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0)

진실로 호소하면 원하는 바 얻는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돈 모으는 것보다 관리하는 게 더 중요
때로는 법과 원칙보다 융통성 발휘해야

“하지만 그조차 다 날아갔다니 너무 서운하다네. 하긴 그것도 오 선배의 복이겠지. 아무리 운이 따라도 자신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젠데…. 왜 그러잖은가. 입성보다는 수성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어렵사리 마련한 십수 억짜리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날려버렸다고 하니 내가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그러게 말일세. 천신만고로 찾아준 재산을 하루아침에 카지노에서 날려버렸다니 자네의 보람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그려.”
친구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돈내기는 금물

“훗날 들은 얘기지만, 그 오 선배는 과거 20대 시절에도 화투판에 끼어들어 상당한 돈을 날린 후 두 번 다시 노름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하다가 또 카지노까지 가서 모든 재산을 날려버렸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장난이라도 도박은 안하네. 왜 그런 줄 아는가? 내가 어린 시절 집에서 형님들과 소위 말하는 먹기 내기 민화투를 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엄청나게 혼이 난 적이 있다네. 아버지께서 우리형제들을 무릎 꿇려서 앉혀놓고는 화투 48장을 한 장씩 분질러 버리면서 하신 말씀이 있다네.”

“허어, 그런 일이.”
“아버님 말씀이 어디 할 짓이 없어 형제 간에 돈 내기를 하냐고, 돈 내기 하다보면 자연 이해타산에 젖게 되고 감정이 들기 마련이라고 하셨네. 그게 습관이 되면 형제 간에 우애가 나빠진다고 야단을 치셨지. 그 일을 겪은 후에 나 역시 아버지를 닮아갔다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명절이나 경사일로 모여도 그 짓만은 하지 않는다네.”
“아하, 그래서 자네가 내기 당구나 골프를 하지 않는구먼. 내 이제야 알 것 같네. 역시 어릴 적 부모님의 훈육이 무섭기는 하구먼.”

“그러게, 역시 중국 당태종의 수성론이 생각이 나네. 성공을 하여 돈과 재물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산을 잘 관리하고 지키는 것 또한 무엇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겠네.”
그러면서 친구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맥없는 웃음을 주고받았다. 모처럼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가진 게 좋았지만, 한편으로 오 선배의 인생살이가 안타까워서 허탈한 것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는 각자 다른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오 선배의 부탁을 묵살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어리석은 행동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다음에 오 선배를 만나면 좋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법과 원칙보다 중요한 융통성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기계적이 아니라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대립된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배려와 양보 속에서 인간적인 면에 진실로 호소를 하다보면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오후 2시.
업무 차 1박2일간 부산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회사로 돌아와 사장님과 미팅을 앞두고 간단한 보고 자료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사님. 출장 잘 다녀오셨습니까?”
바짝 긴장한 안 과장이 반쯤 열어 논 사무실 문을 밀치고 들어오며 인사를 했다.
“어, 안 과장 별 일 없지?”
“저어,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왜? 무슨?”
하던 일을 멈추고 안과장의 긴장한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지금 정문 앞에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뭐야? 소동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좀 자세히 말해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상황파악이 궁금하여 물었다.

당혹감에 휩싸이다

“예, 지난번 서울 강북권역 P지점에서 판매원으로 활동하다가 소란행위로 퇴출당한 판매원 있지 않습니까? 그 판매원이 복직 시켜달라고 지금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직업군인 출신의 40대 초반인 안 과장은 개인 사업을 하다 여의치 못해, 늦은 나이에 입사한 능력보다 직급이 낮은 금년에 승진 서열에 올라 있는 직원이다. 안 과장은 일을 맡으면 어느 직원보다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여 나는 가장 믿음직스럽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안 과장이지만 오늘은 무언가에 놀란 듯 긴장한 모습이 다소 생소하게 보였다. 

“그래, 그 여성 판매원이라면 지난번 인사위원회에서 조사내역서와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감사한 결과 성격상 약간의 장애가 있고, 화합과 단결을 저해 시킬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돼 퇴출 결정한 사실이 기억나긴 해. 아마 안 과장이 직접 담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동의 원인을 알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작성하던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예. 제가 담당하긴 했습니다.”
“지금 시위 현장은 누가 지키고 있는가?”

“민원실직원과 우리 감사팀 직원들이 내려가 있습니다.”
“알았어. 일단 내려가 보세.”
자리에서 일어나 안 과장과 함께 사무실을 막 나가려는 차에 경리이사와 영업이사가 뭔가에 놀란 모습으로 들어오며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이사님. 어떻게 된 겁니까? 바깥에서 1인시위를 한다는 게 정말입니까? 왜 또 이런 일이….”
“나도 방금 안 과장에게 보고 받고 나가보려던 참이라 자세한 건 몰라요. 한번 내려가 봅시다.”
앞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며 함께 가보자고 손 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12층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빌딩 밖으로 나갔다. 테헤란로의 이름에 걸맞게 오늘도 거리는 변함없이 많은 차량과 행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안 과장 말대로 정문 앞 30m쯤 떨어진 대로변 인도에서 챙이 넓은 여행용 모자를 쓴 60대 여성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사를 비방한 글인 듯 빽빽이 적은 종이판을 몸 앞뒤로 줄을 걸어 메고,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들에게 보란 듯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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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