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박범계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5 14: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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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백 깨고 정치 꿈 활짝

[일요시사=정치팀]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자녀 취업특혜, 대기업 협찬, 업무추진비 사적유용, 항공권 깡..."
위에서 나열한 사항들은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온 의혹들이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빗발쳤고, 의혹 검증에 나선 의원들은 일약 ‘청문회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른 활약으로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누가 뭐래도 '친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현직 판사 자리까지 버리고 정치에 입문했던 그였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 전용 의혹 등을 최초로 제기하며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그의 행보는 원조 청문회스타인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친노라는 딱지는 박 의원에게 큰 자산이자 굴레였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노무현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친노 책임론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 패배로 친노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박 의원은 친노 위기론을 뛰어 넘고 비욘드 노무현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박 의원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2002년 현직 판사였음에도 돌연 노무현 대선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사법연수원 시절 자치회에서 펴내는 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사법연수생들이 뽑은 '존경하는 법조인' 2위에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그의 인생역정을 듣고 존경심을 품게 됐다. 그런데 지난 2002년 대선에서 386세대의 대표주자였던 김민석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화가나 노 전 대통령을 돕기로 마음먹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판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있는데?
▲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3.5%였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거나 지지율이 상승 추세였다면 권력 지향적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사표를 내니까 대법원장께서도 "당선 가능성도 없는 사람 왜 도우러 가느냐"고 말했다.


- 대선 승리와 함께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으나 다음 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약 10년 간이나 정치적 불운을 겪었다. 19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공천 탈락 등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한번도 대전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봉사했다. 10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늘 한결같았던 점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 이번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항공권 깡' 의혹이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 의혹 등을 밝혀내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이 같은 의혹을 파헤칠 수 있었던 비결은? 청문회 이후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는지?

▲ 처음부터 특정업무 경비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닌데 청문회를 준비하다 보니 이상한 점들이 많았다. 임기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예금증가액이 너무 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이런 문제들이 있었다. 인기는 실제로 좀 실감한다. 지역구 주민들이 좋아하신다. 이전보다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사생활 캐기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 우리나라는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 병역 회피, 세금 탈루, 위장전입 등등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왜 하필 그런 분들을 공직자 후보로 지명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본 청문 기간 후보자의 능력 검증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후보 지명단계에서부터 예비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청문회서 남다른 활약…청문회 스타 노무현 닮은 꼴
친노 위기론 넘고 ‘비욘드 노무현’ 될까? 기대 증폭

- 박 의원께서는 대표적인 친노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계파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친노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려놓고 이제 와서 친노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친노가 없다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그때의 발언은 일종의 바람,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친노가 정치기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의 측면으로 친노를 비판하는 분들도 정치적 이용을 위해 친노를 비판하지 않았으면 한다. 친노로서 무언가를 누렸다는 것을 비판의 요소로 삼는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지난 10년간 나는 누린 것이 없다.

-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는 '정치쇄신'이었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난해 새해 예산안에서 국회의원 연금 등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박 의원께서도 찬성 의원 중 한 명인데 정치쇄신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국회쇄신특위의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정치쇄신안은 임시국회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처리할 생각이다. 이번 국회에서 쇄신안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회의원 연금의 경우 폐지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헌정회 회원들에 대한 지원법이 살아있는 한 집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특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해 측근 특사를 단행했는데.
▲ 이 대통령의 특사와 노 전 대통령의 특사는 큰 차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경우 이미 형 집행을 거의 다 마친 상황이었다. 반면 천신일 회장,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단행한 특사였다.

-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법안이 있다면?
▲ 시대적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현재 계류 중인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 검찰 차관급 간부 축소화, 수사권 검경 간 적정 배분 등을 세밀히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겠다.

-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정치 입문 후 두 번의 청문회에서 큰 활약을 펼친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 청문회를 통해 부적절한 후보자가 임명되는 것을 막아냈다. 또 작년 국정감사에서 우수한 활동을 펼쳐 시민사회가 주는 상과 당에서 주는 상을 모두 수상한 일도 있었다.

- 마지막으로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신'이다. 정치인이 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 또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개개인들이 전문성을 갖춰야만 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박범계 의원 프로필

▲ 서울지방법원 판사
▲ 전주지방법원 판사
▲ 대전지방법원 판사
▲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위원
▲ 청와대 법무비서관
▲ 법무법인 정민 대표변호사
▲ 민주통합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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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