솔할 수가 없고, 통솔력을 상실하게 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다른 요인도 많습니다만, 이런 점을 회사로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아, 예. 회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들인 제 말도 곧이 듣지 않으니 참….”
그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들의 됨됨이로 보아 잘하면 그 어머니를 설득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 시위하기 전이나 시위하는 요 며칠 동안에 낯선 사람과 어울리거나 전화하며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습니까?”
내 말이 끝나자 그가 무슨 의도로 묻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 듯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부인했다.
“글쎄요. 제가 아는 바로는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영업을 소개했던 무슨 국장인가 뭔가 하는 분이 찾아와 말을 나누는 것은 본적이 있습니다.”

“그 국장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알고 있는지?”
“아마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알겠지요.”
“잘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어머니를 설득해 보겠지만 잘 좀 설득해 주십시오. 그리고 만약 시위 도중에 회사차원에서 어머니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더라도 본의 아님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 박 대리가 배웅을 하며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그때 안 과장이 나가고 있는 박 대리와 시위자의 아들과 마주치며 들어와 백 부장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백 부장이 내게 말했다.

“이사님! 저 아들은 괜찮은 사람 같습니다.”
반면에 안 과장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사님! 한번 집착하면 끝장을 봐야한다는 어머니를 아들이라고 설득이 되겠습니까?”
나는 두 사람 말을 모두 참고로 하면서 말했다.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요. 그건 그렇고 시위자를 증원한 그 국장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밝혀 봐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 국장이 회사에 대한 불평, 불만을 가졌는지, 시위자와의 연계성 등에 대해 한번 조사해 보는 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근데 시위가 오래가면 어떡하지요?”
백 부장은 윗사람으로부터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다고 문책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한 표정으로 말했다.
“특별한 과실도 없고, 주어진 고유의 업무도 아닌데, 백 부장이 책임질 일은 없지 않아? 그리고 왜? ‘감도 홍시가 되면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지만, 설익은 감은 장대로 두드려도 떨어지지 않고 도리어 멍만 든다’는 말이 있잖아. 이번 시위건도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 해결할 실마리가 생기는 법이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하루빨리 해결할 방안이나 찾아봐요.”
숙연해 있는 두 사람을 둘러보며 격려했다.  

“이사님, 그럼 저희들은 그만 일보러 나가 보겠습니다.”
백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지시사항이 없다면 일 보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요. 지금은 누가 현장을 지키고 있는가?”
뒤따라 나가는 안 과장을 보고 내가 물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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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