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통령과 골프

대통령, 골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지가 선정한 역대 대통령 골프 순위에서 7위에 오른 빌 클린턴. 그의 무기는 ‘빌리건’으로 알려졌다. 빌리건은 빌 클린턴이 ‘멀리건(티샷을 미스 했을 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뜻의 골프 은어)’을 워낙 남발하면서 붙은 ‘클린턴 전용 멀리건’의 애칭. OB만 나면 빌리건을 쓰니 타수가 줄지 않을 리 없다. 다이제스트 평가를 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만하다. ‘빌리건 덕에 늘 편하게 90대 스코어를 깰 수 있었음.’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골프가 화제에 오르면서 대통령들의 특별한 골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골프를 한 인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꼽힌다. 전전 대통령의 알려진 공인 핸디캡은 12~14 수준.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핸디가 낮은 실력파로 꼽힌다. 지금도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용평 리조트를 방문해 버치힐 코스와 용평 골프 코스 두 군데를 7일씩 예약해 놓고 라운드를 즐길 정도.
그가 만들어낸 특별한 골프는 ‘대통령 골프’다. 대통령 골프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골프. 현역 시절에는 아예 앞뒤 홀을 하나씩 비워두게 해서 이런 말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는 ‘대통령 스키’ ‘대통령 등산’ 등으로 차용돼 쓰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장타다. 야드가 아닌 미터로 230 이상을 너끈히 날린다는 것. 골프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1983년 청남대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전 전 대통령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소리없이 골프’다. 그만큼 조용히 즐겼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았고 그 덕에 부인 김옥숙 여사도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했는데 그래서 골프 횟수는 3개월에 한 번 꼴 정도였다고. 핸디캡은 18~20 수준인데 워낙 조용히 골프를 즐긴 탓에 아직 본 사람(?)이 없다.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웠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골프 마니아로 통한다. 당시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m, 폭 10m 되는 간이 연습장을 직접 만들고서 골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유행어 역시 많다. 첫째는 ‘어깨 걸어 총’식 이동법. 박 전 대통령은 군 출신답게 골프채를 총을 메듯 어깨에 걸친 채 볼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이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원 퍼팅 OK’라는 유행어 역시 박 전 대통령 때 나왔다.
그는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는데 그래서 ‘원 퍼팅 OK’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뒷말도 무성했는데 국가 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퍼팅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1퍼팅 OK를 고려하더라도 핸디캡 20 정도.
골프를 하다 보면 인간 됨됨이나 성격이 나온다고 한다. 지난 1월20일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0대 초중반을 치는 실력으로는 진짜 ‘보통 골퍼’다. 하지만 그의 골프 스타일에는 흑인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된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농구광’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하게 된 동기는 초라(?)하다. 농구를 하다 툭하면 손가락 골절에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고 심지어 눈까지 멍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내 미셸 여사는 1997년 조심스럽게 골프를 권했다. “왜 좀 더 위험하지 않은 ‘골프 같은’ 운동을 하지 않죠?”
골프 입문 초반 오바마 대통령은 늘 100타를 깨지 못했다. 공도 원하는 대로 날아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 라운드를 한 지인들이 말한 바로는 그는 결코 신념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는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인 테리 링크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그 작고 하얀 공에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었다”라며 “삶에 대한 태도도 골프를 할 때와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한미 대통령… 흥미진진한 ‘그들만의 라운드’
‘빌리건’ ‘원 퍼트 OK’ ‘대통령골프’ 등 용어 독특’

