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2)

풀밭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물리적 방법 혹은 비윤리·도덕적 제압 삼가라
어려운 문제도 수학공식처럼 풀리기 마련

“지금 회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이므로 난상토론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임하는 주의사항과 현황,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니 모두 잘 듣고 처리하는데 참고하기 바랍니다. 혹 이의가 있거나 더 좋은 방책이 있다면 제안해 주세요. 먼저 백부장님을 책임자로 하고, 안 과장은 실무를 맡아 부책임자로 하여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번 일을 대응토록 합시다. 무엇보다 시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회사의 입장은 난처해짐을 알아야 합니다.”

조기에 시위진압

내 말에 긴박함이 느껴졌는지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좀 더 강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 회사는 절대적으로  신뢰와 비례하여 매출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회사 이미지와 가장 민감한 시위를 한다는 것은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시민들이 볼 때는 회사가 마치 무슨 문제나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가 있다 이겁니다. 그래서 불신감을 조성할 시위를 조기에 해결해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물리적인 방법이나 기업윤리와 도덕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특히 시위자가 중년인 여성이기에 물리적으로 잘못 대응하다가 시위자가 부상이라도 입거나 어떠한 피해를 입는다면 단순시위가 아닌 또 다른 양상으로 사건이 진행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모르긴 해도 시위 여성은 우리 측에서 물리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면 그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여러분 중에 누군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함정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이겁니다. 모두 내 말뜻을 이해하겠어요?”
“아. 예….”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부터 처리방향을 논해봅시다. 첫째, 시위자가 활동 했던 지점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위를 하게 된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혹은 지난번 감사부분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재확인해야 합니다. 둘째로 시위하고 있는 비방 글과 현장 사진을 찍어 증거를 확보하여 언제라도 회사 차원에서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할 준비를 하고요. 셋째는 회사의 안티들과 연대하거나 혹은 반감을 가진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회사를 음해하고 위해를 가하기 위해 뒤에서 숨어 조종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증거를 입수해야합니다. 넷째, 시위자와 면담을 해서 요구하는 정확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섯째는 시위자의 가족을 찾아 회사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와 설득으로 시위 중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여섯째로는 ‘삼십육계’에 나오는 병법에 ‘돌이나 막대기로 풀밭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타초경사’라는 병법이 있듯이 시위자가 목에 걸치고 있는 비방 글이 적힌 피켓을 압수한다거나, 혹은 영업사원을 동원해 정문 앞에서의 시위를 막는 등으로 시위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 반응을 살펴봅시다. 그 반응 정도에 따라 대응방책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다만 강제로 뺏으면 돌발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은 나와 면담을 하는 조건으로 시위를 풀라고 해서 얼마동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도록 하고, 그 방안이 먹혀들지 않으면 그 때가서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너무 고민들 하지는 말아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수학 공식처럼 풀지 못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최후의 방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무리 없이 푸는가를 고민 할 뿐입니다.”

팀원들을 격려하며, 대응할 방책에 대해 설명했다.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백 부장은 마치 해결책을 얻기라도 한 듯 굳어 있던 인상을 펴면서 나와 팀원들에게 말했다.
“이사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희도 이사님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숙지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회의를 하여 각자가 역할 분담을 맡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이사님 말씀에 다른 제안이나 이의가 없다면 각자의 역할을 분담토록 회의실로 갑시다.”
팀원들을 회의실로 데리고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퇴근 시간이 임박했는데 백부장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기세등등하게 나를 찾아와 보고를 했다. 아마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이사님! 시위자가 상담실에서 이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희들과 대화조차 거부하며 도망가는 것을 이사님과의 면담을 약속한다고 간신히 설득해서 면담 실까지 데려 온 것입니다.”
“피켓은 어떻게 했어요?”
“예! 회사 측과 면담 시 까지 보관하겠다고 하고 저희 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사진촬영은 해두었어요?”
“물론입니다. 홍보실의 협조를 받아 시위현장과 피켓 내용을 모두 찍어놓았습니다.”
“수고 했어요. 피켓은 나중을 대비해 증거물로 보관해 둡시다.”
“아, 그리고 이사님! 한 가지 아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무슨?”

이러지도 저러지도

“그 시위 여성은 정신장애가 약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옳다고 여기는 성격 말입니다. 지금도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자신이 퇴출당한 것만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다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데, 하루 이틀 시위하다가 지쳐서 그만 둘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요 나도 지난 감사 내용을 알고 있어요.”
“차라리 다른 지점으로 보내서 영업행위를 하도록 허락하시는 건 어떨지요….”
백 부장은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을 바에야 그의 요구를 들어주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한번 생각해봐요. 저 시위 여성은 얼마 전까지 근무할 당시에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고함을 지르고 소란행위를 해서 지점분위기를 심각히 훼손하여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퇴출결정을 한 게 아닙니까? 그런데 시위를 한다고 시위자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어 재근무를 허락한다면, 다른 판매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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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