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오랫동안 보유해왔던 배두나. 이젠 그에게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없어도 될 듯하다. 국내외 단·장편 영화와 드라마 등 수많은 작품으로 연기 내공을 쌓으며 어느덧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내 배우 중 1명으로 거듭났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 배두나의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충무로 배우들이 하나둘씩 할리우드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지.아이.조> 시리즈로, 가수 겸 배우 정지훈은 <닌자 어쌔신>을 통해 할리우드 무대를 밟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등도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 진출에 한 발짝 다가갔다.
“영어대사 부담”
국내의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할리우드 무대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1명의 배우가 신비로운 매력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해외 감독들을 매료시키며 국위선양에 힘을 보탰다. 그는 바로 배두나. 배두나는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의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하며 클론(복제인간) 손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감독들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배두나는 영화 촬영 당시 영어로 소화해야 하는 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고 전해졌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 앞에서 기죽지 않은 당당함을 보였다. 또한 그는 생애 첫 할리우드 진출작에 대한 설렘과 애정이 깊었지만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혼자 모든 것을 견뎌야 했던 점에서 외로움이 사무쳤다고 한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매니저나 통역 없이 저 혼자 일을 했었어요. 그래서 많이 외로웠죠. 원체 제 성격이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촬영하면서 힘들 때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더라고요. 내 고민 탓에 다른 사람들 시간 뺏는 게 미안했어요.”
앤디·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배두나의 당당함과 엉뚱함, 신비로움에 매료돼 손미 역으로 캐스팅했다. 그동안 배두나가 수많은 작품 속에서 맡은 역할 역시 평범한 역보다는 특이하고 신비로움이 어우러진 역이었다.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3명의 거장 감독은 배두나의 출연작 <공기인형>과 <괴물> <복수는 나의 것> 등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그에게 <클라우드 아틀라스> 출연을 적극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2004년 발간과 동시에 각종 문학상을 휩쓴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는 19세기부터 근 미래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SF 블록버스터 영화다. 배두나는 6개로 나뉜 개성 강한 스토리 중 ‘네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에서 주인공 손미-451 역을 스스로 따내며 열연했다.
<매트릭스> 워쇼스키 남매에 눈도장 ‘쾅’
통역·매니저 없이 자력으로 오디션 통과
클론 손미 역 맡아 눈에 띄는 연기 선보여
“손미-451는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손미의 대사들이 의미심장한 게 많아서 정말 욕심났던 역할이었어요. 누구나 한번은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비참한 모습부터 순수한 아기의 모습, 학생하고 사랑을 느끼는 여자, 혁명가의 강한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내포하고 있죠. 탐났던 배역에 캐스팅 됐을 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던 것 같아요.”
배두나는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정말 컸다고 한다. 그는 특히 언어에 취약함을 느껴 영어대사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수차례 고민했다고 전했다. 노력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었지만 첫 영어연기에 대한 부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미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후에는 그 어렵던 영어연기도 비교적 쉽게 느껴졌다고 한다. 물론 죽어라 연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는 영어를 한국어처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다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어리바리하기도 했지만 창피하진 않았어요. 영어를 남들보다 못해도 죽어라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촬영 중에도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함을 유지했죠. 거기엔 제가 손미 역할을 잘해낼 자신이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한국은 배우 배두나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지만, 할리우드에서의 배두나는 이름 모를 신인이었기 때문에 연기로서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그. 그래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자신의 소중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하루 한 시간 온 정성을 쏟았다.
신인 자세로 촬영
“이번 작품이 할리우드 진출의 발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필모그래피에 남겨질 작품 중 하나일 뿐이죠. 유명 감독 및 배우들과의 호흡과 영어연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특별한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제겐 소중한 작품들 중 하나에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배두나. 그의 새로운 시도와 끊임없는 노력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배어나오길 기대해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