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지금은 퍼블릭 골프장 전성시대

회원제 불황 속 영업이익 30% 증가

지난 2003년 지방에서는 처음 억대 분양시대를 개막하며 소수 회원 중심 운영으로 각광받았던 27홀 규모의 순천 파인힐스가 625억원의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입회금 반환 요청이 쇄도하는 동시에 입장객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퍼블릭으로 변신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스카이힐 성주에 이어 회원제로 개장을 준비하던 오너스CC가 이미 퍼블릭으로 탈바꿈했고, 제부도 아일랜드 역시 퍼블릭을 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퍼블릭 열풍’이다.

미래에셋·현대차 건설 가세 전국 40여곳 조성 중
회원권 시세 급락, 회원제의 퍼블릭 변신 예고?

회원제 골프장들이 이처럼 퍼블릭에 매력을 느끼는 건 바로 ‘입회금 반환 대란’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적인 불황, 신설골프장의 급증으로 골프회원권시세가 급락하면서 대다수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반환기간이 도래한 2005년에서 2011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만 해도 111개에 육박한다.

당기수익률 낮지만
회원제보단 낫다

어차피 입회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아예 퍼블릭으로 바꿔 보다 낮은 그린피로 경쟁력을 높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퍼블릭으로 전환하면 골퍼들의 입장에서는 그린피는 낮아지고 코스 품격은 회원제 그대로이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퍼블릭 전환의 장점을 얘기한다.

퍼블릭의 메리트는 ‘2011년 골프장 경영실적분석’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전국 122개 회원제(제주도 지역 제외)의 매출액 대비 당기 순이익은 -3.7%, 영업이익률은 6.9%를 기록했다. 적자골프장이 늘고 있고, 지방 회원제는 특히 2010년 14곳에서 27곳으로 두 배나 급증했다.


반면 66개 퍼블릭은 당기 순이익률 15.3%, 영업이익률 36.7%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퍼블릭은 회원모집으로 건설비를 모두 충당하는 회원제와 달리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30%대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해도 공사대금 상환이나 은행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해 당기 순이익률은 15%대로 낮아진다. 그래도 회원제보다는 낫다.

이 때문에 향후 신설골프장의 추이 역시 퍼블릭이 대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퍼블릭이 오는 2016년에는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개장이 예정된 골프장 121.3개 소 중 85.3개소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기존 회원제도 가세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제는) 입회금 반환에 대한 책임, 중과세율 적용 등으로 메리트가 줄어들고, 회원 모집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제가 퍼블릭으로 변경하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입회금을 반환할 자금력이다. 파인힐스는 회원 동의 절차를 거쳐 정회원과 주중회원 입회금 625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보성건설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도 마찬가지다. 오너스는 회원모집 초기에 회원제를 포기해 부담이 적었다.

경기도 여주 C골프장은 회원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인수소송까지 강행하고 있다. L회원은 “(골프장 측이) 입회금을 한 푼도 반환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퍼블릭)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회원들의 권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회금을 모두 날릴 바에야 회원들이 골프장을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골프장 경영악화가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되는 이유다. 현행 ‘체육시설이용 및 설치에 관한 법률’에는 회원제는 언제든지 퍼블릭으로(퍼블릭의 회원제 전환은 불가능) 돌아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들의 동의와 함께 입회금을 전액 지불해야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자금력이 없다면 입회금을 출자금으로 대치한 주주제 도입이나 세미-대중제 등 상생의 길을 찾아야한다.

지난 9월 초 대부도에 가개장한 아일랜드CC(총 27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먼저 조성된 18홀에선 연일 시범 라운딩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최근 이곳은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CC 관계자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서비스나 골프장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골프마니아 입장에선 좋은 골프장을 저렴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으니 더 이익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아일랜드CC 외에도 지난 3년간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곳은 12곳이다. 특히 올해에만 롯데스카이힐 성주, 두미, 파인힐스 등 절반(6곳)이 퍼블릭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거나 변경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5∼2011년 동안 개장한, 입회금을 반환해야 하는 회원제 골프장 111개 중 46개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는 퍼블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투자도 퍼블릭 골프장이 대세다. 최근 1년새 문을 열었거나 현재 건설 중인 전국의 퍼블릭 골프장수는 40여 개가 넘는다. 위치, 시공사 등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지만 통상 18홀 기준 골프장 조성비용은 500억~1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이 불경기에 퍼블릭 골프장 공사로 적게는 2조원, 많게는 4조원짜리 프로젝트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중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에 달했다.

