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3)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게 답이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로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느긋하게 여유를 보여 상대를 안정시켜라

 “마치 회사가 무슨 약점이라도 있어서 시위자의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대내외적으로 오해를 받게 되지 않겠어요? 그리되면 전국지점에서 수만 명의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판매원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들 역시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불만족을 느낄 경우 이번 사건처럼 시위를 하며 떼쓰고, 억지를 부려 해결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본사 정문 앞에는 일 년 365일 시위자로 넘쳐 날 겁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염려가 되어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백 부장! 어쨌든 이번일과 같은 시위민원은 좋은 방법으로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합니다. 잘못 대응하다간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일로 낭패를 볼 수도 있지요. 자, 상담실로 가서 시위 여성을 만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내 말에 백 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앞서 상담실로 향했다.
우리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 과장과 시위자가 뭔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대화를 하기 전에 먼저 그 여성에게 커피를 권했다. 느긋하게 여유를 보임으로 해서 긴장한 시위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했다. 그리고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말문을 열었다.

내뱉기 전에 들어라

“아무리 말단 사원이라고 해도 사람을 우습게보면 안 되지요!”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가 회사의 문제점을 열거하고 있었다. 시위 여성은 회사에서 자신을 퇴출시킨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했다. 지점장과 권역 책임자가 자신을 미워해서 개인감정을 갖고,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를 모함해서 목을 잘랐다며, 이미 회사에서 감사 시 조사한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는 간혹 고개를 끄덕여 주며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들어준 다음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제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지요? 먼저 시위를 중단하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른 지점에서 판매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펄쩍 뛰며 대꾸했다.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다른 지점으로 가야 하죠? 지점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라고 하세요. 지점장이 나를 잘라 잘못했는데, 내가 왜가요? 아니면 가만있지 않겠어요!”
그녀는 회사가 자신의 시위를 두려워해 자신과 협상을 하는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주장이 당연하다는 듯 여전히 버티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주시하며 점잖게 말했다.
“알았습니다. 저희들도 방안을 강구할 테니 시간을 좀 주시죠.”
“내일 당장에 지점장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를 지점에 출근 시키도록 하세요!”

그녀는 마치 회사가 큰 잘못을 했으니 바로잡으라는 식으로 막무가내 억지를 썼다. 아무래도 더 이상 대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어보였다.
“알았습니다. 지점장과 협의해 볼 테니 일단 돌아가 계십시오.”
겨우 달래고 나서야 그녀가 돌아갔다. 나는 백 부장과 직원들을 모아놓고 차를 마시며 간략한 미팅 시간을 가졌다.
“지점장 입장으로서는 단 한명의 판매원이 소중할 텐데 오죽했으면 퇴출시켜 달라고 감사를 요청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무지 시위자와 대화가 되지 않네요. 일단 돌려보냈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올수 있으니 회사주변을 잘 살피도록 주의하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예의 주시하기로 하고 각자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팀원인 총무부 김 대리가 보고를 했다.
“이사님! 건물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어제 그 시위 여성이 또 와서 현재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대리 보고를 받으면서 며칠이라도 시위를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 희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백 부장님에게도 보고했나?”

“예, 부장님께 말씀드리자 빨리 이사님께 보고 드리라고 하시며 시위현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알았어요.  김 대리도 수고해주고 백 부장님 올라오면 내가 좀 보자고 해요.”
“알겠습니다.”
김 대리가 자리로 돌아가고 잠시 뒤, 백 부장이 내 방으로 들어오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사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시위를 하는 건 뭡니까?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 돼 버렸습니다.”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던 거 아닌가? 이런 일이 말 한 마디로 쉽게 끝날 일인가? 어제 그 여인의 성격으로 보니 좋게 해결할 일이 아닌 것 같네.”

“이사님,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요?”
“시위 여성의 가족을 파악해두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되었나?”
“민원실 박 대리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내일 중에 파악 될 것으로 봅니다. 이사님! 불법시위자로 112신고를 해보면 어떨까요?”
“좋아요. 심적 부담을 갖는지 한 번 더 반응을 떠 봅시다. 그런 후에 정식 고소여부를 판단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바로 신고하라고 하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백 부장이 뛰쳐나가 듯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백 부장이 나간 후 두어 시간이 지나 인터폰으로 내게 보고를 해왔다.

만일을 대비하라

“이사님! 112에 신고해서 지금 막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저한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한 시위자를 만나 구두 진술을 들어 본 후 ‘단순 1인시위자를 체포 연행할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뭘 어떡해요. 그건 그렇고 경찰관이 오니까 시위자의 반응은 어떻던가?”
“처음엔 경찰관을 피하듯 하더니 순순히 따르던데요.”
“그래요, 어쩔 수 없지. 일단 감시자를 붙여두고 나머지 직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보도록 하세요. 다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팀원들은 외출 금지하고 사내에서 업무를 보면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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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