핸디캡 16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임기가 끝나고서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그의 인생철학이 드러난 셈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마빈 니콜은 “세인트 앤드루스, 페블비치, 베스페이지 블랙 등 유명하고 도전적인 코스에서 라운드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주말골퍼들은 더블파(일명 양파) 이상 적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절대 줄여 적지 않는다. 단 1타도 틀리게 적는 법이 없다는 게 주변의 증언.
스코어카드에 11타를 모두 적은 일화는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 마빈 니콜슨은 “언젠가 파4 홀에서 11타를 쳤을 때 스코어카드에도 8이 아닌 11을 그대로 적더라”며 그의 ‘대쪽같은’ 골프 스타일을 밝히기도 했다.
‘멀리건(티샷 잘못으로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은 사용한 적이 없고 벙커샷을 한 뒤 모래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골프채로 파인 디봇도 다시 메워 놓는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그의 스윙 자세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문은 공을 친 후에도 팔을 곧게 뻗은 채로 유지하는 오바마의 팔로우스루에 후한 점수를 주며 ‘일단 정책을 추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인척 중 한 명인 이안 매너가 밝힌 오바마 골프 뒷이야기다. “내가 친 공이 나무숲으로 향할 때는 어김없이 그 공은 나무 밑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친 공은 나무숲을 향해 가더라도 뭔가를 맞고 50야드나 튕겨 나와 페어웨이로 나가곤 했다.”
당시 매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툭’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골프에서처럼 정치에서도 운이 좋다면 언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그 농담 덕인지 아니면 골프의 행운이 정말 정치에도 이어졌는지 그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국골프용품 ‘미국 대박’ 수천만 달러 계약 성사
‘빅3’에 국산 샤프트 수출, LPGA 독점라이선스도

‘2009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에서 한국 골프용품업체들이 수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 제품이 거의 없는 골프용품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 집중적으로 공략한 덕이다.
국산 샤프트 회사인 MFS(대표 전재홍)의 미국법인 매트릭스 사는 이번 용품 쇼 기간에 총 3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개발한 국산 샤프트 ‘오직(OZIC)’이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에 장착될 예정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출시하는 드라이버 40만 개에 ‘오직’ 샤프트를 쓰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의 일부 제품에도 ‘오직’ 샤프트가 장착된다.
전재홍 대표는 “‘오직’은 샤프트 내부를 원형이 아닌, 육각 형태로 제작해 백 스핀양을 줄이고 비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면서 “올해 세계 샤프트시장에서 점유율이 5위 정도로 상승해 아딜라 후지쿠라 등 1,2위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산 ‘GPS 거리 측정기’인 ‘골프버디’도 2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용품 쇼에 처음 출품해 100만 달러어치를 판 ‘골프버디’는 지난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배의 신장세를 보이는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용품 유통회사인 ‘스포츠인사이드(www.thesportinside.com)’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일본 유럽 한국에서 골프의류, 장갑 등의 용품에 LPGA투어 로고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미국 LPGA투어와 맺기도 했다. 앞으로 관련 회사들이 제품에 LPGA 로고를 붙이려면 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회사 신창연 사장은 “계약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LPGA투어가 선수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를 메워주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의 올 클럽 트렌드는, 헤드의 경우 ‘복고’ 클럽은 ‘튜닝’으로 요약되고 있다. ‘클럽헤드의 모양은 과거로 돌아가고, 골퍼가 직접 수정하는 튜닝 클럽이나 맞춤클럽이 대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 1월29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2009 PGA 머천다이즈쇼’에 출품된 올해 골프클럽의 경향이었다.
골프클럽업계에선 지난 2~3년간 크게 유행했던 혁신적인 모양과 화려한 디자인이 사라지고 있다. 사각형, 삼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헤드 모양은 자취를 감췄고 대부분 예전의 반달형 헤드로 회귀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 튀는 색으로 헤드를 감싸던 클럽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파격적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대신 대부분의 클럽메이커들은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골퍼들의 특성과 취향에 맞춰서 조립해주는 ‘맞춤클럽’을 대거 선보였다. 퍼터도 골퍼의 취향대로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예스퍼터의 경우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 접합 위치를 4곳이나 바꿀 수 있는 ‘프로토타입 퍼터’를 출품했다.
PGA 머천다이즈쇼는 골프용품 시장의 최근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 용품 쇼는 참가업체가 지난해보다 300여 개 줄어든 1100개에 그치는 등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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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