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불붙은 2013년 여자프로골퍼 영입 전쟁

미모에 실력까지 갖춘 “빅3 잡아라!”

2012년을 뜨겁게 달군 한국여자골프(KLPGA) 시즌은 끝났지만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바로 2012 시즌 메인 스폰서 회사와 계약이 끝나는 여자 프로골퍼들을 잡기 위한 전쟁이다.

신인 1억원 톱 프로 3억원 기준 깨졌다
뜨거운 스토브리그 ‘스타 모시기’경쟁

올해 여자골프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다. ‘괴물 아마’ 김효주(17·롯데)가 신인 몸값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억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톱 골퍼들 몸값이 더 뛰었다.

김효주는 지원금까지 합하면 6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신인 최고 1억원선, 톱프로 3억원이었던 암묵적인 기준이 깨진 것. 이제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선수라면 연간 1억5000만원, 스타급이라면 3억원을 훌쩍 넘어갈 전망이다.

2012년으로 메인 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 여자골퍼는 대략 50명 정도다. 이들 중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2·한화)과 KLPGA 대상을 차지한 양제윤(20·LIG손해보험)을 비롯해 김자영(21·넵스), 양수진(21·넵스), 장하나(20·KT), 이정민(20·KT) 등 대어급 선수들이 줄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영입시장 올라온
여자골퍼 50명


2011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α에 계약한 유소연은 지난해 말로 계약이 종료됐다. 2012시즌 1승과 함께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 유소연이기에 몸값이 어느 정도 올라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 KLPGA 투어를 호령했던 김자영과 양제윤, 양수진 등 이른바 ‘빅3’도 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났다. 이들 3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번에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미모와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골프를 통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기업들에겐 굉장히 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자영은 2012시즌 KLPGA 투어 상반기를 지배한 ‘신데렐라’다. 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자영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SBS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시즌 3승을 올리면서 다승 1위, 상금 3위(4억1790만원), 평균타수 6위(71.84타)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김자영은 빼어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삼촌 팬’들을 몰고 다닌다.

정규 투어 2년 차인 양제윤은 KLPGA 투어 후반기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양제윤은 지난해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김자영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양제윤은 대상 포인트 1위, 시즌 2승, 상금 4위(4억639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에 오르면서 국내여자골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을 보유한 양수진도 계약 마지막 해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난 6월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승을 사냥한 양수진은 상금 5위(3억4426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KLPGA 투어도 야구처럼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빅3와 계약하기 위한 치열한 ‘머니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빅3의 원 소속구단들은 에이스를 팀에 잔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KLPGA 간판스타를 데려와 내년 시즌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인 다른 구단들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김자영의 소속팀인 넵스와 양제윤을 후원한 LIG손해보험은 두 선수의 잔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1승 이상을 올린 선수들이 원하는 액수는 계약금 3억원 이상이다. 구단으로선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소속 선수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상 중이다.

고급주방가구 업체인 넵스는 골프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넵스는 김자영과 양수진 중 1명은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그 뜻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빅3를 뺏어오려는 기업도 만만치 않다. 골프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 확실한 우승 청부사가 필요한 우리투자증권, 이보미를 보유한 정관장 등이 빅3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래저래 여자골퍼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보효과 만점’ 거품 부작용 만만찮아
 “계약 빨리 끝내고 체력훈련 전념” 충고

반면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2012시즌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24)와 일본에서 맹활약한 안선주(25)가 대표적이다.

일본 골프용품업체 스릭슨의 장비 후원을 받고 있는 박인비는 올해 스릭슨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뛰었지만 아직 메인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일본여자 투어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도 무적(無籍) 신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여자골퍼들 몸값

한 골프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폰서들이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실력보다는 외모로 선수 후원을 결정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다.

최근 일본골프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소닉이 일본골프계 최고스타 이시카와 료(21)와의 후원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2008년부터 이시카와의 스폰서로 나섰던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상황이 어려워지자 보증된 흥행카드를 포기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여자골퍼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풍성해 보이지만 경기침체 속에 많은 기업이 선수후원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여자프로골프의 인기는 나날이 많아지는 선수들의 팬클럽과 대회장 구름 갤러리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자 계약을 위한 협상테이블에서는 예년보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훨씬 높아진 분위기다. 더욱이 롯데가 지난 10월 ‘여고생’ 김효주(17ㆍ대원외고)에게 연간 5억원(2년 계약)을 안겨주면서 선수들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간 상황이다.