코리아퍼블릭CC(9홀), 한탄강CC(18홀), 베어크리크CC(36홀), 리더스CC(27홀), 아리지CC(27홀) 등 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

이렇게 벌 수 있는 배경엔 ‘박리다매’식 영업방식이 있다. 대중 골프장은 회원제처럼 거액의 회원권을 팔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골프장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회원권이 없는 일반인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그린피(입장료)로 15만~25만원을 내야 한다. 퍼블릭 골프장은 이보다 4만~5만원 정도 싸다. 경기도 포천 소재 락가든골프클럽의 경우 평일 7만원(2인 9만원), 주말 9만원에 불과하다. 락가든골프클럽의 한 관계자는 “캐디, 라커룸, 샤워장이 없는 대신 최적의 골프 코스를 제공했더니 일찌감치 2달치 이상 예약이 꽉 찼다”고 전했다. 락가든은 지난해 올린 매출 25억원 중 영업이익이 2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락가든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린피가 10만원 미만인 대중 골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 골프장
4만~5만원 저렴

대중골프장협회 추산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수는 약 10만명인 반면 국내 골프인구는 약 315만명이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회원권이 없는 사람들이 결국 퍼블릭 골프장으로 몰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높은 것이다.

물론 퍼블릭 골프장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당기순이익률은 낮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을 팔아 골프장 건설비에 보태다 보니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물론 이는 회원권이 많이 팔렸을 때 얘기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자본력이 없는 시행사의 경우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설하고 운영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퍼블릭 골프장이라 하더라도 공사대금 상환, 은행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 그래서 당기순이익률은 10%대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본에 민감한 사업가들이라면 당기순이익률 10%대라도 감지덕지다. 조성비용으로 1000억원이 들어간 퍼블릭 골프장이라지만 계속 이익을 내 원금을 5~10년내 상환하고 나면 말 그대로 ‘오너’ 경영자가 될 수 있기 때문. 전국에 퍼블릭 골프장 건설 열풍이 부는 이유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은 얼마나 늘어날까.
지난해 말까지 전국 골프장 440개 중 퍼블릭 골프장 비중은 32.2%(홀 수 기준) 정도다. 2001년 15.9%였던 점유율이 10년 만에 2배 정도 증가했다.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퍼블릭으로 공사 중이거나 전환한 추이로 봐서 향후 5년 후엔 퍼블릭 골프장 비중이 48.6%로 회원제 골프장(47.9%) 비중을 제칠 것으로 전망(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된다.

수요 역시 퍼블릭 골프장 쪽으로 쏠릴 전망이다. 강배권 대중골프장협회장은 “골프가 사치성 운동이라고 하지만 국내 골퍼들은 그린피 가격에 상당히 민감하다. 국내 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던 비회원 중산층도 퍼블릭 골프장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골프회원권 가격 폭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 신규 회원권 분양난, 운영 적자 폭 확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3.7%를 기록, 손해를 봤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회원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조항이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조항 때문에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하거나 인수합병(M&A)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그로 인해 법 취지와 달리 회원들의 권익도 침해되고 있으므로 삭제를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의 ‘나 홀로 호황’은 얼마나 갈까. 당장은 아니지만 암운이 슬쩍 비친다. 우선 회원제 골프장 세제 개편안을 대중골프장 업계에선 ‘당장 꺼야 할 불’로 여긴다.


지난 8월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개소세) 면제 일몰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골퍼들은 9월 현재 회원제 골프장에 입장할 때마다 1인당 2만1120원(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포함)을 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시적으로 이를 면제받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이 인하된 만큼 회원제 골프장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내수 경기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반발이 거세다. 그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해왔는데 가격차가 4만~5만원에서 2만~3만원 차로 좁혀지면 집에서 가깝거나 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회원제 골프장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강배권 회장이 “2만여원을 깎아주는 것이 당장은 골퍼들 부담을 줄여 골프 대중화에 기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그와 반대로 나올 것이다. 대중 골프장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영압박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대중 골프장은 점점 줄어들고, 회원제 골프장만 더 늘어나게 된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부자층인 회원권 보유자들만의 골프천국이 조성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 2016년 이후 절반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 서천범 소장은 “사실상 지금도 골프인구의 연간 라운딩 횟수가 8.8회(2009년)에서 8.4회(2011년)로 줄어들고 있다. 어떤 골프장이 저렴하게 좋은 서비스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부과되는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될 경우 대중 골프장들은 이용객수가 감소하고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개소세 폐지되면
퍼블릭 죽는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개소세폐지시 골프장산업 전망’자료에 따르면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5.9%로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1.7%로 떨어져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지방회원제 골프장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됐을 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경영실적을 근거로 계산한 추정치다.

당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3만1000원 인하되면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실적은 호전된 반면 대중  골프장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개소세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회원제 골프장의 당기순이익률은 내년에 -17.1%로 떨어지지만 대중 골프장은 6.4%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객수에서도 개소세가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은 내년에 5.1% 증가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15.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천범 소장은 “개소세 폐지는 해외골프 여행객들의 억제나 내수 활성화 효과가 없고 회원제-대중 골프장의 세율 균형을 깨트리는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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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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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