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우리나라 부부 5쌍 중 2쌍은 수입, 지출, 장래계획 등 ‘돈’에 관련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거나, 필요할 때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부부의 재무적 협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노후준비 등 원활한 장래 생활을 위해 부부가 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전국의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작년 11월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재무에 관련된 대화 빈도는 응답자의 40%, 즉 부부 5쌍 중 2쌍이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거나, 급하거나 혹은 필요할 때만 대화를 나눴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재무관리를 부부 중 한 사람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감정이 상할까봐’가 15%, ‘각자 따로 관리해서’가 9%로 뒤를 이었다.
부부간 재무적인 대화의 내용도 장래보다 현재 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자녀교육비’ ‘부모님 용돈’ 등 현재의 지출에 대해 합의가 잘 이뤄진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80%를 넘어선 반면, ‘은퇴 후 계획’ ‘장기적인 재무 목표’ 등 장래 문제에 대한 합의는 60%대에 머물렀다. 특히 부모님 간병 계획과 사별 후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대책 문제는 ‘별로 상의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각각 52%, 57%로 과반을 넘는 수치를 보였다.
한편 응답자 5명 중 1명은 배우자와 돈 문제로 자주 다툰다고 답했다. 다투는 이유로는 ‘소비지출·재무관리의 우선순위 차이(34%)’를 가장 많이 지적했고, ‘본인 또는 배우자의 무계획·무분별한 소비(23%)’가 2위를, ‘소비지출·재무관리에 대한 간섭(19%)’ ‘독단적 재무 의사결정(14%)’이 차례로 순을 이었다. 재무갈등 발생 시 대부분 대화나 설득을 통해 해결하지만, 응답자의 26%는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거나 배우자 한 사람의 뜻대로 한다고 대답해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한 부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무적인 대화를 자주하는 부부일수록 노후준비 수준도 높았다. 부부간 재무적 대화를 ‘매달 하는 집단’ 437명, ‘급할 때만 하는 집단’ 350명의 노후준비 현황을 비교한 결과, 매달 하는 집단이 모든 항목에서 높았다. 특히 금융상품, 부동산, 개인연금. 종신보험 보유율에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컸다. 은퇴 이후를 대비해 현재 하고 있는 노후 준비수단으로는 국민연금 또는 직역연금이 72%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는 ‘개인연금(52%)’ ‘금융상품(50%)’ ‘종신보험(40%)’ ‘민영의료보험(34%)’ ‘부동산(2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퇴 후 필요한 부부의 소득에 대해 55%의 응답자가 ‘계산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노후준비 수단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던 국민연금도 본인의 수령액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단 11%에 그쳤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 부부는 돈문제에 관해 서로 얘기하기를 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나왔듯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노후 등에 고나해 준비가 더 잘돼있다”며 “특히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부부가 함께 할 노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준비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등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