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5)

보검도 임자 만나기 나름이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제3자가 끼어들기 전에 지체 말고 결정하라
채무자에게 희망과 재기의 기회를 보여줘라

“그렇군! 근데 봉급쟁이인 내가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박 사장을 위해 좋은 방법은 하나 있네만.”
“네? 아이고,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내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 볼 텐가?”
“예, 그러죠.”

갈증이 풀리다

“박 사장! 지금 부도를 내면 공장은 공장대로 날아가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고, 길음동 공사현장 역시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될 것은 뻔한 일이네. 그 길음동 빌라현장을 오 사장인 선배님에게 양도 해 주게. 자네는 현재 더 이상 공사를 진행 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닌가. 주택을 제대로 살려놓으면 오 선배의 채무는 해결하고도 남지 않겠나? 그리고 부동산시세가 올라가면 오 선배님과 정산하고 자네에게도 돌아가는 몫이 있겠지? 지금 박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도난 후에 어떤 희망이 있느냐 하는 거야.”

나는 그가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열심히 설득을 했다.
“옛말에 보검도 임자를 만나기 나름이라고 했네. 아무리 훌륭한 보검도 주방장이 쓰면 부엌칼이 되고, 천하제일검객이 쓰면 보검이 된다는 말이네. 그 주택은 박 사장에게는 그리 별 도움이 못되지만, 그걸 값진 보검으로 만들 사람은 오 선배뿐이라고 생각하네. 지금 동생이 현명한 결정으로 오 선배에게 대물변제를 한다면 후일에 박 사장을 도와 줄 가장 강력한 아군을 두게 되는 거야. 한번 생각해 보게. 우물쭈물하다가는 오 선배가 강제집행을 하거나, 토지에 설정되어있는 채권자인 금융권에서 경매를 진행 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가 없게 될 거야. 1순위인 금융권에서 배당을 받고 나면 후순위 일반 채권자들이 얼마씩 건질 수 있겠는가? 도저히 근본 해결책이 될 수가 없을 걸세. 오히려 돈맛을 본 모든 채무자들이 적군이 되어 피를 본 하이에나처럼 동생에게 달라붙어 독촉을 하지 않겠나? 아무런 희망과 기회가 없다 이 말이네. 채무자들에게 희망과 재기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아야하네.”

내 말에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듯 시름에 잠기는 듯 했다. 캄캄한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한참 후에 그가 결론을 내렸는지 굳은 표정을 풀면서 말을 했다.
“이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로서는 돈을 더 투자해주시면 좋지요. 저 역시 다른 채권자들보다, 오 사장님에게 제일 미안합니다. 다른 채권자들은 많아야 1억 미만인데 오 사장님은 저를 믿고 4억원이나 되는 돈을 담보도 없이 빌려준 분이기에 각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사님께서 이렇게 좋은 방안을 제시해주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사님 말씀에 지금까지 고민하며 풀지 못한 답답한 문제가 일순간에 풀린 듯 공감이 갑니다. 오늘밤에 생각해보고 내일 만나서 답을 해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 기다리겠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단번에 결정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이 타고 있었다. 박 사장에게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충분히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밤새 안녕이라고, 무슨 번복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일 박 사장이 누군가에게 자문을 해서 누군가 내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초를 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이 기회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박 사장! 내일까지 생각한다고 별 뾰족한 수가 있겠나?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해서 오 선배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게나. 이 방안을 채택하여 투자를 하도록 설득하세. 누군가가 끼어들어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방해라도 한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겠나? 어차피 저 주택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오 선배는 자네에게 돈을 받지 못하면 전문적으로 돈을 받는, 소위 진상치는 사람들에게 채권을 팔아버리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박 사장도 피곤하지 않겠나?”
나는 박 사장에게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최종적으로 설득을 했다. 그러자 박 사장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익을 추구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 사장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볼펜을 꺼냈다. 그리고는 커피숍 카운터에 메모지를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박 사장에게 빌라 공사 현장 일체와 토지 및 신축돼 있는 건물주택에 대한 양도 각서를 작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사장은 볼펜과 메모지를 건네받고는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도 나도 말없이 무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그가 모든 것을 오 선배에게 양도해 준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물론 오 선배가 양도받기를 거절한다면 무효로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붙였다. 나는 양도각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보게, 동생. 기왕 이렇게 약속했으니 내가 오 선배님 승낙을 받는 대로 곧바로 법무사로 가서 양도를 마무리 짓는 게 어떤가?”

“그렇게 하시죠. 저는 언제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바로 오 선배님을 만나 결정을 본 후에 연락할 테니 일단 내일 만날 약속을 해두는 게 어떻겠나. 아참 그리고 혹시 자네가 아는 법무사가 있는가?”
“예, 지난번 땅을 경락받아 대출받을 때 이용한 법무사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거 잘 되었네. 그 법무사 연락처를 주겠나?”
“사무실에 가면 명함이 있을 겁니다. 제가 법무사에 전화해서 이사님께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때 약속시간을 정해서 만나시죠. 어쨌든 오 사장님에게 잘 말씀드려주세요.”

“그야 당연하지. 나는 오히려 자네가 아무생각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아니면 어떠한 사해행위를 할 게 염려가 되네.”
“아니 저도 남자인데 그럴리가요. 내가 도리어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진데 왜 장난을 치겠어요. 오 사장님한테나 잘 설득해 주시죠.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저에게도 남는 돈을 돌려달라고요.”
“알았네. 그것은 염려 말게.”
우리는 마치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업자라도 된 양 설득과 이해타산을 논한 후 헤어졌다. 박 사장과 헤어지자마자 곧바로 오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단숨에 내가 있는 커피숍으로 달려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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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