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1)

돌발변수에 대처능력을 발휘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목마른 사람이 물주길 간절히 기다리다
장시간 문제 끌면 손해 보기 마련이다

민원실장인 백 부장이 몇 명의 직원들과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현장에 도착한 것을 알아채고 인사를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백 부장, 수고 많아요. 거리가 멀어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데 저 시위자가 주장하는 게 뭡니까?”
먼저 시위문구가 궁금하여 물었다.

“예, 저희들도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이 퇴출당한 것은 어느 영업책임자의 잘못된 편견으로 희생된 것이니 바로잡아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직 요구사항도 모른단 말입니까?”
“예, 이사님, 그게…. 우리들이 다가가면 막 도망을 갑니다. 마치 우리들이 피켓을 뺐기라도 할까봐 말입니다. 혹시 불상사라도 생길까봐 지금은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신변의 위협 느껴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냥 그렇게 지켜보기만 할 텐가? 무슨 내용인지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우선 아닙니까?”
그러는 사이에 각 부서 팀장들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내려와 한마디씩하며 수군거렸다. 직원들이 정문으로 와글거리며 모여드는 것을 본 시위자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슬금슬금 뒤로 더 물러났다. 나는 시위자와 직원들을 번갈아보다가 마침 옆에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마케팅사업부 팀장인 김 차장을 살짝 불렀다.

“김 차장, 저 시위자를 본적이 있어요?”
“없는데요.”
“시위자가 뭔가 민감한 것 같군. 그래서 말인데, 팀장이 지나가는 행인처럼 위장하고 다가가 시위문구내용을 알아왔으면 하는데 어때요?”
여성인 김 차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 정도쯤이야 괜찮겠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냥 내용만 알아오면 되지요?”


“그래요, 팀장은 같은 여성이고 서로 모르는 얼굴이니 별로 경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나가지 말고 건물 후문으로 나가서 저쪽 반대편에서 이리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으며 파악해보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정 혼자 가기 뭐하면 다른 직원을 데려가도록 해요.”
잠시 후 우리가 정문 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김 차장이 시위자의 반대편에서 다가오며 돌아왔다. 김 차장이 말했다.

“이사님! 내용이 별건 아닌데요. ‘지점장의 음모로 억울하게 잘렸다. 다시 지점에 복직시켜 달라’는 내용입니다.”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나는 일단 민원실 직원 몇 명만 남고 나머지는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민원실장인 백 부장과 안 과장을 동반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두 분은 이제부터 해결책을 연구해 봐요. 난 사장님을 잠시 뵙고 올 테니….”
사장실로 들어가서 출장보고와 시위내용을 간락하게 보고하자, 사장님 역시 영업에 민감하니 하루빨리 시위를 중단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서둘러 면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듯 두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원 요청하다

 “그래, 좋은 해결책을 찾았어요?”
백 부장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내가 물었다.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민원실장으로 발령받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나 상황 대처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 백 부장은 아무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제가 알기로는 경찰서에서도 집회신고 한 1인 시위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고민입니다.”
“어차피 민원처리 부서인 백 부장 쪽에서 해결해야지 다른 부서 누가 하겠어요? 저대로 장시간 끌다가는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판매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영업 쪽에선 판매원 증원이 어렵고 매출이 떨어져 아우성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어허, 이 사람 마치 남 말 하듯 하네.”
조금 답답한 마음에 옆에 앉아 있는 안 과장에게 뭐 좋은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안 과장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저희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말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냅다 들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이사님께서 전문가이시니….”

백 부장이 구원을 요청 하듯 안 과장 대신 나섰다.
“허허 이사람 백 부장,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이번 건과 같은 돌발적인 일에 대해 대처능력을 발휘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내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농담조로 말했다.
“아, 예. 이사님! 죄송합니다.”
그가 내 말 뜻을 금방 알아채고 자신의 미숙함에 미안해하며 안 과장을 옆 눈질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난처한 표정을 쳐다보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백 부장!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 어떻게 말입니까?”
백 부장이 의자를 앞으로 바싹 당겨 앉으며 내 말을 기다렸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주기를 기다리듯 간절함이 역력했다.
“먼저 이번 시위사건을 전담할 팀을 구성합시다. 여기 있는 안 과장을 포함해서 5명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두 분 생각은 어때요?”


내 제안에 두 사람이 별 이의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팀원을 5명으로 정하고 곧바로 그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팀을 구성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백 부장과 안 과장이 종무부 김 대리, 총무팀 오 대리, 민원실 박 대리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나는 그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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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