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귀환’ 대상그룹 후계구도 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4: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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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냐 동생이냐…‘자매전쟁’ 서막

[일요시사=경제1팀] “언니냐 동생이냐.”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두 딸이 나란히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후계구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차녀인 상민씨가 후계자로 점찍어지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장녀인 세령씨가 회사의 중책을 맡으면서 후계 시나리오가 급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딸딸이 아빠’ 임 회장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자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가 귀환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상의 식품 브랜드 총책임자로 임명된 것. 동생 상민씨가 같은 회사 전략기획본부장(부장)으로 경영에 본격 참여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두 딸들이 나란히 일하게 됨으로써 대상은 3세 경영시대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자매열전 예고

대상그룹은 지난 4일 세령씨를 대상의 식품사업총괄부문 마케팅 담당 상무로 임명했다. 세령씨는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으로 식품 브랜드 청정원의 브랜드 관리를 비롯 기획·마케팅·디자인 등을 담당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세령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다. 1998년 결혼했다가 11년만인 2009년 이혼했다. 이후 레스토랑 ‘터치 오브 스파이스’ 오픈을 주도했고 2010년부터 대상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 대표로 일해왔다.

그러나 세령씨는 이혼 후 사실상 경영보다는 육아에만 집중해왔고, 대상HS가 그룹 내에서 ‘변방’에 속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향후 그룹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상 직원들도 세령씨에 대한 파격 인사에 술렁이고 있는 모습이다.

불과 두 달 전 차녀인 상민씨가 그룹으로 복귀하면서 상민씨를 중심으로 한 차기 후계구도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상민씨는 2008년 초 임창욱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그룹 업무를 시작했다.

2009년 8월에는 대상으로 자리를 옮겨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 본부에서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 실무업무를 맡았고, 그해 8월 회사를 휴직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떠나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이후 지난 10월 다시 대상으로 복귀해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시에 대상그룹은 기존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전략기획본부로 승격시켰다.

상민씨에게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을 강화할 방안을 연구하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업계는 그의 인사를 사실상 후계 수업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지배구조상으로도 상민씨로의 승계가 끝난 상태다.

차녀 이어 장녀 청정원 총괄상무로 합류
3세 경영 본격화…사실상 후계수업 시작

대상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주력 계열사인 대상과 대상정보기술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다시 이 자회사들이 32개 계열사와 17개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상홀딩스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후계구도 가 판가름 난다.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세령씨(20.41%)보다 동생 상민씨(38.36%)가 더 많이 갖고 있다. 임 회장과 부인 박현주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88%, 3.87%이다. 두 사람의 지분이 앞으로 모두 세령씨에게 승계된다고 해도 상민씨 지분에 비해 11%p나 모자란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대상홀딩스가 처음 출범할 당시부터 그랬다. 대상에서 인적분할로 탄생한 대상홀딩스는 지난 2005년 8월, 25살이었던 상민씨를 최대주주로 앉혔다. 지분율은 13.19%였다. 당시 삼성가의 며느리였던 세령씨의 지분율은 9.35%에 그쳤다.

2009년에는 둘의 지배구조가 더 벌어진다. 임 회장과 박 부회장이 각각 125만주씩을 상민씨에게 장외거래로 매각하면서 상민씨는 명실상부한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포스트 임창욱’이라 불리며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상민씨는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세령씨가 그룹 경영에 본격 나서면서 그룹 후계구도는 좀 더 복잡해졌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사실상 후계 수업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두 자매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발휘한 능력을 평가해 그룹의 후계자로 결정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숨은 뜻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대상홀딩스 1, 2대 주주인 두 딸을 같은 회사에서, 그것도 핵심 보직을 맡긴 데는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며 “빠른 경영권 승계 로드맵을 완성시키기 위해 일종의 시험무대를 거치기를 원한 것인지, 두 딸이 합작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인지 그 의도가 복잡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아직 상민씨가 후계구도 1순위이지만 앞으로 세령씨의 활동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령씨가 그룹 내부에 얼마나 입지를 만들지가 관건”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후계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너지 노림수?

그러나 대상그룹 측은 아직 후계구도 자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두 딸이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과 마케팅을 맡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면서도 “두 사람의 경영권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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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