A기업은 2011시즌 선수후원으로 최대 60억원의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자체파악하고 있다. 이 기업이 후원한 한 선수는 지난 시즌을 계기로 KLPGA투어 대표스타로 떠올랐다. 이 기업 관계자는 13일 “방송노출 등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그 선수 한 명으로 50억~60억원의 효과를 봤다”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사기진작까지 따지면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라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소속 선수를 후원하려면 그만큼 통 큰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투어는 상대적으로 작은 액수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긴다.

지난해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한화가 자사 경제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개인ㆍ브랜드ㆍ국가 홍보효과는 최소 2000억원. 초청선수로 나갔던 유소연은 덜컥 우승하면서 일약 ‘메이저 퀸’ 반열에 올랐다. 당시 유소연에게 연간 3억원 정도를 투자했던 한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일부 선수들은 용품사와 서브스폰서 계약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김하늘(24·BC카드)은 혼마와 클럽사용계약을 한 데 이어 골프공과 골프화 등 별도 계약을 추진 중이다. 메인 스폰서만은 못하지만 용품을 합치면 연 1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여고생과 5억원 계약
롯데, 과감한 투자

기업들이 이처럼 선수들에게 거액을 베팅하는 것은 투자한 만큼 ‘마케팅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기간에 카메라가 실시간 따라 붙으며 선수들에게 부착한 로고가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노출된다. 우승이라도 한다면 효과는 배가되고 프로암대회나 기업행사에 선수들이 참여하면 고객관리효과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 몸값이 매년 치솟는 가운데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새롭게 여자골프구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 관계자들은 너무 높아진 몸값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12시즌에는 이슈 메이커였던 김효주가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롯데그룹에서 무려 5억원을 받아 톱 골퍼들 간 자존심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긴 하지만 “아직 증명이 안 된 신인인 김효주도 그 정도 받는데 이미 인정받은 우리도 그에 합당하는 대우를 받아야겠다”며 스폰서들을 압박할 정도다.


한 기업 임원은 “재계약을 하거나 새롭게 선수 영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선수들 몸값이 터무니없게 치솟아 깜짝 놀랐다”며 “회사 측 안을 선수 쪽에서 너무 낮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하면 새해엔 골프 마케팅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선수들은 지금쯤이면 스폰서를 정하고 달콤한 휴식을 만끽할 것 같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따뜻한 곳을 찾아 1월 동계훈련을 나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선수들이 하고 있는 건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강화훈련이다. 선수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체력을 소진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매주 대회가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은 겨우 시합을 뛰기에 급급하다. 시즌 중 시간을 내서 체력훈련을 한다고 해도 체력강화가 아니라 체력유지가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비시즌이 시작되면 자신이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몸의 균형과 근력강화를 위한 체력훈련이 필수적이다. 동계훈련을 떠나서도 계속해서 훈련을 하지만, 막상 필드에 서게 되면 스윙과 스코어를 내는 데 주력하게 되기 때문에, 체력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웨이트트레이닝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체력강화훈련이 매우 다각화됐다. 기존 근력훈련 외에도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는 필라테스와 균형감각을 키우는 전문프로그램, 그리고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클래스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택해서 집중해야 한다.

또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에 분주하다. 의류, 용품, 그리고 메인스폰서까지 다시 셋업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을 때까지 선수들에게는 이 과정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스폰서는 선수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계약을 하면서 조건을 따지는 것은 선수들의 성적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사실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다 보니 최상의 조건만을 찾게 되고, 조건을 협상하다가 지체되면 서로 애가 타고 힘든 입장에 처하게 된다.

체력강화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 시작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떠날 때 가장 향상시키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바로 쇼트게임이다. 그린을 미스했을 때 프로로서 가능한 한 파 세이브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열정이 선수들로 하여금 쇼트게임 훈련에 매진하게 만든다. 그러나 완벽해질 수는 없다. 계속해서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의 감각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이라면 비시즌훈련은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의 시간이다. 안팎으로 자신을 단련해야만 다가오는 시즌에 더 자신있게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자료출처 : <월간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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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