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올해도 우울한 한국 골프장

“골프가 대중화 됐다고요? 누가 그런 말을…”

대한민국 골프장업계가 힘든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회원권값이 폭락하고 골프장들은 입회금(회원권 분양가) 반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골프장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과 달리 입장객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총체적 난국상황에 직면해 있다.

입회금 반환, 골프인구 감소, 반토막 회원권 등
매물 50곳·부도위기 11곳·회생절차 12곳 ‘대란’

한때는 집값에 맞먹는 골프장 회원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의 상징이었고, 대통령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2008년 지구촌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경제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도 피폐해졌지만,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과 골프회원권은 그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회원권 평균시세
3년 만에 급락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인 지난 2007년과 2008년 초는 국내 부동산시장도 뜨거웠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고, 골프회원권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때 분양한 골프장들은 높은 가격에 회원권을 팔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차가운 삭풍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처지다.

이처럼 고사 위기의 골프장이 늘고 있지만 회원 승계를 규정한 관련 법규 때문에 인수합병(M&A)도 쉽지 않다. 하지만 회원제골프장의 위기는 반대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회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대중골프장(퍼블릭)이 속속 오픈하고 있고, 위기에 빠진 일부 회원제골프장들이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회원권 평균시세는 1억1932만원으로 절정기였던 2008년 3월(3억1579만원)보다 무려 62.2%나 급락했다. 초고가 시대를 열었던 남부CC는 2008년 21억원을 돌파했지만 현재 9억1000만원으로 하락했고, 20억원에 육박했던 가평 베네스트는 6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16억∼17억원대로 치솟았던 남촌CC도 6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급락 이유는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골프장은 440개. 여기에 시공 중인 골프장과 인허가 중인 골프장만 120개에 이른다. 2020년쯤에는 최대 560개의 골프장이 이 땅에서 영업하게 된다.

하지만 골퍼 증가세는 정체상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골프장 입장객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8% 하락을 제외하고 매년 전년 대비 최고 24.7%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540만명이 입장한 2010년에 전년 대비 0.6% 감소하면서 입장객 증가세는 다시 주춤했다. 지난해는 264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가율은 예년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올해를 정점으로 골프장 이용객과 골프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골프장만큼 수요는 따르지 못해 회원권의 투자가치는 사라지고 이용가치만 남게 된 것이 회원권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매각 또는 인수된 골프장은 5개. 2008년 외환위기가 닥친 이후 2009년부터는 20개가 넘는다. 인수자들은 부채를 떠안거나, 공사대금 대신 골프장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넘어간 경우도 있다. 또한 법정관리 중인 곳이 7곳, 인허가만 끝냈거나 공사가 중단된 채 매물로 나온 곳이 31곳, 현재 운영 중이지만 매물로 나왔거나,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도는 곳도 50곳이 넘는다. 부도위기로 알려진 곳이 11개사,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곳도 12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난으로 국세 및 지방세를 장기체납하고 있는 곳도 50개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계획 준비단계에서 운영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견딜 재간이 없어 신규골프장 건설을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또한 회원제로 운영을 하다가 회원모집이 여의치 않아 대중제로 전환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12곳이 전환을 완료했고, 4군데가 더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며 황금라인으로 꼽혔던 경춘권 골프장 4곳도 개장을 앞두고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돈을 싸들고 골프장에 대출을 해주던 금융권들도 금고를 닫았다. 이제 장기 적자를 보는 골프장에는 신규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 입장에서는 반환금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증가하는 골프장
줄어드는 골퍼


하지만 2007, 2008년에 분양하거나 개장한 골프장이 모두 예탁금 반환 관련 딜레마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골프장마다 분양 형태나, 분양 횟수가 다르고, 완판 여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입회금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레저산업연구소는 약 2조5000억원, 골프장경영협회 측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골퍼들이 체감하듯 수도권은 주말 부킹이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 만큼 문전성시다. 접근성의 문제가 상존하고, 수요보다 많은 골프장이 공급된 제주와, 대구 등 영남 일부, 강원권 정도가 미분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예탁금 반환과 관련해 소송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사태’라고 볼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07, 2008년 분양된 곳 중 지나치게 고가로 회원권 가격을 책정하거나, 입지상 불리함으로 미분양된 곳을 제외하면 반환금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분양한 골프장 대부분은 회원수의 10% 미만 정도만이 예탁금 반환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 등으로 확대된 곳은 미분양됐던 곳들 일부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골프장 이용료 거품 빼는 순기능도…자구책 시급
“인수합병 방해하는 법체계 정비 시급하다”

실제로 이달 중 수도권과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충청 강원권의 주말 부킹은 빈자리가 거의 없다. 전체 골퍼의 70% 이상이 몰려있고, 전체 회원권 보유자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경기의 수도권 골프장은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골프장들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탁금 반환 상황에 대비해 주중회원권 발행, 프리미엄 회원권 추가 발행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예탁금 반환 문제는 분명 상당수 골프장에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감당하지 못해 도태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잘 풀어내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회원권의 공급과잉 등 수급 불균형 문제라기보다, 경기침체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번 예탁금 반환 사태는, 지나치게 고가의 회원권을 분양해 ‘한몫’ 잡으려는 골프장이나, 자금이나 운영 면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골프장들이 걸러지면서 거품이 빠지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회원제 골프장과 회원들은 예탁금을 주고받은 채권·채무관계지만, 골프장의 퀄리티 유지와 운영에 필요한 자본금을 조성한 투자자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장과 회원의 관계는 단순하게 편을 가르기 어렵다”며 회원 전체가 예탁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오늘날 한국골프장들의 위기를 예언했던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최근 회원권값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탓만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10여 년간 국내 골프장산업과 관련한 통계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면서 현장을 지켜본 서 소장은 “골프장만 지으면 회원권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 호화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고가의 회원권을 남발했고, 지금은 골프장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회원권값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즉 현재의 상황은 위기라기보다 과열된 국내 골프장 산업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것.

서 소장은 “회원에겐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혜택을 주는 대신 비회원에게는 터무니없는 입장료를 받는 회원제 골프장은 구조적으로 적자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회원제 골프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연쇄부도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골프장 분류 체계
세분화·정비 촉구

부도 난 골프장 문제와 관련해 서 소장은 “회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회원을 승계하기로 돼 있는 현행 법률이 부도 골프장의 인수합병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시급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서 소장은 이어 회원제와 대중골프장으로 이분화돼 있는 현행 골프장 분류체계를 준회원제, 순수 대중골프장, 특수 골프장 등을 추가해 좀 더 세분화하고 세금체계와 요금체계도 다시 정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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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