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2)

풀밭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물리적 방법 혹은 비윤리·도덕적 제압 삼가라
어려운 문제도 수학공식처럼 풀리기 마련

“지금 회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이므로 난상토론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임하는 주의사항과 현황,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니 모두 잘 듣고 처리하는데 참고하기 바랍니다. 혹 이의가 있거나 더 좋은 방책이 있다면 제안해 주세요. 먼저 백부장님을 책임자로 하고, 안 과장은 실무를 맡아 부책임자로 하여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번 일을 대응토록 합시다. 무엇보다 시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회사의 입장은 난처해짐을 알아야 합니다.”

조기에 시위진압

내 말에 긴박함이 느껴졌는지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좀 더 강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 회사는 절대적으로  신뢰와 비례하여 매출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회사 이미지와 가장 민감한 시위를 한다는 것은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시민들이 볼 때는 회사가 마치 무슨 문제나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가 있다 이겁니다. 그래서 불신감을 조성할 시위를 조기에 해결해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물리적인 방법이나 기업윤리와 도덕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특히 시위자가 중년인 여성이기에 물리적으로 잘못 대응하다가 시위자가 부상이라도 입거나 어떠한 피해를 입는다면 단순시위가 아닌 또 다른 양상으로 사건이 진행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모르긴 해도 시위 여성은 우리 측에서 물리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면 그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여러분 중에 누군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함정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이겁니다. 모두 내 말뜻을 이해하겠어요?”
“아. 예….”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부터 처리방향을 논해봅시다. 첫째, 시위자가 활동 했던 지점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위를 하게 된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혹은 지난번 감사부분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재확인해야 합니다. 둘째로 시위하고 있는 비방 글과 현장 사진을 찍어 증거를 확보하여 언제라도 회사 차원에서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할 준비를 하고요. 셋째는 회사의 안티들과 연대하거나 혹은 반감을 가진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회사를 음해하고 위해를 가하기 위해 뒤에서 숨어 조종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증거를 입수해야합니다. 넷째, 시위자와 면담을 해서 요구하는 정확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섯째는 시위자의 가족을 찾아 회사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와 설득으로 시위 중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여섯째로는 ‘삼십육계’에 나오는 병법에 ‘돌이나 막대기로 풀밭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타초경사’라는 병법이 있듯이 시위자가 목에 걸치고 있는 비방 글이 적힌 피켓을 압수한다거나, 혹은 영업사원을 동원해 정문 앞에서의 시위를 막는 등으로 시위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 반응을 살펴봅시다. 그 반응 정도에 따라 대응방책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다만 강제로 뺏으면 돌발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은 나와 면담을 하는 조건으로 시위를 풀라고 해서 얼마동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도록 하고, 그 방안이 먹혀들지 않으면 그 때가서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너무 고민들 하지는 말아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수학 공식처럼 풀지 못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최후의 방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무리 없이 푸는가를 고민 할 뿐입니다.”

팀원들을 격려하며, 대응할 방책에 대해 설명했다.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백 부장은 마치 해결책을 얻기라도 한 듯 굳어 있던 인상을 펴면서 나와 팀원들에게 말했다.
“이사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희도 이사님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숙지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회의를 하여 각자가 역할 분담을 맡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이사님 말씀에 다른 제안이나 이의가 없다면 각자의 역할을 분담토록 회의실로 갑시다.”
팀원들을 회의실로 데리고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퇴근 시간이 임박했는데 백부장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기세등등하게 나를 찾아와 보고를 했다. 아마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이사님! 시위자가 상담실에서 이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희들과 대화조차 거부하며 도망가는 것을 이사님과의 면담을 약속한다고 간신히 설득해서 면담 실까지 데려 온 것입니다.”
“피켓은 어떻게 했어요?”
“예! 회사 측과 면담 시 까지 보관하겠다고 하고 저희 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사진촬영은 해두었어요?”
“물론입니다. 홍보실의 협조를 받아 시위현장과 피켓 내용을 모두 찍어놓았습니다.”
“수고 했어요. 피켓은 나중을 대비해 증거물로 보관해 둡시다.”
“아, 그리고 이사님! 한 가지 아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무슨?”

이러지도 저러지도

“그 시위 여성은 정신장애가 약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옳다고 여기는 성격 말입니다. 지금도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자신이 퇴출당한 것만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다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데, 하루 이틀 시위하다가 지쳐서 그만 둘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요 나도 지난 감사 내용을 알고 있어요.”
“차라리 다른 지점으로 보내서 영업행위를 하도록 허락하시는 건 어떨지요….”
백 부장은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을 바에야 그의 요구를 들어주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한번 생각해봐요. 저 시위 여성은 얼마 전까지 근무할 당시에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고함을 지르고 소란행위를 해서 지점분위기를 심각히 훼손하여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퇴출결정을 한 게 아닙니까? 그런데 시위를 한다고 시위자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어 재근무를 허락한다면, 다른 판매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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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