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8)

원수로 살 것인가, 공생할 것인가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왈가왈부 따져봐야 득될 것 하나 없다
윈윈전략 차원서 새로운 대안 찾아야

“어쨌든 박 사장이 약속을 어긴 것만은 사실이잖아. 하지만 지난 걸 가지고 서로 왈가왈부 따져봐야 아무런 득도 없지 않겠어? 앞으로가 더 큰 문제지. 박 사장이 이대로 완전히 모든 것을 끝장내고 오 선배님과 평생 원수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서로 윈윈전략으로 공존 공생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네.”

히든카드를 쥐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 사장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더 이상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준비해간 메모지를 꺼내 박 사장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박 사장, 여기에 확인각서를 작성해주시게.”
“뭘 어떻게 쓰면 되겠습니까?”
“자네가 말한 대로 사실 그대로 작성하면 된다네. 현장 신축건물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건축업자의 부인에게 명의이전 해준 것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명의신탁행위를 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걸세.”
그가 내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이 오 선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나름대로 사실 내용을 작성해서 건네주었다. 나는 확인서를 읽어보고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오 선배에게 재빨리 건네주었다.

“선배님, 이 확인서를 잘 보관하세요. 그리고 박 사장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오 선배는 긴장된 모습이 풀리는 듯 확인서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는 잘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박 사장에게 앞으로 잘해 보자며 악수를 청했다.
이제 남은 일은 추 사장과의 담판이었다.
“선배님, 어차피 시작한 일인데 여기서 중단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단이라니.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는가? 사실 그 돈은 집을 잡혀 대출받은 돈과 일부 친척집에서 차용된 돈이네. 못 갚으면 내 집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요즘 이놈의 일만 생각하면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네.”
다음 날 오 선배와 나는 문제의 건축현장이 있는 근처 커피숍에서 추 사장을 만났다. 나는 이미 사해행위라는 히든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기에 최종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 선배 역시 나를 절대적으로 믿는지 태연해 보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자마자 추 사장을 향해 정공법을 시도했다.
“추 사장님, 우리 공사 현장 건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거론해봅시다.”
내 말에 그가 대답 대신 자기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우리 서로 내막을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사족을 달아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추 사장님 생각은 어때요?”
“먼저 이사님께서 말씀하시죠.”
“추 사장님께서 지금까지 공사를 잘해 놓으셨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리고 여기 계신 오 선배님이 박 사장에게 대여해준 돈 4억원 중 일부 2억원에 대한 보증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런지?”
“그렇잖아도 나름대로 방안을 찾고 있는 중 입니다.”
“추 사장님도 잘 알다시피 오 선배님께서 박 사장으로부터 길음동 현장 빌라를 이전받기로 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을 사모님 명의로 이전받은 이유는 뭡니까?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것은 채무면탈하기 위해 빼돌린 것이 아닙니까?”
나는 추 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치 채근이라도 하듯 말했다. 그는 내 지적에 뜨끔했는지 어깨를 움츠리며 변명을 했다.
“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전해 놓은 거지만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박 사장으로부터 사모님 명의로 이전받았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공사건과 사모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단순히 채권자들을 피해 재산을 도피하고 은닉시키기 위한 수단은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이사님, 저는 법률은 잘 모릅니다. 다만 저로서도 자구책으로 어쩔 수 없이 한 겁니다.”
“추 사장님, 현재 공사가 중단된 다가구주택 건축물이 추가로 공사를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공사대금이 없으면 공사를 진행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추 사장님! 우리 서로 윈윈전략 차원에서 대안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요?”
“추 사장님은 공사를 책임지고 계속하시고, 오 선배님께서는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고 보증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이지요.”
“글쎄요. 좋은 방법이긴 한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한번 생각을 해보지요.”
추 사장은 즉시 대답하기를 피하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체하지 말라

“뭐 그렇게 고민하실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만. 어차피 추 사장님으로서는 그 건축물이 뜨거운 감자 아닙니까? 여기 오 선배님께서는 당장에라도 사해행위로 인한 가처분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먹지 못할 바에는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여 실리를 취하는 것도 좋은 방안 아닙니까? 지금 추 사장님은 2억원에 대한 보증 책임을 져야하지 않습니까? 오 사장님은 추 사장님에 대한 보증 책임을 면책해주고 잔여 공사를 진행하도록 투자하는 대신에, 추 사장님은 사모님 앞으로 명의 이전받은 건축물을 다시 오 사장님 앞으로 이전 해주시는 거지요. 그야 말로 추사장님으로서는 손해 보는 것은 없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하긴, 저로서도 크게 불만 없다고 보이기는 합니다만.”
추 사장은 오 선배의 의중을 알고자 표정을 살폈다. 나는 이미 오 선배와 서로 의견일치를 본 부분이 있었지만 모른 체하고,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을 양으로 오 선배를 향해 반문하듯 물으며 즉답을 요구했다.
“선배님, 제가 지금 제안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이라도 이의가 있다면 말해 주시죠?”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라도 할 수가 있다면 해야지. 서로 좋은 게 좋다고 다 같이 살아야지. 추 사장님 그렇죠?”
오 선배가 추 사장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아, 예. 오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로서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추 사장의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가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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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